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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동 꺼! 반칙운전]<上>위험천만 렌트 오토바이… 본보 주애진 기자 체험기

단 30분 연수… 핸들이 덜덜덜

[동아일보]

“어어어….” “쾅!”

눈앞에 별이 번쩍하고 떴다가 사라졌다. 오토바이 연수가 끝난 지 채 20분도 지나지 않은 시간. 자전거 운전 실력만 믿고 자신만만하게 오토바이 시동을 걸었던 기자는 이면도로에서 그만 주차된 차량의 측면을 들이받고 오토바이와 함께 쓰러지고 말았다. 마주 오던 오토바이에 놀라 핸들을 급하게 꺾었던 것. 오른쪽 무릎에 핏방울이 선명하게 맺혔다. 양쪽 다리 곳곳에 피멍이 들었다. 30분간의 짧은 오토바이 연수가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 실감한 순간이었다.

최근 제주도에서 렌트 오토바이 여행이 인기를 끌고 있다. 해마다 여름방학이 되면 많은 젊은이가 제주 현지에서 오토바이를 빌려 여행에 나선다. 125cc 이하 소형 오토바이는 원동기장치 자전거면허나 1, 2종 운전면허만 있으면 탈 수 있다. 제주도에서 오토바이를 빌리는 사람들 대부분은 1, 2종 운전면허 소지자다. 하지만 평소 오토바이를 타본 적 없는 이들이 제대로 연수도 받지 않은 채 무턱대고 도로로 나서면 위험하지 않을까?

1종 보통 면허 소지자인 기자가 직접 체험에 나섰다. 오토바이 운전 경험은 한 번도 없었다. 결국 30분 연수가 끝나고 제주국제공항 인근 렌트업체 근처에서 혼자 연습을 하다가 사고를 내고 말았다. 다친 상처를 보고 아프다고 느끼기도 전에 덜컥 겁이 났다. ‘사고 때문에 렌트를 안 해주면 어떡하지?’ 달려온 렌트업체 직원은 곧바로 응급처치를 해주고 보험회사에 연락을 했다. 보험 처리가 끝난 후 직원은 “계속 탈 수 있겠냐”고 두어 번 물었다. 기자가 “괜찮다”고 말하자 아무 일도 없었던 듯이 그냥 오토바이를 내줬다.

○ 자전거만 탈 줄 알면 OK? 허술한 렌트 실태

“자전거 탈 줄 아세요? 그럼 운전 면허증만 갖고 오세요.”

제주도 오토바이 렌트 업체 8곳에 전화로 문의한 결과 7곳에서 오토바이를 전혀 타본 적 없어도 1, 2종 면허가 있으면 렌트가 가능하다는 답을 들을 수 있었다. 자전거만 잘 타면 당일 30분 정도 교육만 받고 금방 오토바이를 탈 수 있다는 것. 본인이 잘하면 5분 만에도 오토바이 대여가 가능하다는 곳도 있었다. 대여가 안 된다고 답한 1곳도 위험해서가 아니라 교육 인력이 없다는 이유였다. 경찰에 따르면 현재 제주도에서 영업 중인 오토바이 렌트 업체는 총 17개, 렌트용 오토바이는 약 500대에 이른다.

4일 제주시 A업체에서 오토바이를 직접 빌려 봤다. 기자가 도착했을 때 마침 20대 여성 2명이 함께 탄 오토바이가 출발하고 있었다. 직원은 추월차로에 대해 설명하며 절대 그쪽으로 달리지 말 것을 당부했다. 오토바이 핸들을 잡은 여성은 운전을 거의 해본 적 없는 ‘장롱면허’ 소지자였다. 도로 경험이 별로 없는 초보 운전자를 기본적인 교육도 없이 바로 도로로 내보낸 것. 직원은 “찾아오는 여성 고객 중 장롱면허 소지자가 꽤 많다”고 귀띔했다.

10분 만에 렌트 계약서를 작성하고 교육에 들어갔다. 기자가 빌린 오토바이 기종은 49cc 보니타. 24시간 빌리는 데 현금은 1만8000원, 카드 3만 원이었다. 교육은 오토바이 조작법을 한 번 알려준 뒤 직원이 뒤에 함께 탄 상태에서 약 100m 거리의 이면도로를 왕복 4차례 오가는 것이 전부였다. 기자는 초등학교 때부터 자전거를 탔기 때문에 운전 자체는 어렵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착각이었다.

직원은 먼저 시동 거는 것부터 액셀러레이터, 브레이크, 방향지시등 같은 각종 기능 이용법과 주유구 여는 법을 알려줬다. 한 번 들어서는 숙지하기 어려워 두세 번 반복해 물어야 했다. 특히 손잡이 부분을 당겨서 돌리는 액셀러레이터는 자동차와 전혀 다른 구조라 자동차를 많이 타본 사람들도 쉽게 오작동을 할 것 같았다. 직원도 가장 많이 하는 실수가 갑자기 멈출 때 액셀러레이터를 몸쪽에서 밀어서 돌려야 하는데 실수로 당겨서 돌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동차로 치면 액셀러레이터에서 발을 떼야 하는 상황에서 오히려 더 세게 밟는 셈. 중심을 잘 잡아야 하는 것도 자동차와 달랐다.

○ 내비게이션도 없이 무작정 도로 질주


오토바이2.jpg 기자는 약 46km 떨어진 성산 일출봉을 목표로 삼고 무작정 출발했다. 인근 사라봉 오거리에서 1132번 지방도로까지 가는 왕복 6차로. 차들과 나란히 달리려니 등에서 식은땀이 줄줄 흘렀다. 오토바이를 잇달아 추월하는 차들이 날카롭게 경적을 울려대면 매우 위협적으로 느껴졌다. 특히 대형 화물트럭과 관광버스가 많아서 도저히 그 사이에 끼어 차로 중앙으로 달릴 엄두가 나지 않았다. 할 수 없이 갓길로 달리는 ‘반칙운전’을 해야 했다.


오토바이 렌트의 또 다른 문제점은 익숙하지 않은 길을 내비게이션도 없이 달린다는 것. 어디서 좌회전이 가능한지, 원하는 방향으로 가려면 어디서 차로 변경을 해야 하는지 도통 알 수가 없었다. 기자는 해안도로로 가고 싶었지만 매번 좌회전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좌회전이 가능한 지점을 미리 알 수 없는데 느린 오토바이로 추월차로를 계속 달릴 수도 없었기 때문이다. 결국 25km나 달린 뒤 만장굴 입구 삼거리에서 겨우 해안도로로 들어서는 데 성공했다. 시내에서는 어디서 U턴이 가능한지 어디서 좌우회전이 가능하지 몰라 계속 직진만 한 적도 있었다.

해안도로에서는 지나는 차들이 적어 수월했다. 하지만 바람이 너무 거세 오토바이가 균형을 잃고 쏠린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안정적인 승용차와는 달랐다. 뒤에서 바람이 불면 속도에 가속이 붙어 원하는 것보다 훨씬 빨리 달리게 돼 ‘붕’ 뜨는 느낌이 자주 들었다. 기자는 서툰 운전으로 2시간 반 가까이 달린 끝에 겨우 목적지에 도착했다.

전문가들은 자동차 면허 혹은 자전거 운전 실력만 믿고 익숙하지도 않은 여행지 도로를 오토바이를 타고 달리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초보 오토바이 운전자가 동승자를 태우고 달리는 것은 자살 행위에 가깝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제주도에서 여행경비 절감 등을 이유로 소형 오토바이 1대에 2명이 함께 타고 달리는 장면을 쉽게 볼 수 있었다. 동승자들은 오토바이 헬멧도 쓰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오토바이 운전 경력이 거의 없는 상태에서 무턱대고 도로로 나서는 여행객이 늘면서 관련 사고도 늘고 있다. 지난해 제주도에서 발생한 오토바이 사고는 총 337건. 2008년(199건) 이후 계속 증가하는 추세다. 정윤재 교통안전공단 책임연구원은 “자동차 면허만 있으면 오토바이까지 탈 수 있게 한 면허제도가 가장 큰 문제”라며 “유럽에서는 별도의 오토바이 면허증이 있어야 오토바이를 탈 수 있다”고 지적했다.―제주에서

동아일보 주애진 기자 ja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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