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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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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문 여는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3년간의 공사, 한 차례의 개관 연기 끝에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이 11월 개관을 앞두고 있다. 경기도 과천에 1986년 국립현대미술관이 건립됐다고는 하나, 웬만한 국가마다 수도에 현대미술관을 두고 있는 것을 고려하면 서울관 개관은 그 의미가 적잖다. 

하지만 두가지 쟁점이 발목을 붙잡고 있다. 먼저 서울관을 운영하는 데 필요한 직제를 두고 문화체육관광부(문화부)와 안전행정부(안행부) 사이에 벌어지는 줄다리기. 두번째는 서울관 관내에 조선시대 왕의 어진을 보관하고 왕실 친척들의 사무를 총괄하는 관청인 ‘종친부’가 포함되면서 담을 두를 것인가 말 것인가를 둘러싼 시비다. 얼핏 간단해 보이지만 서울관의 정체성과 관련돼 쉽게 풀리지 않을 전망이며, 풀린다 해도 어설프게 봉합될 가능성마저 보인다. 지난 26일 마무리 작업 중인 서울관을 함께 둘러본 서울관 설계자 민현준 홍익대 교수와 설계 자문위원 최정화 작가는 미술 활성화라는 큰 틀에서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 서울관 직제 줄다리기 국립현대미술관은 올해 3월이 되어서야 문화부를 통해 서울관 인원편성안을 안행부에 제출했다. 안행부는 정부 및 국립기관의 편제를 담당하고 있다. 서울관 편제는 관장 외에 운영지원과, 동시대미술과, 다매체과, 공간운영과, 정보서비스과 등 5과 85명으로 돼 있다. 작년까지만 해도 미술관은 서울관 편제를 입 밖에 꺼내지도 못했다. 문제의 뿌리는 이명박 정부가 함께 추진한 국립현대미술관의 법인화와 서울관 건립. 미술 관계자들 사이에 서울관은 환영받은 반면, 법인화는 아직 이르다며 반대에 부닥쳤다. 이에 따라 서울관은 일사천리로 진행돼 11월 개관을 앞두고 있지만 법인화는 6년째 표류하면서 문화부와 안행부 사이에 냉랭한 기류가 흐르고 있다. 

5개과 85명 구성한 직제 편성안

안행부, 법인화와 연계 승인 지연

개관 석달 앞 비상체제로 운영해

종친부 가까운 곳 돌담 복원도

‘열린 미술관’ 설계 개념 거슬러


미술관 쪽은 직제 편성의 마지노선을 6월 말로 봤지만, 안행부는 지금까지도 모르쇠다. 안행부 관계자는 “법인화와 연계해야 하기 때문에 서울관 직제가 늦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법인화 약속을 안 하면 인원을 줄 수 없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문화부가 함께 요청한 세종도서관과 한글박물관의 직제를 승인해 기획재정부로 넘긴 것과도 대비된다. 애초 안행부는 세종도서관도 법인화 전 단계인 책임운영기관으로 출범시키려다 사서들의 반발에 부닥쳐 후퇴한 바 있다. 

미술관은 100여명에 불과한 현재의 인원으로 85명이 감당해야 할 서울관 일을 함께 하고 있다. 몇 달 전부터 비상체제에 들어가 덕수궁미술관 파견자들을 복귀시켰으며 야근을 상시화하고 있다. 미술계 관계자는 “큰 식당도 개업 6개월 전에 인원을 뽑아 훈련시키는데 국립미술관이 개관을 석달 앞두고도 인원이 없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법인화와 직제 문제는 연계할 사항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 종친부 담장 어찌할까 서울관 주변 북촌길을 돌아 종친부쯤에 이르렀을 때 최정화 작가는 쯧쯧 혀를 차고 민현준 교수는 곤혹스런 표정을 지었다. 그곳에는 이미 높이 220㎝의 돌담을 치기 위한 돌덩이들이 부려져 있었다.

“종친부 보호를 위해 담을 쳐야 한다고요? 막아야 해요. 제가 북촌에 사는데, 치안에 아무런 문제 없어요. 노숙자가 걱정이라고요? 굳이 여기까지 와서 노숙할 정도면 그 사람은 작가로 봐야죠.” 최 작가의 말이다.

이 문제는 옛 기무사 북쪽과 뒤쪽 담 아래서 지난해 니은(ㄴ)자형의 종친부 돌담 유구가 확인되면서 불거졌다. 문화재계 인사들은 종친부 돌담의 원형 복원을 주장하고 나섰다. 주장대로면 서울관은 경복궁과 같은 220㎝ 높이의 니은자 담을 두르게 된다. 애초 콘셉트인 ‘열린 미술관’이 ‘반이 닫힌 미술관’으로 바뀌게 된다. 탁 트인 서울관을 이미 봐 버린 이들은 옛 담을 복원하려고 새 미술관을 망치려 하느냐며 반발하고 나섰고, 미술관 쪽도 애초 구상이 망가질까 냉가슴을 앓았다. 몇 달 줄다리기 끝에 종친부가 가까운 뒷담은 완전히 복원하고 북쪽 담에는 출입구를 튼다는 선에서 타협을 본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관은 특정 전시를 겨냥하고 오는 ‘미술인을 위한 미술관’이 아니라 누구나 오며 가며 들르는 ‘공원 미술관’으로 설계되었다. 북카페, 레스토랑, 도서관, 영화관을 접근이 쉬운 외곽에 배치하고, 옛 기무사 본관과 종친부 건물을 품은 것도 그런 까닭이다. 최 작가는 타협안은 종친부 돌담 복원도 완전히 못 하고, 미술관의 콘셉트도 망쳐놓은 것이라면서 “두르지 않는 것만 못하다”고 말했다. “지금 상태로 두어 개관한 뒤 시민들의 의견을 들어 결론을 내는 것도 방법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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