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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本紙, 편의점·커피전문점 등 전국 200여곳 아르바이트생 근로실태·최저임금 조사]

- 현실과는 너무 먼 근로기준법

"최저임금제? 서울만 해당돼" 지방 점주들, 학생에 거짓말

지방 편의점 '시급 3000원대'… 수습기간이라며 시급 깎기도

- 점주들도 하소연

"가맹점 늘어서 문 닫을 판… 한달에 150만원도 못 벌어"

점주들은 과잉 경쟁 내몰려… 프랜차이즈 본사는 '모르쇠'


지난 24일 밤 11시 서울 성북구의 한 편의점. 아르바이트 대학생 김모(19)씨가 이날 팔고 남은 도시락 1개와 삼각 김밥 2개를 주섬주섬 가방에 담고 있었다. "주인아저씨가 돈을 더 못 주는 대신, 남는 삼각 김밥을 알아서 먹으라고 해서요. 가족들이랑 나눠 먹는데 일주일에 1~2번은 남는 게 없어 섭섭해요."

김씨는 지난 5월부터 평일 오후 6~11시 이곳에서 일한다. 밤늦게까지 일하지만 시간당 임금은 올해 최저임금(시간당 4860원)보다 못한 4500원. 근로계약서도 쓰지 않았다. 그는 "최저임금이 얼마인지 모른다"고 했다.

본지가 지난 7~24일 전국의 편의점과 커피전문점, PC방, 패스트푸드점, 제과점 등 203곳을 직접 방문하거나 전화로 취재한 결과, 최저임금을 주지 않는 곳이 전체의 절반도 넘는 105곳(51.7%)에 달했다. 시급(時給)이나 근로시간, 휴일 등 근로 조건을 명시하지 않은 곳이 140곳에 달했고, 주휴수당(주 5일간 총 15시간 이상 근무하면 하루 일당을 추가로 지급하는 것)을 지급하지 않는 곳은 190곳에 달했다. 조사한 203곳 가운데 최저임금·성희롱 예방교육·근로계약서 작성 등 근로기준법을 대체로 준수한 곳은 단 4곳(2%)에 불과했다.

"최저임금은 서울만 적용?"

경기 의정부의 한 편의점에서 일하는 최모(24)씨는 시간당 3800원을 받는다. 지난 1월 아르바이트 자리를 구하던 그는 가게 앞에 붙은 '시급 협의' 문구를 보고 들어갔다. 점주는 "첫 두세 달은 시간당 3600원밖에 못 준다"고 했다. "이 일대 편의점이 다 시간당 4000원 안쪽을 주길래 그러려니 했다"는 최씨는 한동안 그 조건으로 일하다 최근에야 시간당 200원을 더 받는다고 했다. 매주 평일 오전 8시부터 7시간 일하는 그는 "최저임금? 난, 그런 거 잘 모른다"고 했다.

지역별로 보면 서울은 보통 시간당 임금이 4500~5000원으로 그나마 나은 편이다. 서울 강남구에는 시급 6000원을 주는 편의점도 있었다.

하지만 서울만 벗어나면 상황은 확 달라진다. 광주광역시에 있는 편의점 등 14곳의 시급은 3300~4600원 선이었다. 제주시(5곳)는 3500~4400원, 의정부시(28곳)는 3500~4860원, 인천시(18곳)는 3800~5000원 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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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으로 갈수록 '법정 최저임금'은 그야말로 '먼 나라 기준'이었고, 동네마다 편의점 점주들이 비슷한 수준으로 시급을 맞춰주는 '동네 시급'이 법보다 앞섰다.

의정부의 한 편의점 점주는 "이 지역에선 점주들이 시간당 4300원 정도에 알음알음 아르바이트생 비용을 맞춰준다"고 했다. 광주광역시 서구의 한 편의점에서 시간당 3300원에 일하는 아르바이트 대학생 이모(23)씨는 "점주가 '최저임금은 서울에만 적용되는 얘기'라고 하더라" 했다.

"수습기간이라며 시급 더 깎아"

방학 때 한두 달 아르바이트로 일하는 학생들한테 "일이 숙달되려면 석 달은 걸린다"며 임금을 더 깎는 곳도 적지 않았다.

서울 강서구의 한 제과점에서 일하는 대학생 박모(18)씨는 그곳 시급이 4860원이란 얘기를 듣고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그런데 첫날 '시급 협상' 때 점주는 "처음엔 일의 능률이 떨어지니까…" 하면서 첫 달엔 시간당 4200원만 주겠다고 했다. 박씨는 "근처 다른 프랜차이즈 빵집은 시급이 4900원인데 수습 사흘간은 아예 돈을 안 준다"고 말했다.

근로기준법에는 근로계약 기간이 1년 이상일 경우 수습 기간을 두고 최저임금의 10%를 깎을 수 있게 돼 있다. 하지만 단기 아르바이트일 때 수습 기간이라며 돈을 적게 주는 건 법 위반이다.

점주들, "최저임금 지키다간 문 닫을 판"

나라에서 정하는 최저임금 정도로 시간당 임금을 주는 곳은 대개 편의점, PC방 등 영세 자영업자들이 운영하는 업종들이다. 하지만 이들 영세 업자들은 "손님은 없는데 가게는 계속 늘어 최저임금 챙겨주다 보면 가게 문 닫아야 할 판"이라고 토로했다. 서울 관악구에서 편의점을 하는 김모씨는 "최저임금에 맞춰 아르바이트생 월급을 215만원 주면, 나는 하루 12시간씩 일해도 한 달에 150만원밖에 못 번다"고 했다. 인천의 또 다른 편의점 점주는 "인건비 부담을 줄이려면 가족을 동원하거나 점주가 온종일 가게를 지키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

영세 자영업자들은 과잉 경쟁에 시달리고, 일자리 없는 젊은이들은 돈 적게 받아도 아르바이트하겠다고 넘쳐나니, 법정 최저임금을 지키는 곳보다 지키지 않는 곳이 더 많은 게 현실이다. 프랜차이즈 업체 본사는 "근로계약은 어디까지나 점주와 아르바이트생 간의 문제"라며 외면하고 있다.

현실은 이런데, 올해도 어김없이 노동계와 경영계, 정부는 협상 테이블 앞에 앉아 날 선 신경전을 벌이면서 내년도 최저임금을 올해보다 7.2%(350원) 오른 시간당 5210원으로 정했다. 서울의 한 편의점 점주는 "매출이 확 뛰는 것도 아닐 테니 내년에 취재 오면 최저임금 어기는 가게만 더 늘어 있겠다"고 했다.

조선닷컴 [최종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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