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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 불공정행위 왜 반복되나

4대 그룹을 포함해 주요 대기업이 2003년부터 지난해까지 매년 빠짐없이 불공정행위에 따른 처벌을 받으면서도 개선되지 않는 것은 잘못된 관행과 법 집행이 자리 잡고 있어서다. 우선 불공정행위의 주체인 해당 기업 임직원에 대해 회사가 처벌보다는 감싸기에 나서고 있는 것이 문제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공정거래위원회가 대기업에 대해 솜방망이 처벌을 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국민일보가 2003∼2012년 공정위 의결서를 분석한 결과 669건의 불공정행위를 저지른 20대 그룹에서 검찰에 고발된 해당 기업의 임직원은 4명에 불과했고 그나마 징역형은 한 명도 없었다. 반면 미국 공정경쟁당국은 2005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불공정행위를 저지른 10개 한국기업의 임직원 15명을 검찰에 고발했다. 이들은 모두 벌금형 및 징역형이 부과됐다.

공정위는 불공정행위를 적발하면 경중을 따져 고발, 과징금, 시정명령, 시정권고, 경고 등의 조치를 내린다. 과징금은 기업에 금전적 부담을 주지만 담합에 직접 참여하는 개인에게는 아무런 억제 효과가 없다. 공정위가 간혹 법인을 고발할 때도 있지만 결국 벌금형에 그치기 때문에 기업 입장에서는 과징금과 별다른 차이를 느끼지 못한다. 임직원은 사실상 책임을 지지 않아 부담 없이 불공정행위에 뛰어드는 구조다.

낮은 과징금 부과기준, 각종 감경·감액도 불공정행위를 되레 부추기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공정위는 담합 사건의 경우 관련 매출액의 10%를 과징금 상한 기준으로 정하고 있다. 아무리 부당이익을 많이 올려도 매출액의 10%만 과징금으로 내면 그만이다. 이마저도 복잡다단한 과징금 산정과정에서 대폭 깎이는 경우가 허다하다. 공정위 고시에 따르면 과징금을 감경·감액할 수 있는 참작요소는 무려 13개에 이른다. 반면 과징금을 더 매길 수 있는 가중 요소는 7개에 불과하다.

여기에다 불공정행위로 제재를 받아도 영업에는 별다른 불이익이 없다. 국가계약법에 따라 공정위는 입찰 담합에 연루된 업체가 부정당업자로 지정되도록 중앙관서에 입찰참가 자격제한을 요청해야한다. 요청을 받은 중앙관서는 모든 중앙관서에 이를 알려 해당업체의 입찰참가를 막는다. 과거 5년 동안 입찰담합으로 받은 벌점 누계가 5점을 초과한 사업자가 다시 입찰담합을 저지른 경우가 이에 해당된다. 그러나 공정위가 무소속 송호창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입찰참가 자격제한 조치를 요청한 사례는 단 한 건도 없었다.

불공정 대기업들은 또한 공정위 제재와 관련해 행정소송으로 맞서 실익을 취하고 있다. 지난 10년 동안 공정위를 상대로 제기된 행정소송 665건 가운데 20대 그룹은 26.8%(178건)를 차지했다. 기업 입장에서는 재판에서 이기면 더할 나위 없이 좋고, 지더라도 재판결과가 확정될 때까지 수년 동안 과징금을 납부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일단 ‘묻지마 소송’을 남발하고 있다.

송 의원은 “우리나라는 담합의 최대 형량이 징역 3년인 반면, 미국은 최근 10년으로 상향조정했다”며 “강력한 형사처벌과 함께 실무 책임자는 물론 최고경영자까지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공정거래 질서가 확립될 수 있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

국민일보 경제부=김찬희 차장(팀장), 이성규·선정수·백상진·진삼열 기자

국민일보 사회부=박요진·박은애·전수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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