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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세계일보

기초연금 공약 수정 후 박근혜 정부가 진화에 애를 먹고 있다.
‘대국민 사기극’이라는 야당의 공세는 차치하더라도 청장년층 사이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만만찮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번 조치가 국가 재정 부담을 고려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점을 내세운다. 반면 진보 진영에서는 “수정안이 시행되면 장기적으로 사회불안이 심화되고 국가 발전을 저해할 것”이라고 우려한다. 그 이유로, 한국사회의 노인 빈곤층 비율이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편이며 특히 노년층의 자살률 증가 속도가 빠른 점을 꼽는다. 압축하면 ‘재정건전성 강화’와 ‘복지 강화’의 차이다. 누구의 주장이 맞을까. 정답은 ‘아직은 알 수 없다’로 모아진다. 이번 사안이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혼외아들 논란처럼 유전자 감식 한방으로 가려질 것이 아닌 미래와 연계된 때문이다. 그나마 가장 가까운 정답은 우리보다 앞서 연금제도를 발달시킨 선진국의 예에서 찾을 수 있다.


스웨덴 연금개혁 합의도출에 10년

최근 국제노인인권단체인 ‘헬프에이지 인터내셔널’은 유엔인구기금(UNFPA) 등과 함께 91개국의 노인복지 수준을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소득, 건강, 고용, 자유 등 분야별 평가에서 우리나라는 총 39.9점을 받아 67위에 그쳤다. 이는 우리나라가 2년 연속 무역 1조 달러를 달성하고 국가별 교역 순위 8위(2012년 기준)인 점을 감안하면, 경제 규모에 비해 복지 수준이 턱없이 낮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복지수준이 낮다는 것은 사회보장제도가 낙후됐다는 뜻이다. 스웨덴처럼 노인복지 수준이 높은 나라의 국민들은 사회보장제도가 발달되어 있어 은퇴 후를 걱정하지 않는다.

스웨덴의 최저보장연금은 2011년 기준 1인당 7597크로나(134만 원)다. 최저생계비가 4832크로나 정도여서 의식주 문제로 불편을 겪는 일은 없다. 스웨덴 연금제도의 역사는 깊다. 1913년부터 시행된 스웨덴 연금제도는 100년째 맞고 있지만 큰 변화는 없다. 일부에서 “스웨덴의 보편적 복지가 흔들리고 있다”는 식의 언론 보도가 간간이 나왔지만 흔들렸다기보다 내실을 다지는 차원이었다. 1998년 단행된 연금개혁이 그것으로 1988년 첫 논의를 시작해 10년만에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냈다. 말이 10년이지 스웨덴 정부의 내공을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이에 비하면 우리 정부는 너무 속전속결 식이다. 박근혜정부의 기초연금 수정 발표 후 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우리 국민 절반 이상은 “정부의 입장은 이해하지만 사전에 국민을 상대로 충분히 이해를 구하지 않은 점은 아쉽다”는 반응을 보였다.

과거 스웨덴 연금제도의 특징은 2층 구조였다. 노인 모두에게 주는 기초연금을 1층으로 하고, 소득에 비례해 주는 연금을 2층으로 하는 구조다. 개혁된 연금개혁은 기초연금을 없애는 대신 최저보장연금제도를 도입하고, 소득비례연금의 문제점을 개선했다. 그렇게 한 까닭은 인구의 고령화와 경제 불황이 겹쳤기 때문이다. 지급 연령은 65세로 우리나라와 똑같지만 차이는 있다. 우리나라는 소득 상위 30%는 기초노인연금을 못 받지만 스웨덴 국민들은 누구나 최저보장연금을 받는다는 점이다.

연금개혁으로 몸살 앓는 선진국

한국사회가 기초연금으로 시끄럽듯이 유럽의 선진국들도 연금 개혁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대표적인 나라가 프랑스다. 프랑스는 지금 올랑드 사회당 정부가 마련한 연금 개혁안을 놓고 논란이 분분하다. 프랑스 최대 노조단체인 노동총연맹(CGT)을 비롯한 4개 노조가 연금 개혁 반대 파업을 예고했으나 정부 안에 찬성하는 노조도 있어 갈등을 빚고 있는 것. 올랑드 정부 연금 개혁안의 핵심은 본인 부담금을 더 많이 내는 것이다. 이 방안이 확정되면 프랑스 직장인 대부분은 정년(62세)보다 더 일을 해야 연금을 전액 받을 수 있다. 프랑스 정부가 연금 개혁안을 밀어붙이는 것은 재정적자로 인해 수술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한 때문이다. 

영국도 연금제도 수술에 들어갔다가 홍역을 치렀다. 영국의 연금제도는 국가 주도의 공적연금과 기업 및 개인 주도의 사적연금이 유기적인 연계를 이루는 형태다. 영국 정부가 연금을 개혁하기로 한 까닭은 인구노령화에 따른 연금수급자의 증가 때문. 이로 인해 재정부담이 증대하자 국가 부담을 줄이는 대신 사적연금제도를 활용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전환했다. 주목할 점은 재정부담에도 불구하고 빈곤층에 대한 공적 지원은 강화했다는 점이다. 반면 중산층이나 고소득층의 노후를 사적연금에서 상당부분 해결하게끔 역할 분담했다. 이점 우리 정부가 빈곤층에 대해 최저 생계비에서 기초연금을 공제하는 정책과 대비된다. 

캐나다는 자국에서 10년 이상 산 국민(영주권자 포함) 모두에게 매달 500달러 안팎의 노인연금을 준다. 캐나다 노인연금제도는 (OAS, Old Age Security) 은퇴 후 수입원의 가장 기초가 되는 소득으로 65세부터 지급된다. 

캐나다 독거 노인은 기초연금 외에 생활보조금을 합쳐 월 평균 105만 원 정도를 받는데 거주 기간에 따라 차이가 있다. 40년 이상 캐나다에 산 무소득 노인의 최대 수령금액은 약 130만 원(2012년 기준)이다. 연금 자금은 캐나다 연방정부의 일반 세수입에서 나온다.

미국의 경우, 일정기간 일하고 받는 소셜시큐어리티 연금 외에 빈곤층에게 주는 생계보조금이 있다. 우리나라의 최저 생계비와 비슷하지만 다른 점도 있다. 한국과 달리 빈곤층 노인에게 최저생활비를 지원할 때 자녀의 재산 여부는 따지지 않는다. 또 시민권자와 영주권자의 적용 기준이 다르다. 시민권자는 거주지와 관계없지만 영주권자는 해외 거주시 빈곤층에 주는 생계보조금의 자격이 박탈된다. 미국 정부의 이런 방식은 우리 정부가 이중국적자에게 기초연금을 줄지를 놓고 고민하는 것과 관련해 참고할 필요가 있다. 

미국의 노인연금 금액은 주마다 차이가 있다. 재정형편에 따라 다르지만 월 850달러(버지지나주 기준) 정도를 받는다. 연간으로 치면 약 1만달러 되는데 우리나라와 다른 점은 최소한 폐지 줍는 노인은 없게끔 애를 쓴다는 점이다.

공적연금으론 노후 해결 부족

선진국 연금제도는 노후보장이 취약한 우리나라에게 많은 시사점을 던져준다. 한국사회 역시 급속한 인구 고령화에 공적연금이 노후를 해결하는데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현재 공적연금을 받는 고령자는 전체 고령자의 35%에 불과하며 그마저도 월평균 연금 수령액이 40만 원도 채 안 된다. 이번에 정부가 소득 하위 70%에게 지급하기로 한 기초노령연금도 빈곤층의 노후 대책에 작은 도움은 되겠지만 충분조건은 못된다. 우리는 골목 어귀마다 폐지를 잔뜩 실은 리어카를 끄는 할머니 할아버지를 심심찮게 만날 수 있다. 이 모습이 복지 한국의 현주소다. 한국의 노인들은 언제까지 각자 도생할 것인가.
이정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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