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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살에 한국을 떠나 20년 동안 외국생활을 한 A씨(31·여)는 2006년 귀국했다. 가족이나 친척도 없이 외롭게 지내던 A씨는 2009년 유부남인 B씨(43)를 만났다. A씨는 “아내와 같이 살고 있지 않으며, 이혼절차를 밟고 있다”는 B씨의 말을 믿고 이듬해 결혼식을 올렸다. 두 명의 아이도 낳았다. 한국문화에 익숙지 않았던 A씨는 한국 법에 간통죄가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

결혼생활은 대기업 직원이던 B씨가 회사 기밀을 유출하고, 공금을 횡령한 혐의로 기소되면서 깨졌다. 수사 과정에서 B씨의 간통 사실이 드러났고, B씨의 아내는 지난 1월 두 사람을 고소했다. 간통죄는 피고인들이 성관계를 가졌다는 증거가 필요한데 사진이나 녹취 등 직접 증거는 없었다. B씨의 아내는 “다른 증거는 필요없다”며 “두 사람 사이에 낳은 아이들이 간통의 증거”라고 주장했다. A씨도 검찰 조사에서 “아이들이 B씨와 사이에서 낳은 친자식이 맞다”고 진술했다. 첫째와 둘째 아이 사이에 가졌던 쌍둥이의 낙태사실도 증거가 됐다.

A씨는 지난 4월 1심에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1심 재판부는 “두 사람이 사실상 부부관계를 유지하면서 2명의 자녀까지 출산해 참작할 점이 있지만, 아직 정식으로 혼인이 해소되지 않은 것을 알면서도 범행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A씨는 “아이들이 간통죄의 증거라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항소했다. 지난 1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8부(부장판사 하현국) 심리로 열린 항소심 재판에서 A씨는 “내가 처벌을 받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나중에 자신들이 태어난 게 간통죄의 증거가 됐다는 사실을 아이들이 알게 하고 싶지 않다”며 눈물을 흘렸다. 이어 “고소인이 녹취나 사진 등 다른 증거가 없지만 아이들을 증거라고 주장했는데, 어떻게 아이들이 증거물이 될 수 있느냐”며 “축복받지 못한 삶을 살게 될 두 아이가 불쌍하다”고 서툰 우리말로 호소했다.

현재 B씨는 1심에서 징역 4년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A씨는 법정에서 “B씨 재산도 차압당해 집에 있는 물건을 팔아서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며 재판부에 선처를 호소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정현수 나성원 기자 na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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