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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경제성 부족’ 드러난 지역공약

박근혜 정부가 내놓은 지역공약 이행계획 가운데 신규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은 모두 27개. 그중 10개는 이미 예비타당성조사(예타)를 거친 ‘묵은’ 사업이었다. 게다가 10개 가운데 9개는 이미 ‘경제성이 없다’는 평가를 받았다. 각 지역의 오래된 민원 사업을 ‘표심’에 따라 무분별하게 공약으로 받아들였다는 의미다.

15일 드러난 지역공약 사업의 예타 결과를 보면, 비용 대비 편익(B/C) 비율이 낮은 평가를 받은 몇몇 사업은 수차례 재도전에도 ‘경제성 없음’ 판정을 받았지만, 다시 대선 공약에 선정된 것으로 나타났다. 대표적인 사업은 경기도 이천시와 충북 충주시, 경북 문경군을 잇는 ‘중부내륙선철도’ 계획이다. 이 사업은 애초 2002년 예타를 거친 뒤 2005년부터 단선 철도로 추진됐으나, 지역을 중심으로 복선화 여론이 강하게 일었다. 이에 정부는 2011년 복선화 시나리오에 따라 예타 재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중부내륙철도 복선화 사업의 경제성 분석은 0.28~0.29, 종합평가(AHP) 점수는 0.401로 평가됐다. 예타는, 경제성을 평가한 ‘비용 대비 편익’(1 이상일 때 경제성 적합) 점수에 정책적 판단과 지역균형발전 점수를 더한 종합평가 점수가 0.5 이상일 때 사업 타당성을 인정한다. 경제성은 물론 종합평가에서도 낙제점을 받은 셈이지만, 박근혜 대통령은 대선 때 복선화 추진을 약속했다.

예비타당성 조사, 재수·삼수… 

계획 바꿔 수차례 도전했지만 

‘경제성 없음’ 낙제점 받은 사업 

대선때 표 얻으려 무분별 채택


예타에서 가장 낮은 점수를 받았던 전남 여수시와 경남 남해군을 잇는 ‘한려대교’ 사업도 ‘예타 재수생’이다. 이 사업은 2002년 예타에서 ‘타당성 없음’ 결론을 받았지만, 2006년 여수세계박람회 개최를 앞두고 다시 한번 예타에 도전했다. 해저터널 건설 가능성을 열어두고 시나리오 1, 2를 만들었는데, 예타 결과는 각각 0.045, 0.108로 최하위 점수였다. 그러나 이 사업 역시 지역공약 이행계획에 이름을 올렸다.

예타의 핵심 지표인 경제성 분석은 현재 투입될 비용을 장래 편익과 비교하는 것이다. 이미 실시된 10개 지역사업의 예타 평균은 0.66에 불과했다. 비용 대비 편익이 1에도 미치지 못한 대형 토목사업들이 대선 과정에서 무분별한 공약으로 남발됐고 현 정부 들어 지역사업으로 대거 이름을 올린 것이다. 재정 분야 전문가인 오건호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 연구실장은 “예타에서조차 기각된 사업을 공약으로 채택했다는 사실은 박 대통령이 무분별한 선심성 공약을 남발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경제성 평가가 아닌 정책적 평가로 이들 사업을 추진하는 우를 범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정부는 타당성이 낮은 사업은 지자체와 협의조정을 통해 재기획해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지역공약 축소·재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의미다. 그러나 그 과정은 녹록지 않을 전망이다. 무엇보다 지역 민심이 들끓을 것으로 보인다. 예타에서 낮은 점수를 받은 전남, 충북, 강원 등은 기존 사회간접자본 투자에서 소외됐다는 피해의식이 매우 큰 지역들이다. 이 자치단체들은 경제성보다 지역 균형발전 등 정책적 판단이 우선되어야 한다며 강하게 반발할 태세다. 특히 내년에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다. 지역 민심의 눈치를 살필 수밖에 없는 정치권이 정부 움직임에 제동을 걸 가능성 또한 높다. 실제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지난 11일 지역 언론 간담회에서 “예타 때문에 각 지방의 대표적인 공약의 추진이 어렵다면 예타 제도의 틀을 바꿀 필요도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정치권이 예타 제도 전반을 손볼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된다.

지방선거 앞 재조정 가능할까 

정부 “지자체와 협의조정” 불구 

지역 눈치…사업축소 힘들수도 

전문가 “4대강 재앙 재연 우려”


그러나 전문가들은 냉정한 ‘선긋기’를 주문했다. 유종일 한국개발연구원(KDI) 정책대학원 교수는 “예타는 정치적 논리에 따른 무분별한 예산 낭비를 막을 수 있는 최소한의 안전판”이라며 “세수결손이 현실화되는 등 구조적인 곤경에 처한 한국 경제 상황에서, 예타 제도까지 손봐가며 추진하는 지역공약은 자칫 4대강 사업 같은 재앙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사회공공연구소의 송유나 연구위원은 “지금 결정이 향후 정부의 재정부담으로 연결될 가능성도 큰 만큼 냉정한 판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주대 최희갑 교수(경제학)는 다른 틀의 지역공약 접근을 제안했다. 최 교수는 “지역 특화 복지·교육·의료 등 고부가가치 서비스업 지원으로 지역사업의 프레임을 바꾸고, 기획재정부는 이를 지원하기 위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야 한다”며 “한정된 예산을 두고 어느 지역에 길을 닦는지 경쟁하는 구태의연한 갈등이 계속되고 있는데, 이는 지금 한국 경제의 질적 향상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겨레 노현웅 기자 goloke@hani.co.kr


지자체들 “배신 행위” 강력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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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성보다 균형발전 고려해야”


정부가 각 지역의 도로·철도 등 사회간접자본(SOC) 사업들이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수정할 태세를 보이자, 지방정부들은 ‘선거 때 약속을 저버리는 배신 행위’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경기도 수원·의왕·안양·화성시 등은 15일 안양 인덕원~수원~동탄 등 수도권 자치단체 7곳을 연결하는 전철 사업(35.5㎞)이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경제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오자, “박근혜 대통령이 대선 당시 약속했던 선거 공약을 이제 와 부정하는 것이냐”며 반발했다.

최대호 안양시장 등 7곳 자치단체장은 올해 초 정부에 공동 건의문을 내어 복선전철 사업의 기본설계 용역비 조기 반영을 요구하는 등 전철 사업의 유치에 주력해왔다. 수원시 관계자는 “박 대통령의 공약 사항을 이제 와 뒤집는 것은 지역 주민들에 대한 배반”이라고 말했다.

자치단체들은 경제성보다 지역 균형발전과 공익성을 중시해야 한다고 맞섰다. 경북 포항~강원 삼척 고속도로(편익/비용 비율 0.26~0.27), 춘천~속초 복선전철(˝ 0.39~0.75) 등이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분석이 나오자, 강원도는 격앙된 분위기가 뚜렷했다. 정재웅 강원도의회 경제건설위원장은 “선거 때는 지역 숙원 사업을 해결해주겠다고 장밋빛 청사진을 내놓더니 지금 와서 경제성을 내세우는 것은 지역민을 우롱하는 것이다. 지역 사업은 경제성보다 지역민의 행복추구권과 지역 균형발전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충북 충주~경북 문경을 잇는 중부내륙선 철도 사업도 경제성 없음 판정(편익/비용 비율 0.29)이 나오자 충북도가 불안해하고 있다. 신필수 도 균형건설국장은 “2005년부터 단선 철도를 추진했는데 2011년 느닷없이 충주지역 국회의원이 복선화를 주장하면서 나쁜 평가가 나왔다. 정치적 판단 때문에 사업 자체를 그르칠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경남 남해~전남 여수 한려대교는 타당성(편익/비용 비율 0.045~0.108)이 가장 낮은 사업으로 분류됐지만, 자치단체 쪽은 ‘남해안 관광발전, 동서통합’ 등을 내세워 사업 추진을 바라고 있다.

이두영 균형발전 지방분권 충북연대 집행위원장은 “경제성·효율성으로만 보면 사업을 안 하는 게 맞다. 하지만 지역사업은 균형성, 형평성 등을 평가에 포함하는 등 별도의 기준을 마련해 평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한겨레 김영환·홍용덕·김기성·최상원·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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