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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주간경향
ㆍ대학·직장·가정의 ‘나홀로 식사족’ 증가… 공동체 의식 약해진 씁쓸한 세태 반영

이영해 아줌마(44)는 중국에서 왔다. 흔히 말하는 ‘조선족’, 한국계 중국인이다. 서울 서대문구에 있는 한 식당에서 일하는 이씨는 지금의 식당에서 넉 달 넘게 일하다 보니 작은 요령 하나가 생겼다. “보통 점심시간이나 저녁시간대 지나서 한가한 시간에 혼자 들어오는 손님한테는 몇 명이서 왔는지 안 물어봐요. 혼자 왔다고 말하는 걸 되게 싫어하더라고.” 이씨의 경험으로는 일반적으로 손님이 몰리는 식사시간대를 넘기면 혼자 들어오는 손님의 비율이 급증한다. “셋 중에 둘은 혼자 오는 사람이지요. 말할 사람이 없으니까 다들 금방 먹고 휙 나가버리고.”

사회적 네트워크 OECD 세 번째로 낮아
대학은 졸업했지만 취직 준비를 위해 모교 도서관에서 공부하고 있는 이지성씨(27)는 바로 그 혼자 밥 먹는 사람이다. 본의 아니게 대학교에서 여러 해를 보내다 보니 달라진 학생식당 풍경도 한눈에 들어온다. “대학 학생식당에서 혼자 밥 먹는 사람들은 재학생들 수업 듣고 있을 시간대에 주로 식당에 오죠. 저 학교 다니던 예전이랑 비교해 보면 많이 늘어난 것 같아요.” 혼자 밥 먹는 일이 비교적 자연스러운 대학생들이더라도 비교적 발길이 뜸한 시간대에 식당을 찾는 점은 비슷하다. “혼자 밥 먹는 게 익숙하긴 한데, 그래도 밥 먹다가 후배들 마주치면 아직 취직 못한 게 좀 뻘쭘하긴 하니까….” 이씨는 취업에 실패해 대학에 남아 있는 사람들이 늘어서 혼자 밥 먹는 사람도 많아진 것이라고 해석했다. 혼자 밥 먹는 학생들은 대체로 나이가 들어 보이고, 후배들의 인사를 피하려는 모습이 자주 보인다는 것이 이씨가 든 근거였다.

관련 업계나 학계에서는 혼자 식사하는 사람들이 늘어난 현상을 1인가구의 증가와 연결시킨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14년 현재 1인가구 수는 약 488만 가구로 전체 가구의 4분의 1을 넘긴 것으로 추산됐다. 2000년 15.6%였던 1인가구 비중은 점차 늘어나 2035년에는 34.3%까지 높아질 것이라는 예측도 나왔다. 1인가구 비율이 30%를 넘고, 특히 수도 도쿄의 1인가구 비율은 42.5%에 달하는 일본의 추세와 닮아가는 실정이다. 때문에 혼자 들어오는 손님을 배려한 일본식 식당 구조도 확산되는 추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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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몸노인을 위해 복지관에서 배달된 도시락을 받은 한 노인이 식사를 남겨 놓은 채 앉아 있다. | 서성일 기자

문제는 1인가구의 증가에 따라 1인식사 행태도 늘어나는 움직임이 부정적인 지표를 나타내는 현상일 수도 있다는 점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2014년판 최신 ‘삶의 질 측정 국제비교’ 자료를 보면 한국의 사회적 지지 네트워크의 질은 세 번째로 낮았다. 10점 만점인 지수에서 한국은 3.1점으로 36개 회원국 가운데 그리스와 멕시코에 이어 최하위권에 들어가는 성적을 받았다. 10점 만점을 받은 뉴질랜드나 덴마크는 물론 미국(8.0점), 일본(7.9점), 러시아(5.8점)에 비해서도 크게 낮은 수치였다.

특히 각 사회 공동체의 질을 측정하는 설문 중 도움이 필요한 시기에 도움을 청할 수 있는 친구나 지인이 있는지를 묻는 설문에서는 한국인의 약 77%만이 그렇다고 응답했다. 23%의 한국인은 위급한 상황에서 도움을 청할 수 있는 사회적 네트워크를 잃어버린 셈이다. OECD 평균인 90%에 비해 13%포인트 낮은 수치다. 해당 보고서는 공동체와 사회적 네트워크의 질이 낮을수록 위기에 처한 사회 구성원들이 사회적·심리적 지지를 얻기 힘들다고 분석했다.

한국 사회의 1인가구 가운데 가장 큰 비율을 차지하는 집단은 고령층 여성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60대 이상 여성 1인가구는 101만 가구로 전체 1인가구의 24.3%에 달했다. 다음으로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30대 남성이 12.2%, 20대 남성이 9.3%인 것을 감안하면 식당에서는 잘 눈에 띄지 않는 할머니들이 실제로는 혼자 식사하는 인구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추정이 가능하다.

안쓰러운 홀로 사는 고령층 여성들
혼자 사는 나은님 할머니(79)의 식사는 단출했다. 오전 7시에 먹는 아침과 오후 3~4시에 먹는 점심 겸 저녁이 하루 식사의 전부다. 그나마 흰밥에 된장국, 김치, 무짠지만 먹는 날이 거의 절반이고 김이나 콩자반, 깻잎 통조림 하나 밥상에 올라오는 날도 흔치 않다. 이따금 같은 동네에 사는 이웃 할머니가 들고 오는 찹쌀떡이나 뻥튀기가 유일한 간식거리였다. 나 할머니는 냉장고에 넣을 음식은 거의 없지만 용량이 100리터가 채 안 돼 보이는 냉장고가 한 번씩 고장나면 남은 밥과 반찬을 처리하기가 곤란하다고 말했다.

“혼자 먹은 지가 얼마나 됐나, 나이가 드니까 셈도 안 되네.” 나 할머니는 할아버지와 사별한 2005년 이후로 꼭 10년째 혼자 밥상을 지키고 있다. 아들이 하나 있지만 지금 외국에 있어 밥상을 마주하는 때는 1년에 한 번이 채 될까말까다. “가끔 감자, 고구마 쪄먹고, 강냉이도 쪄먹고 그러지. 아직 그래도 나이에 비해 이가 실해서 밥은 꼭꼭 씹어 먹어요.” 할머니는 혼자 하는 식사에는 익숙해졌지만 몸이 무거워질 때마다 걱정이다. 훌쩍 세상을 뜨기라도 하면 아들에게 연락해줄 사람이 있을까 걱정돼서다. 그래서 휴대전화에 1번으로 주민센터 사회복지사 번호가 저장돼 있다.

기초생활수급자인 나 할머니를 정기적으로 방문하는 허모 사회복지사(41)는 “나 할머니뿐만 아니라 혼자 사시는 이 동네 할머니들 대부분이 댁에서 혼자 챙겨 드셔요. 방문할 때마다 밥 한 술 뜨라고 잡는데 그걸 사양하는 게 참 죄송스러워요”라고 말했다. “그나마 할아버지들은 사정이 어려워도 무료급식하는 교회로 찾아가기도 하시는데, 할머니들은 동네를 다녀도 도통 뵙기 힘든 분들이 계셔서 식사는 하시는지 걱정되죠.”

고령층 여성 1인가구의 증가로 1인가구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에 대해 윤연옥 통계청 인구동향과장은 “고령층 1인가구주는 현재도 여성이 대다수이지만 평균연령이 더 올라가면서 여성 노인들이 1인가구로 남는 기간도 길어지고 높은 이혼율도 작용해 1인가구로 살아가는 여성 가구주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기초연금과 같은 경제적 지원도 중요하지만 그와 함께 삶의 질을 높여줄 수 있는 공동체 차원의 정서적 지원도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고령층일수록 사회적 고립감을 더 크게 느끼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는 고등교육을 받은 국민 중 82%가 위급할 때 도움을 받을 사람이 있다고 응답한 데 비해 초졸자 중에서 42%만이 같은 설문에 그렇다고 응답했다.” OECD 보고서에서도 나타나듯 연령에 따른 교육수준 격차가 큰 한국에서 비교적 저학력자 비율이 높은 고령층은 사회적 고립에 더 깊이 빠져 있는 상태였다. 사회복지사 허씨는 나 할머니의 방문을 나서며 말했다. “혼자 밥 드시는 분들이 밥만 혼자 드시겠어요. 하루 대부분을 그렇게 보내실 텐데, 어떻게 손쓸 도리가 없으니 안타깝기만 할 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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