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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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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베바(베스트 바이) 100달러 대란’ 혹은 ‘클립시 대란’이라 불렸다. 지난 6월 초 미국의 전자제품 유통업체인 베스트바이(www.bestbuy.com)에서 보통 500달러 넘게 팔렸던 스피커를 99달러에 할인하는 행사를 했다. 이 소식이 블로그와 커뮤니티를 타고 퍼지자 12시간을 넘기지 않고 해당 스피커는 품절됐다. 며칠 뒤 한국으로 배송을 대행하는 한 업체에 배달된 스피커만 300개. 한국 해외구매족들의 번개 같은 손놀림과 정보 공유가 활약했으리라고 짐작된다. 

“대란은 돌고 돈다”는 것이 해외구매족들의 격언이지만, 요즘 대란은 쉴새없이 찾아온다. 7월 초엔 영양제나 화장품 종류를 판매하는 미국의 한 온라인 드럭스토어 사이트가 무료 배송을 시작하자 이 사이트 이름이 포털사이트 주요 검색어 순위에 올랐다. 블로거들의 추천물품을 보면 한국에서 구하기 어려운 종합영양제나 건강기능성 식품 외에도 세탁 세제나 주방 세제, 각종 양념류, 심지어는 곡류까지 권한다. 예전에 큰 시장 한 귀퉁이에 있었던 수입품 판매점의 역할을 이젠 미국의 한 온라인 사이트가 대신하는 셈이다. 이젠 ‘보따리상’ 대신 항공기가 택배 상자를 싣고 나른다. 지난해 인천공항세관을 통과한 해외 인터넷 쇼핑 구매 수는 719만8000건. 2008년 195만건에 비교하면 3.5배 정도 늘었다.

주부 정지영(33)씨는 2003년 미국 경매 사이트인 이베이를 통해 해외구매에 눈떴다. 10년 동안 해외구매 행태는 숨가쁘게 변했다. 지금 해외구매 대세는 일종의 반짝세일인 ‘원데이 핫딜’이다. 통관 정보, 신용카드 해외 사용법, 배송 요령을 훤히 꿰고 있는 해외구매족들은 정기 세일만 기다리지 않는다. 기간을 정해 할인 판매하는 플래시 세일, 미리 초대를 받아야 물건을 살 수 있는 프라이빗 클럽, 다른 사이트를 통해서 물건을 사면 적립금을 주는 적립 사이트 정보를 깨알같이 챙겼다가 발빠르게 대응한다. 정씨는 의류잡화 쇼핑몰인 블루플라이(www.bluefly.com) 사이트에서 상품권을, 의류전문 사이트 샵밥(www.shopbop.com)에서 아쉬 브랜드 신발을 사는 등 대란에는 빠짐없이 참가했다. 쇼핑 정보에 민감한 해외구매족들은 몰테일스토리(cafe.naver.com/malltail)나 뽐뿌 해외포럼(www.ppomppu.co.kr/zboard/zboard.php?id=oversea) 같은 해외구매 정보 커뮤니티는 물론이고 슬릭딜스(www.slickdeals.net) 같은 해외 핫딜 모음 사이트에 상주하기도 한다.

일상화된 해외구매는 유행과 소비 지형도를 바꿔 놓았다. 몰테일스토리에서 스태프로 참여하고 있는 전혜빈(32)씨는 “한국 커뮤니티에 소개되면 해외사이트에서 바로 품절된다. 해외구매로 샀을 법한 물건들을 길거리에서 쉽게 볼 수 있다”고 했다. 영국의 캐스키드슨 백팩, 스웨덴의 칸켄백 등은 해외구매족들을 통해서 알려졌고, 한국에 공식 수입된 뒤에도 많은 소비자가 해외구매를 선호하고 있다는 것이다. ‘3초백’ ‘5초백’이라 불리는 흔한 가방들도 요즘은 해외구매에서 나온다. 미국 소셜코머스 사이트 길트닷컴(www.gilt.com)에서 하는 ‘레베카 밍코프 핫딜’ 덕분에 레베카밍코프 브랜드 맥 클러치 가방이 요즘 한국의 ‘5초백’이 되었단다.

또다른 해외구매 대세는 대형화다. 요즘 커뮤니티에선 60인치 이상 텔레비전을 해외구매하는 사람들의 경험담을 심심찮게 읽을 수 있다. 해외배송 대행업체 몰테일 쪽 이야기를 들어보면 국내 판매가가 2000만원 정도인 80인치 텔레비전을 해외 쇼핑몰에서 사면 800만원 정도다. 배송료와 관세를 더해도 1000만원 가까이 차이가 난다. 무게가 약 700㎏ 정도 나가는 잔디 깎는 기계, 길이가 4m 정도 되는 카누 등을 몰테일을 통해 배송 신청한 통큰 해외구매족들도 있다. 국내외 가격 차이가 크다 보니 한국 회사의 가전제품이나 동방신기 음악 앨범 등 한국 물건을 해외구매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했다. 

가격 경쟁력만이 전부는 아니다. 국내에서 사기 힘든 제품을 구할 수 있다는 장점도 크다. 지난 3월 옥션에선 옥션 아이디로 해외 온라인몰에서 제품을 구입할 수 있는 ‘옥션 원클릭 해외직구 서비스’를 시작했다. 사용자는 직접 구매하고 배송·통관만 맡기는 듯 보이지만 실제론 옥션이 사전 계약을 맺은 외국의 70개 사이트에서 대신 구입해주는 형식이다. 서비스를 담당하는 정소미 팀장은 “지금 해외구매의 블루 오션은 유럽”이라고 했다. 명품 브랜드들의 유아옷 생산 기지가 유럽으로 옮겨가는데다가 패션의 중심지가 유럽이기 때문이다. 같은 디자인의 옷이라도 한국에는 차분한 색상만 수입되고, 유럽엔 밝은 원색이 나온다는 점도 한몫했다. “예전엔 한국 연예인을 모델로 한 패션상품이 떴지만 해외구매족들은 아예 패션쇼에 나오고 외국 연예인들이 입는 옷을 직구(직접 구매)한다. 가격이 좀 비싸더라도 현지에 가야만 살 수 있는 옷을 선호하는 것이다.” 정 팀장은 “요즘은 수입업체 대응도 발빠르기 때문에 애버크롬비 티셔츠 같은 대중적인 아이템은 오픈마켓에서, 해외 직구는 우리나라에 알려지지 않은 상품을 살 때 훨씬 유리하다”는 충고도 덧붙였다.

미국 위주였던 해외구매는 중심이동 중이다. 해외배송 대행업체 몰테일에서 꼽아보니 올해 상반기 일본 배송대행 건수는 약 2만건으로, 지난해 상반기에 비하면 2배 넘게 늘었고, 중국은 6배나 많아졌다. 일본은 엔 약세 현상으로 가격이 낮아진데다가 1주일이면 받을 수 있다는 장점 덕분이고, 중국은 ‘메이드 인 차이나’ 디지털 제품과 의류를 싼값에 살 수 있기 때문이다. 해외 직구족들은 외국어 번역기를 돌려가며 일본의 라쿠텐 쇼핑몰과 중국의 타오바오 사이트를 검색한다.

미국의 종합 쇼핑몰 아마존(www.amazon.com)은 ‘직구족’들에게 동네 슈퍼만큼이나 가까운 일상이 되었다. 낮은 가격에 끌린 사람들은 중국 온라인 쇼핑몰로, 남들과는 다른 물건을 사고 싶어하는 핫딜족들은 유럽으로 발을 넓힌다. 돈을 치르고 물건을 받기까지의 과정은 길고 험난하지만 적은 돈으로 많은 물건을 산다는 핫딜 열망은 쉽게 식지 않는다.

한겨레 남은주 기자 mifoco@hani.co.kr


 카누2.JPG


마지막 핫딜은 없다

책 <해외직구 따라잡기> 지은이들과 옥션 해외구매 담당자가 전하는 해외구매 위험요소들. 

모르면 실패 제품가격에 환율을 곱한 뒤 미국 내 배송비까지 더한 금액이 15만원 미만이어야 관세를 내지 않는다. 단 의류와 신발은 목록통관 대상으로 200달러 미만이면 관세를 내지 않는다. 결제 버튼을 눌렀다고 해서 끝이 아니다. 미국에선 물건을 발송하면서 신용카드 승인을 알려오는 경우도 많다. 지역에 따라 부가세를 내기도 한다.

신발·옷은 선 착용, 후 구매 해외구매 하기 가장 까다로운 아이템은 신발이다. 미국과 우리나라는 사이즈 기준이 다른데다가 브랜드마다 조금씩 다르기 때문이다. 직구에 뛰어들려면 발너비, 발길이, 가슴둘레 등 자신의 사이즈를 세밀하게 알아야 한다. 한국에 들어오는 브랜드라면 먼저 백화점 가서 신어보고 온라인으로 구입하는 ‘쇼루밍’족도 있다.

선물용으론 글쎄… 의외로 선물했을 때 좋은 반응을 얻지 못했다는 사람들이 많다. 한국에선 알려지지 않은 브랜드인데다가 교환, 환불도 되지 않기 때문에 가치를 인정받기 어렵다. 맞지 않는 옷, 신발, 처음 듣는 영양제 등이 순식간에 애물단지로 전락한다. 

마지막 핫딜은 없다 후기방에 상주하며 괜히 필요할 것 같아 따라 사는 ‘후기병’, 관세 한도까지 빠듯하게 채우려고 사는 ‘통관병’ 등이 해외구매족들이 안고 있는 지병이다. 한 경험자는 “핫딜은 다시 온다. 필요한 물건이 있을 때만 커뮤니티에 접속하라”는 충고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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