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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성.jpg


"모든 일에 때가 있다면 지금이 바로 그 때인 듯싶다."

시즌 말미에 영국에서 박지성을 만나 대표팀 복귀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대뜸 내년에 브라질 가자고 하니, 월드컵을 가서는 보고 싶다고 했다. 유럽에서 10년 뛰면서 전 세계 안 가본 곳 없이 다 다녀봤을 것 같은 박지성이지만 브라질은 물론 남미에는 가보지 못했다며 가보고 싶다 했다. 하지만 곧 눈치를 챘는지 웃어넘긴다. 대표팀에 복귀해 선수로 브라질 땅을 밟자는 이야기인 걸 안 때문이다. 손을 젓기에 어떻게든 해보려 했는데 이래저래 그 마음 분명했다.

대표팀에서 은퇴한 마음은 분명했고 또 변함없었다. 무엇보다 자신이 그랬듯 어린 선수들에게 합당한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의 박지성이 가능했던 그 시작은 2002월드컵에서의 기회였다. 내로라하는 하는 선배들이 많았지만 히딩크 감독은 20대 초반의 박지성을 택했고 박지성은 그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누군가 자리를 비워주지 않았다면 누군가는 그 빈자리를 채우지 못했을 들고남이었다. 비면 채우는 자연스런 이어받음을 기억하고 또 그 때가 지금이라 생각했다. 스스로가 누군가 비워준 자리에 들어갔듯 이젠 자신도 누군가를 위해 자리를 비워줘야 한다고 마음먹었다.

서른 초반으로 대표팀에서 은퇴하기엔 이른 나이였지만 이미 월드컵 본선 무대를 세 차례나 밟은 것만으로도 고맙고 또 여기까지라 여겼다. 고질적인 무릎 통증 등으로 한 곳, 소속 팀에 집중하고자 하는 마음이 없었던 건 아니다. 하지만 박지성의 마음을 강하게 움직인 건 2002월드컵 4강에 올랐던 한 세대의 역할은 여기까지란 생각이었다. 새로운 세대에 대한 기대는 필연적으로 지난 세대의 잊힘과 함께 한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은 그렇게 또 다른 새로운 세대의 시작이라 여겼다. 그래서 비워줘야 한다 생각했다.

실제로 한국축구는 새로운 세대의 시작과 마주하고 있다. 오랜 시간 준비했던 2012년 런던올림픽 동메달 멤버들이 성장하면서 국가대표팀의 주축으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 어제 이란과의 브라질월드컵 최종예선 마지막 승부만 보더라도 런던올림픽을 준비했거나 본선 무대를 밟았던 멤버가 6명이나 출전, 절반 가까이를 채웠다. 20대 초반의 손흥민과 이명주를 포함하면 평균 연령이 한층 내려간 대표팀이다. 아직은 부족하고 서툰 면이 있지만 그 재능과 잠재력은 새로운 한 세대를 기대해도 좋을 만큼 깊다.


박지성2.jpg


하지만 문제는 세대와 세대의 연결이 너무 단절된 듯 존재한다는 점이다. 한 세대가 너무 급작스레 사라지고 그 여파로 뒤를 잇는 새로운 세대가 과거의 유산을 제대로 물려받지 못하고 있다. 세대와 세대 사이에 너무나 깊은 골짜기가 있는 듯하다. 이란전만 놓고 본다면 월드컵 본선 무대를 경험한 선수는 이동국과 정성룡 단 둘 뿐이었다. 월드컵 본선에 연속해 출전하는 국가 중 이처럼 큰 폭의 세대교체는 찾아보기조차 힘들다.

물론 기성용, 구자철, 이청용 등이 돌아와 자리 잡으면 지금보다는 안정적인 팀의 완성이 가능할 것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남극 빙하 사이에 낭떠러지처럼 존재하는 크레바스와 같은 세대 간의 골짜기 문제는 해소되기 어렵다. 세대와 세대를 연결하는 특별한 그 무언가가 부재하기 때문이다. 앞 뒤 세대의 신망과 이해를 동시에 갖고 있는, 그래서 세대 전체를 아우를 절대적 존재감이 절실한 데 지금으로선 박지성이 최적의 선택이고 유일한 대안이다. 

첼시로 복귀한 조세 무리뉴 감독은 선수가 자신의 커리어에 있어 가장 강렬한 빛을 뿜어내는 나이를 24세~26세라고 했다. 물리적인 나이로 단정 짓는 건 함정이 있을 수 있겠지만 팀의 전체 평균 나이도 그 사이를 이룰 때 이상적이라고 했다. 런던올림픽 세대는 분명 한국축구의 희망이지만 앞 세대와 단절적으로 존재해선 위험하고 또 제한적일 수 있다. 보다 많은 자극과 경험이 필요한데 또 다른 시대 혹은 세대와의 소통은 그래서 중요하다. 박지성은 그 핵심이 될 수 있다.

후배들에게 기회를 줘야한다는 박지성의 마음을 이해하고 또 존중한다. 하지만 어느 때는 그 기회가 마냥 비워주는 것만으로 채워지진 않는다. 한 발 물러서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힘이 될 순 있겠지만 어느 때는 그 손을 잡고 함께 뛰는 게 뒤를 잇는 세대들에게 실질적인 기회일 수 있다. 특히 지금처럼 흔들리는 대표팀에서는 더 그렇다. 또 대표팀에 복귀해 새로운 때를 맞기에도 새 감독이 부임하는 지금이 시간의 문이 열리는 때이다.

지성, 당신의 마음을 이해하지만 이제는 돌아올 때인 듯 싶습니다.


기사제공 : 축구전문가 박문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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