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9.28 04:17

외로움과 어우러짐

추천 수 2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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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에 아내와 영화관에 갔던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낮에 HWY 7 선상에 있는 극장에 갔는데 극장 안에 우리 두사람 말고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평일 저녁이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무척 황당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아무도 없는 넓고 캄캄한 영화관 안에서 단둘이 영화를 보려니 무언가가 뒤에서 목을 잡아당길 것 같은 섬뜩함에
자꾸 뒤를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다행히 혼자가 아니고 내 곁에 아내가 있어서 위안이 되었습니다.
한편으로는 우리 둘만을 위하여 영화를 틀어주는 극장측에 미안한 생각도 들었습니다.
극장 경영을 걱정할 필요는 없었지만, 그냥 망하지 않고 버티는게 신기하다는 생각을 잠시 하였습니다.
 
영화를 보고 나올때 느낌은 을씨년한 거리의 풍경과 비슷했습니다.
 
며칠 뒤에 이번에는 동네에서 가까운 또다른 영화관에 가 보았습니다.  저녁에 가서 그런지 그리고                                                   영화관이 좀 작아서 그런지 빈자리 없이 꽉 찼습니다.
30분 전에 미리 자리를 맡아 놓아 겨우 가족이 나란히 앉아서 보았습니다.
 
텅빈 영화관에서 단둘이 영화볼 때와는 사뭇 다른 풍경에 느낌도 많이 달랐습니다.
중국사람, 한국사람, 인도사람, 러시아사람,유태인이 한곳에 어울려서 영화를 보면서,
몰래 가지고 들어온 과자봉투를 뜯는 소리, 영화 관람도중 옆사람하고 수군대는 소리,
웃기는 장면에 웃는 우화화 웃는 소리는 어쩌면 그리도 똑같은지...
 
중간 중간 해석해 달라고 자꾸 쿡쿡 찔러대는 아내에게 어떤 것은 설명해주고,
어떤 것은 나도 이해를 하지 못하여 그냥 도끼눈 뜨고 아내만 흘겨보기도 하고...    
좋은 것을 많은 사람들이 함께 본다는 것이 그냥 좋았습니다.
 
나는 고독(solitude)과 소외(alienation)에 대해 생각해 봤습니다.
 
철학적인 개념의 인식론적 고독과 소외는 논외로 하고,
삶의 현실에서 피부로 느끼는 '군중 속의 고독'과 '소외'를 말하고자 합니다.
 
어려서부터 군인인 아버지를 따라 전학을 해마다 다녔던 나는 전학가는 학교마다 그반의
왕초가 나에게 굴종을 요구했습니다.
어디를 가나 텃세에 왕따를 당했습니다. 비굴하게 무릎꿇는 것이 싫어서 죽기를 각오하고
싸웟더니 다윗이 골리앗을 이기듯이 이긴 적도 있습니다.
어릴때는 운동신경이 유난히 발달하고 근력이 있었던지, 아니면 시골아이들에 비하면 내가
슈바이처 박사처럼 영양상태가 좋았던 것인지 다행이도 격투에서 늘 이겼습니다.
 
주먹으로 이겼으니 그 다음엔 지적 싸움에서 이기는 길만이 
나를 지켜내는 길이라고 믿고 열심히 공부를 하였습니다. 
내 유년시절의 초상은 히틀러의  '나의 투쟁'(Mein Kampf)을 연상시킬 정도였습니다.
 
중학교 전반부 시골, 바이올린과 축구공에 심취했던 순수와 낭만의 시절도 있었습니다. 
중학교 후반부에는 도회지의 살벌한 약육강식의 물결에 빠져서 허우적거리다가
또다시 나의 자존을 지켜내려고 죽기 살기로 노력했습니다. 
 
고등학교에 들어가서 갑자기 모든 경쟁이 싫어졌습니다. 

나는 내면의 세계로, 나만의 동굴로 숨어들어가기 시작했습니다.
인간과 인식에 관한 책들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헤르만 헤세, 쇼펜하우에르, 키에르케고르, 니이체, 싸르트르, 심령과학...
좋은 책들도 많이 읽었지만 점점 허무주의에 빠져들었습니다.
 
대학에 들어가서는 재미없는 법학공부에 조금 매달렸지만                                                                                                                         수없는 인재들과의 경쟁에서 점점 뒤쳐지기 시작했습니다.  
경쟁에서 밀리면서 나는 점점 소외되기 시작했습니다.
저들이 나를 소외시키기 전에 내가                                                                                                                                                                 먼저 저들을 소외시키는 것이 내가 가질 수 있는 마지막 자존심이 되었습니다.
 
절망은 죽음에 이르는 병이라고 그러지요.
절망의 원인이 그 무엇이든,                                                                                                                                                                             그것은 고독과 소외의 끝에  다다르게 되는 불가피한 결말인 것 같습니다.
 
기러기 생활을 하는 동안  
엄청난 고독과 소외감을 이겨낼 방법이 없어서 술에 의지한 적도 있습니다.
차라리 감옥 생활 5년이 이보다는 처절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실존주의에서 말하듯 나의 생명이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세상에 내던져진 존재'(das geworfene Sein)라는데... 
  

사람들이 싫었습니다. 
'인간 혐오', '면벽 참선'  이것이 내 모습을 표현하기에 적당한 단어일 것입니다.
 

이제는 알을 깨고 나오듯 우리 삶의 모습 한순간마다
세상의 고독하고 소외된 곳에 빛을 비추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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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날드 2013.09.28 06:54
    고난과 역경속에서 자아성찰을 통하지 않고서는 훌륭한 인격이 나올수 없다지요.. 화이팅!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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