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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영화보는 것을 좋아한다.

 

어렸을 적에 할머니집에 세들어 살던 사람들이 분식집을 했었는데,

길가에 나있는 문과 벽에 극장측에서 영화광고 포스터를 붙이러 오면, 항상 영화 초대권을

몇장 할머니에게 주고 갔습니다. 포스터 붙이게 허용해주는 대가로 받았던 것이다.

 

아무튼 할머니 손에 이끌려서, 동네 조그마한 영화관에 가서 보던 영화를 지금도 생생히

기억하는 장면들이 있다. 여배우 도금봉 주연 월하(月下)의 공동묘지 영화는 어찌나 무서웠던지,

머리를 풀어헤친 여자 귀신의 모습이 자꾸 생각나서 화장실도 제대로 가지 못했던 기억이 있다.

 

당시 영화관은 애국가부터 시작하고 국가홍보 대한뉴스도 보아야 하고, 영화 중간 중간 필름이 끊기기 일쑤였지만,

그런 것 자체가 나는 다 재미있고 신기했다. 필름 끊기면 휘파람 소리 불어대는 소리가 난무했었다.

조심하지 않으면 누군가 씹던 껌을 덕지 덕지 붙여놓은 자리에 앉으면 낭패당하기 십상이었다.

 a0114857_49abbe70c49da.jpg

 

Gwyneth Paltrow 주연한 영화 Sliding Doors를 떠올려 본다.

Helen이라는 여주인공이 어느날 갑자기 다니던 회사에서 부당하게 해고를 당하고 나서

집으로 돌아가려고 지하철을 타려는 순간, 지하철 문(sliding doors)이 열려서 탔을 때와 

지하철문이 닫혀버려서 타지 못했을 경우를 나누어서 

여주인공의 운명이 어떻게 극과 극으로 달라지는가를 보여주는 내용이다

 

지하철 문이 열려서 탔을 때는, James라는 멋지고 능력있는 남자를 만나서 

Helen의 인생이 장미빛으로 바뀌어가는 것을 보여주며

반면에 지하철 문이 닫혀서 타지 못했을 때에는

늘 바람만 피우는 난봉꾼 남자친구 Gerry를 위하여 비천한

웨이트레스 직업을 얻고 불쌍해지는 미래를 보여주고 있다


슬라이딩 도어는 런던 지하철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한국에서 직장 다닐때 나또한 슬라이딩 도어와 전쟁을 치르면서 다녔다.

늘 시간에 쫓겨서 아침에 아내가 차려준 밥상을 받고도 숟가락을 들어보지도 못하고

허겁지겁 지하철까지 전속력으로 넥타이 휘날리며 100m 달리기로 뛰어가서

멀리서 들려오는 전동차 소리에 지하철 계단을 두세 계단씩 껑충 껑충 건너 뛰어 내려가면서 

용케 다리도 삐지 않고 플랫폼에 간신히 도착하면,

전동차의 슬라이딩 도어가 막 닫히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총알같이 달려가서 닫히는 전동차 문에 슬라이딩 하듯이 다리부터 끼어넣는데 성공하면,

스르르 슬라이딩 도어가 다시 열리게 된다. 슬라이딩 도어만 슬라이딩을 하는 것이 아니라

나 또한 슬라이딩을 한.

 

드디어 전동차에 홈인(home in)하는데 성공하면, 영화속 주인공처럼 멋진 사람을 만나기는 커녕,

미어 터지는 사람들 틈에 끼여 배가 눌려서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면서 1시간 반 정도를 이리 밀리고 저리 밀리고,

여기저기서 발밟혔다고 아프다고 비명소리 들리고 목적지에 가까이 오면 필사적으로 밀고 들어오는 사람들과

몸싸움 하면서 미식축구 선수처럼 밀고 나가야 차에서 내리는 데 성공하고, 지하철을 갈아타고 최종 목적지까지

도착하여 내리는데 성공하면, 깨끗하게 다려입은 양복은 종이처럼 구겨지기 일쑤였다.

 

이번에는 지하철 안에서부터 지상으로 올라가는 계단을 헉헉 거리면서 뛰어올라가서 지상으로 나오면

이미 체력이 다해서 더이상 뛰어갈 힘이 없지만, 그래도 있는 힘을 다하여 회사까지 뛰어간다.

회사 빌딩 안으로 뛰어들어가면 이번에는 엘레베이터 문이 스르르 닫히려고 한다.

잠깐만요~~!!!라고 외치면서 슬라이딩해 달려가는데, 엘레베이터 안에 있는 고약한 사람들은 내가 못타게

얼른 문을 닫아버리는 경우가 있다. 그러면 계단으로 뛰어올라가야 지각하지 않는다.

하긴 내가 엘레베이터 안에 있을 때에 다른 사람이 달려오면 문을 잡고 기다려주는게 예의인데

지각할까봐 급할때는 나도 모르게 얼른 문을 닫아버리는 비양심적인 행동을 가끔 저지르곤 했었.

 

현실에서의 슬라이딩 도어는 내게는 낭만적이지 못하였고, 지각하느냐 안하느냐의 갈림길로 다가왔다.

바쁘게 살다 보니 무슨 생각이고 머고 하고 자시고 할 그런 삶의 여유가 전혀 없었나 보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자면 여유가 없었던게 아니라, 강물과 같이 거세게 흘러가는 삶의 격동 속에서 그냥 둥둥

떠다니는 자신을 돌아볼 마음을 가지지 않았고 오히려 표류하는 인생을 의미있고 때로는 재미있다고 생각했다.

 

Sliding Doors 영화가 전하고자 한 메시지는,

이 세상에서 일어나는 무한한 인과관계 중에서,

중요하고 의미있는 사건들이 진실의 순간(moment of truth)으로 

우리 삶에 커다란 전환점(turning point)을 이루며,

혁명적인 변화(Copernican revolution)를 이루는 과정이다.

 

지금은, 거울앞에 돌아앉아 얼굴을 매만지는 누님처럼,

Sliding Doors 영화 속으로 내 자신을 깊이 투영하여,

지나온 삶을 반성하고 나를 향한 하나님의 마음을 깊이 생각해 본다.

 

내 삶 속에서, 만일 신앙깊은 아내를 만나지 못했다면,

나는 시대의 흐름에 휩쓸려 다니는 세속적인 가치관에서 벗어나지 못하였을지도 모른다.

하나님은 내 앞에 멋진 슬라이딩 도어들을 많이 준비하여 놓으셨다.

아내의 눈물의 기도와 간구에도 아랑곳없이 세파에 휩쓸려 떠내려가던 나에게

하나님은 특별한 슬라이딩 도어들을 열어놓고 계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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