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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이영미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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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저리그 데뷔 후 처음 경험한 포스트시즌. 와일드카드 경기에서 머물렀지만, 추신수는 솔로 홈런 포함, 2득점을 올리며 성공적으로 시즌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사진=순스포츠 홍순국 기자)

어제 피츠버그와의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마친 후 새벽에 신시내티 집에 도착했습니다. 지난 4월부터 약 6개월가량 머물렀던 공간을 정리하고 떠날 날도 이제 하루밖에 남지 않았네요. 가족들이 애리조나에 있는 탓에 혼자 지낼 만한 작은 집을 구했고, 야구 경기 결과에 따라 이 집에서의 생활이 행복하기도 했고, 때론 힘들고 외로웠던 적도 많았습니다. 이미 애리조나에 대부분의 짐을 부친 터라 집안 곳곳이 휑한 느낌을 줍니다. 정말 시즌이 끝난 것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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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츠버그전에서 홈런을 터트렸지만, 추신수는 팀의 패배가 완연해지면서 기뻐할 수조차 없었다.(사진=순스포츠 홍순국 기자)

어제 피츠버그 파이어리츠 경기장은 지금까지 제가 경험한 경기장 문화와는 색깔도, 분위기도 완전히 달랐습니다. ‘아, 이래서 포스트시즌을 기다리는 구나’ 싶을 만큼 피츠버그 팬들의 열광적인 응원에 잠시 숨이 턱 막힐 정도였습니다. 검은색 손수건을 흔들며 홈 팀의 승리를 위해 경기장이 떠나갈 듯이 함성을 지르는 관중들을 보면서 ‘이곳이 피츠버그가 아닌 신시내티였다면 얼마나 좋았을까’하는 안타까움이 생기더군요.

피츠버그와의 와일드카드 결정전은 한 마디로 신시내티의 완패였습니다. 투수도, 타자도, 수비도 모두 우리가 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결과만 놓고 본다면 자꾸 뒤를 돌아보게 되는 아쉬움이 한두 가지가 아니지만, 그래도 모두 최선을 다했고, 그로 인한 결과이기에 수긍하고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8회말, 2-6으로 지는 상황에서 수비를 위해 중견수 자리로 뛰어가는데, 갑자기 신시내티 레즈 선수로 보낸 한 시즌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갔습니다. 중견수로 수비 위치가 바뀌며 어떤 결과를 생산해낼 지에 대해 많은 얘기들이 쏟아졌던 상황들, 끝내가 홈런, 끝내기 안타를 치며 최고의 기쁨을 만끽했던 순간들, 6,7월 극심한 슬럼프에 빠지며 그 아픔을 극복해내기 위해 몸부림쳤던 시간들, 그리고 와일드카드 경기를 위해 피츠버그로 향한 장면 장면들이 파노라마처럼 이어지면서 짧은 시간동안 잠시 감상에 젖게 만들기도 했습니다. 
신시내티에서는 좋은 사람들과 의미있는 인연을 맺었습니다. 2013 신시내티에서의 생활을 정리하며 평소 제가 고마워했던 분들에게 일기를 통해 편지를 쓰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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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츠버그에게 디비전시리즈 진출을 헌납한 후 '미안하다'고 말하는 추신수에게 '디스 이즈 라이프'라며 위로를 해준 더스티 베이커 감독(사진=순스포츠 홍순국 기자)

먼저 더스티 베이커 감독님…. 감독님, 제가 무슨 말씀을 드리고 싶어하는지 아시죠? 어제 신시내티로 이동 후 클럽하우스에서 인사드릴 때, 침통해 하는 제 표정을 보시고 ‘디스 이즈 라이프’라고 하셨던 말씀, 결코 잊지 못할 겁니다. 신시내티에서 혼자 지내는 저를 위해 다양한 먹거리 등을 챙겨주시고, 힘들어할 때마다 인생의 연륜이 묻어나는 따뜻한 조언들을 통해 절 위로해주시려 했던 부분도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무엇보다 성적이 안 좋을 때도 절 책망하기 보다는 흔들림 없는 믿음과 신뢰를 보여주시며 용기를 갖게 해주신 점은 고개가 숙연해질 정도의 감동이었습니다. 단언컨대, 지금까지 만난 감독님들 중에서, 당신은 최고의 보스였습니다.

제이 브루스! 당신은 내가 만난 신시내티 선수들 중 가장 멋진 동료였어. 항상 내 입장에서 먼저 생각해줬고, 내가 야구가 안 돼 괴로워할 때는 자신감을 심어주면서 용기를 불어 넣어주었지. 우린 서로한테 배운 게 많아. 당신보다는 내가 당신한테 배운 게 훨씬 더 많을 거야. 제이! 진심으로 고마워. 당신의 따뜻한 마음 씀씀이에 대해 다시 한 번 감사한 마음 전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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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신수는 제이 브루스에게 따뜻한 인사와 고마움을 전했다. 실제 경기장에서 헤어지면서 가장 오랫동안 포옹을 나눴다고 한다. 내년에 어느 팀에서 만나도 서로를 생각하자면서 말이다.(사진=순스포츠 홍순국 기자)

신시내티의 비밀 병기, 빌리 해밀턴! 빅리그 데뷔전부터 빠른 발의 위력을 유감없이 보여주면서 우리들을 초토화시켰었지. 해밀턴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어. 앞으로 신시내티를 내 집이라고 생각하고 편안하게 생각했으면 좋겠어. 눈치 보지 말고 당당하게 말이야. 해밀턴의 재능은 정말 뛰어나. 그 재능을 잘 살려나갔으면 해. 당신에게 진심으로 행운을 빌게.

그리고 신시내티 팬 여러분! 지난 한 시즌 동안 전 이 팀에서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많은 것을 얻었습니다. 얼마 전 관중석에서 이런 소리가 들렸습니다. “추, 우리는 당신을 정말 사랑한다. 내년에도 추가 이곳에 남아줬으면 좋겠다”는 외침이었습니다. 지금은 그 메시지에 어떤 대답도 할 수 없지만 2013년 신시내티 팬들과 함께 했던 시간들은 오랫동안 좋은 추억으로 각인될 것입니다.

이렇게 일기를 통해 인사를 전하고 나니, 조금씩 실감이 나네요. 162게임의 정규시즌과 포스트시즌 1게임을 더 치른 올시즌이 완전히 마무리됐다는 사실을요. 그리고 2013년 ‘추신수 MLB 일기’도 서른네 번째에서 끝을 맺습니다. 앞으로 더 좋은 소식으로 다시 인사드리겠습니다. 여러분! 과연 전 내년에 어떤 팀 유니폼을 입게 될까요? 벌써부터 궁금해집니다.

*이 일기는 추신수 선수의 구술을 정리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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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시즌 자신의 일기를 통해 희로애락을 표현했던 추신수. 내년에 더 좋은 소식으로 다시 만나길 바라며 2013 추신수 MLB일기를 마무리한다.(사진=순스포츠 홍순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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