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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정가영 기자]

30도를 훌쩍 넘는 여름, 장동만(48·대전)씨는 마스크를 쓰고 다닌다. 폐이식을 해 면역력이 약한 아내에게 혹시라도 감기가 옮길까 싶어 내린 조치다. 그는 더운 날씨에도 마스크를 쓴 채 국회를 찾아 나서고 있다. 대전에서 서울까지 몇 번이고 오르락내리락하는 것을 마다치 않는다. 2010년 4살 된 딸아이를 하늘나라로 보내고 현재 폐이식 후 힘겨운 사투를 벌이고 있는 아내를 위한 가장으로서의 최선을 다하는 그, 그는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가족이다. 

장씨는 지난 24일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과 함께 국회를 찾아 환경노동위원회 새누리당 의원들에게 자신의 사연을 적은 편지를 전달했다. 편지의 수신자는 박근혜 대통령. 그는 이미 며칠 전 청와대에도 편지 한 통을 보냈다. 장씨는 편지에서 고통스러운 나날을 한 줄 한 줄 적어나갔다.

"딸아이를 잃고 아내는 죽음 앞에서 정말 고통스러운 폐이식까지 했습니다. 정말 눈물로 고통으로 절망 속에 살고 있습니다. 저희의 이 고통이 옥시와 홈플러스 등 다국적 기업들의 제조물품 때문이라는 것은 다 밝혀져 있음에도 기업은 사과는커녕, 대형로펌을 사서 저희를 괴롭히고 있고 정부는 아직 손을 쓸 생각도 없습니다. 계속되는 병원비, 소송비, 그리고 이 정신적인 고통을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가습기살균제 피해가 발생한 지 햇수로 3년, 그를 포함한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은 아직까지도 정신적, 육체적 고통에 허덕이고 있지만 윤리기업을 선도한다는 대형 기업들, 국민을 지켜야 할 국가마저도 이들의 고통을 외면하고 있다.


폐.jpg


그는 뒤늦게 결혼해 어렵게 얻은 딸을 보낸 순간을 기억하고 있다. 

"아이는 입과 코에서 피를 한주먹씩 토하고 있었습니다. 병원에서 바이러스일지 모른다는 말에 아이가 피를 토할 때마다 그 피를 다 마셨습니다. 바이러스면 같이 죽자고요."   

그렇게 딸을 보내고 피눈물의 시간을 보낸 1년 뒤, 이번에는 아내의 폐가 굳어갔다. 당시 아이의 사망 원인이 가습기 살균제라고 생각하지 못해 계속 가습기 살균제를 썼던 게 화근이었다. 아내의 폐이식 수술비 등으로 2억이 넘는 천문학적인 돈이 들어갔고 지금도 병원비, 약값 등으로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다. 독한 약으로 아내의 신장까지 무리가 생길 수 있어 약을 바꿔야 하지만, 몇 백만 원을 호가하는 약값에 답답한 심정이다.   

무엇보다 힘든 건 대한민국 국민으로 국가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분노와 절망이다. 장씨는 "이 나라에 사는 외국인들보다 더 못한 대우를 받는 국민이구나 할 때가 많다. 우리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은 3류 국민이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고 울분을 토했다.  

정부 관계 부처는 서로 자기네 소관이 아니라며 책임 회피에 바쁜 양상이다. 그나마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지난 19일 전체회의를 열고 '가습기 살균제의 흡입 독성 화학 물질에 의한 피해 구제에 의한 법률안'(장하나 민주당 의원 대표 발의) 등 4개의 가습기 살균제 피해구제 관련 법안을 일괄 상정했지만, 여전히 갈 길이 멀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의 소망처럼 가습기 살균제 피해구제법안이 6월 임시국회를 통과하기 위해선 공청회와 법안심사소위, 법제사법위원회, 본회의 등의 순서를 거쳐야 하지만, 아직 공청회 일정마저도 잡히지 않고 있다. 특히 가습기 살균제에 대한 피해 구제는 제조업체의 책임이라는 환경부의 방침에 장씨를 비롯한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의 상처는 깊어지고 있다. 

장씨는 "대통령님, 정말 이 고통의 시간을 보내는 유족이나 중증환자, 폐이식을 한 이 죄 없는 국민을 불쌍히 보고 도와 달라. 외면하지 말아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장씨는 26일에도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과 함께 국회를 방문해 1인 시위를 할 예정이다. 6월 임시국회에서 가습기 살균제 피해구제 법안이 통과될 수 있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사실상 가습기 살균제 피해구제 법안의 6월 국회 통과는 힘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럼에도 장씨는 희망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장씨는 25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아이 신발 하나 사주지 못하고 떠나보냈다. 우린 하루하루 절박하게 살아가고 있다. 생명을 걸어서라도 지켜내고 싶다"고 전했다.


폐2.jpg


아래는 장동만씨가 박근혜 대통령에게 쓴 편지 전문. 

박근혜 대통령님!

어려운 현재 상황에 애쓰시느라 너무 고생 많으세요. 진심으로 대통령님의 평안함을 기원합니다. 항상 마음으로만 성원하고 그랬는데 이렇게 대통령님이 되셔서 나라를 이끌고 나가시는 것을 보니 너무 기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 바쁘신 중에도 너무도 고통스러워 글을 몇 자 적어봅니다.  

저는 대전에 사는 장동만이라고 합니다. 3년 전 4살 된 딸아이를 잃고 아내는 죽음의 앞에서 정말 고통스러운 폐이식까지 한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입니다. 지난 시간 정말 눈물로 고통으로 절망 속에 살았습니다. 지금도 그렇습니다. 제 인생이 이렇게 후회스럽고 정말 살기 싫다고 느낀 적은 없었습니다. 2010년 3월 18일 사랑하는 딸아이의 아프다는 소식을 듣고 급히 달려갔습니다. 대전의 한 병원 중환자실에 누워있는 아이를 보며 머릿속이 텅 비었습니다. 이미 세상을 떠났다는 의사의 이야기를 듣고는 울부짖었습니다. 

아이의 입과 코에서는 피가 한주먹씩 나오고 있었습니다. 병원에서는 이유도 모른다, 단지 바이러스일지 모르겠다고 하길래 저는 아이가 피를 토할 때마다 그 피를 다 마셨습니다. 바이러스면 같이 죽자고요. 그렇게 1일 만에 아이를 화장하여 떠나보내고 피눈물의 시간을 보냈습니다. 세상이 그렇게 고통스러울 수가 없었습니다. 먹는 것도 싫고요, 즐거움도 없고요, 왜 사는지.. 이렇게 살아도 죄가 안 되는지 정말 정말 찢어지는 고통이었습니다.

그렇게 눈물로 산으로 들로 울며 아내와 함께 다니던 중 2011년 4월 아내가 다시 급성으로 호흡이 불가능하여 병원에 가보니 폐가 하얗게 되는, 그리고 굳어가는 것이었습니다. 의료진도 모르고 방법이 없어 평생 멀다고 생각한 서울병원으로 향했습니다. 아산병원에 도착함과 동시에 중환자실로 들어갔습니다. 이제 내 인생은 끝나는구나, 작년에는 아이를 보내고 지금은 아내까지? 도대체 내 인생은 왜 이런가.. 저주받았나? 정말 고통스러웠습니다. 

그런데 다음날 보니 저희와 똑같은 아주머니들이 7명이 있는 겁니다. 모두 그 고통스러운 ECMO(에크모·체외막산소화장치)라는 기계를 달고 숨을 쉬는 것이 아니라 기계가 피를 돌려 산소를 넣어주는 공급장치를 달고 있는데 손, 발은 묶여있고 몸에는 15군데 구멍을 뚫어놓고 눈만 깜빡거릴 뿐, 전혀 가망성이 없었습니다. 

그렇게 병원생활은 말 그대로 상상을 못할 고통으로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육체적인 고통은 말로 할 수 없고요. 천문학적인 병원비는 더 고통스럽게 하고 있었습니다. 지금까지 2억이 넘는 돈이 들어갔고 지금도 병원비, 약값은 정말 고통입니다. 그 기간 나머지 아주머니들은 하나둘씩 돌아가시고 그 당시의 7명 중 저희만 살았고 뒤에 오신 분들도 간신히 폐를 이식하여 살았습니다. 그러나 폐이식이 워낙 어렵고 호흡기라 얼마나 살지 장담은 못합니다.  

박 대통령님!

저희의 이 고통이 옥시와 홈플러스 등 다국적 기업들의 제조물품 때문이라는 것은 다 밝혀져 있는 상태입니다. 가습기 살균제 말입니다. 그런데도 기업은 한마디 사과는커녕 그 깨끗하지 못한 돈으로 대형로펌을 사서 저희들을 괴롭히고 있고 정부는 아직 손을 쓸 생각도 없고, 계속되는 병원비와 소송비, 그리고 이 정신적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제발! 정의롭게 그리고 이것 하나만이라도 해결되어서 이 한을, 먼저 하늘나라로 간 딸 예영이와 좋은 사람을 택하지 않고 이 못난 사람과 결혼하여 열심히 살아준 우리 아내의 한을, 이 고통을 헤아려주십시오. 

어떨 때는 '이 나라에 사는 외국인들보다 더 못한 대우를 받는 국민이구나' 할 때가 많습니다. '우리는 3류 국민이구나'하는 생각을 갖게 됩니다. 질병관리본부의 원인분석 결과에 따라 그 문제의 제품은 시판이 중단되었고 그 결과 지금까지 이 같은 질병은 다시 생기지 않고 있다고 합니다. 더 이상 무엇으로 증명을 하겠습니까? 원인, 진행, 결과가 너무도 명백한데 기업은 사과도 없고 또 그에 따른 책임도 회피, 아니 오히려 대형 로펌을 사서 고통을 주고 있고 정부도 3년간 모르는 척 지금까지 나 몰라라하고 있습니다.  

대통령님 ! 

수많은 일들이 일어나고 해결해야 할 일들이 너무도 많은 것 압니다. 하지만 정말 이고통의 시간을 보내는 사망피해자 유족이나 중증환자, 폐이식을 한 이 죄 없는 국민들을 불쌍히 보시고 도와주시기를 바랍니다. 외면하지 말아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이제 한시름 놓을 수 있도록 제발 함께해 주시기를 소원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두서없이 이야기를 했습니다. 너무도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지만 길게 쓰지 못하겠네요. 마음으로 함께해 주시기를 원합니다. 혹! 정말로 이글을 대통령님이 읽게 되는 행운을 갖게 된다면 저의 마음이 잘 전달되었으면 합니다. 건강하시고요, 이제까지의 모든 대통령들보다 정말 잘하실 것을 저는 확신 합니다. 기도하며 후원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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