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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오마이뉴스
▲  결혼의 계절, 가을이 돌아왔다. 이곳 저곳에서 받는 청첩장이 적지 않다.
ⓒ sxc

바야흐로 결혼 시즌이다. 가을이 성큼 다가오면서 청첩장이 여기저기서 쏟아진다. 나에게 도착한 여러 장의 청첩장 앞에 손가락을 접어가며 액수를 계산해본다. 마음이 무겁다. 달력에 결혼식 일정을 하나하나 표시해보니 휴일보다 많다. 가뜩이나 줄어든 상여금으로 추석 지내기도 빠듯했는데 올해 가을은 '대출혈의 달'이 될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다. 

지난 9월 둘째 주에는 꼭 참석해야 할 결혼식만 두 건이 있었다. 현금 20만 원을 준비하여 각각 10만 원짜리 봉투 두 개를 만들었다. 첫 번째 결혼식에 참석하여 기쁜 마음으로 축의금을 전달하고 다음 결혼식 코스로 옮기려는 순간, 혹시나 해서 나머지 봉투를 열어봤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봉투에 들어 있는 돈은 9만 원이었다. 

아무리 세고 또 세어 봐도 9만 원이다. 그렇다면 첫 번째 결혼식에 넣은 돈은 11만 원? 아, 이를 어쩐다. 축의금에 관한 한 따라올 사람이 없다는 전문가 중의 전문가인 내가 아니었던가. 다른 사람도 아닌 내가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생일대의 실수를 범하고 말았으니,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질 때가 있는 법인가 보다. 

수학 전공자라는 이유로 20여년간 만년 '부조계'

나는 '결혼축의금 접수전문가'라는 자칭타칭의 이름이 무색한, 전문용어로 '부조계'다. 지난 20여년간 다른 어떤 부조계 담당과 비교하여 친절과 정확도를 무기로 차별성을 부각시키며 친인척의 축의금 접수를 담당했다. 어림잡아 보아도 30여 차례를 웃돈다. 이유는 단 하나, 대학에서 수학을 전공했기 때문이었다. 위상수학과 미분기하학 등 고차원적 수학 지식을 이런 데 쓰라고 배우지는 않았건만, 으레 결혼식장에서는 '부조계'라는 수식어가 항상 따라다녔다. 

결혼식에 참석해야 할 만큼 가까운지, 축의금은 또 얼마를 내야 할지 머리가 복잡하신가? 그깟 축의금 몇 만 원 부담으로 오만 울상 짓지 마시라. 축의금이야 무슨 수를 써서라도 돈으로 때우면 된다지만, 결혼 시즌만 돌아오면 떨리는 내 마음고생에 비하면 비할 바가 아니다. 만년 부조계의 고통을 어찌 말로 다 할 수 있겠는가. 

봄과 가을이 돌아오면 또 누가 언제 어디서 나를 결혼식장으로 특별 초빙할지 좌불안석이다. 거의 '5분 대기조' 분위기다. 항상 축의금 접수를 할 때마다 '이번 부조계를 끝으로 정말 은퇴하리라'며 마지막 봉사를 결심해보지만, 결국 다음 결혼식도 부조계는 내 차지가 되고 말았다.

부조계의 임무는 방명록 관리와 화환접수, 축의금과 선물관리, 피로연 안내, 예식비와 식대정산으로 이어지며 정산 후 잔액을 혼주에게 건네주면 비로소 끝난다. 외견상으로만 놓고 보면 그렇다. 하지만 축의금을 받다 보면 몇 번씩 얼굴이 화끈거리거나 땀이 삐질삐질 새어 나오는 일들이 지천으로 널려 있다. 어떤 날은 결혼식장까지 가서 굶고 돌아온다. '잘해야 본전'이라는 말 외에 설명할 길이 없다. 수고비는 엄두도 못 내고 욕이나 안 먹으면 다행이다. 

부조금 리스트와 현금이 딱 맞아 떨어진다면 다행이지만, 희한하게도 그런 경우는 극히 드물다. 특히 장부와 비교하여 몇 십만 원씩이나 차이가 난다면 자존심 따위는 헌신짝처럼 내다버려야 한다. 게다가 분명 혼주에게 얼굴까지 비치고 밥까지 먹고 간 하객이 부조금리스트에 없다면 의혹의 눈초리는 결코 피할 수 없다. 그러니 축의금 접수 후 정산이 완료되기 전까지는 절대 타인에게 넘겨줘서는 안 된다. 설령 혼주 가족일지라도 절대 넘겨주지 않는 것이 나만의 원칙이 있다. 20여년간 경험을 통해 얻은 나름대로의 노하우다.

축의금은 왜 홀수일까?

축의금은 보통 홀수금액인 3, 5, 7만 원부터 시작하여 10만 원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축의금은 짝수로는 거의 내지 않는다. 아마도 축의금을 홀수로 내는 것은 아주 오래된 관행인 듯하다. 예로부터 우리나라는 홀수를 길한 숫자로 본다. 좋은 일인 결혼식에도 3, 5, 7만 원 같은 홀수 금액으로 축의금을 내는 것은 그와 같은 이유다. 홀수 단위의 금액으로 성의를 담는 하객의 손길에 '더할 나위 없는 이 좋은 날, 영원히 이어지길~'이라는 마음을 담은 것으로 이해하면 된다. 다만 10만 원처럼 딱 맞아 떨어지는 수는 가득 차는 숫자라 해서 예외로 친다.

3만 원? 5만 원? 결혼 축의금을 낼 때 한번 쯤 이런 고민을 할 것이다. 최근 결혼 축의금 기본 요금은 3만 원부터다. 그런데 3만 원이나 5만 원이 아닌 4만 원이나 6만 원이 나온 경우는 조금 황당하다. 결혼식 1건당 이런 경우가 보통 서너 건이 꼭 나온다. 3만 원은 너무 적은 것 같고, 5만 원은 없어서 4만 원이라도? 탈탈 털어서 6만 원? 아니면 홀수는 외로울까봐 짝수로 넣은 것일까? 

추측컨대 5만 원으로 생각하고 봉투에 한 장을 잘못 넣은 것이겠지만, 이 또한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는 노릇이다. 또 선물대신 상품권을 넣은 경우나 옛 연인을 떠나보내는 슬픈 마음을 담은 정체불명의 편지가 든 경우도 있다. 최근에는 특별한 사전공지가 없었는데도 화환 대신 쌀을 보내는 경우도 많이 늘었다. 

5년 전에 3만 원 보냈는데... 아이까지 데려와서 3만 원?

그럼 혼주들이 가장 좋아하는 하객은? 축의금 내고 밥을 안 먹고 그냥 가는 하객일까. 꼭 그렇지만은 않다. 보통 혼주들은 하객에게 밥을 주는 것은 당연한 대접이라고 생각한다. 가장 미운 하객은 혼주가 예전에 5만 원을 했는데 3만 원만 돌아오는 경우다. 

비슷한 이치로 5년 전에 3만 원을 했는데, 아이들까지 데리고 와서는 세월과 물가 인상률을 전혀 적용하지 않고 동일한 금액인 3만 원만 하고 가는 경우도 살짝 얄밉단다. 한술 더 떠 봉투 하나에 1개 소대급 인원이 밥을 먹고 가는 경우도 있다. 보통 이런 케이스는 교회나 단체의 일행들이 한꺼번에 오는 경우다.

최근 KBS 보도에 의하면 전두환 전 대통령의 둘째 아들인 전재용씨는 1987년 결혼 당시, 하객 1인당 수천만 원에서 1억 원씩의 축의금을 받았다고 한다. 이 정도의 금액이라면 사회 통념상 축하의 의미를 벗어난 엄연한 '뇌물' 수준이다. 또 법원은 지난 6월 공무원이 직무와 관련된 사람에게 청첩장을 보내고 축의금을 10만 원만 넘게 받아도 뇌물이라고 판결했다. 그렇다면 결혼식의 축의금 액수는 얼마가 적당할까? 

대체로 직장동료나 상하관계에 있는 축의금 액수에 대한 고민이 가장 많다. 개인적으로 적정수준의 축의금 액수와 기준을 만들어 직접 참석하지 않을 경우에는 3~5만 원 선에서 인편으로 보내면 적당하다. 하지만 결혼식에 참석하고 밥을 먹고 가는 경우에는 밥값까지 고려해야 한다. 

밥까지 먹고 가는 경우, 식비 고려한 5만 원이 적당

하객 1인의 식비를 2만5천 원~3만 원 선으로 잡을 때 최소 부조금은 5만 원이 무난하다. 그렇다면 친구 결혼식 축의금을 5만 원과 10만 원 중 얼마를 내야하는지 애매할 때가 있지 않던가. 우선 법원 판례에 따르면 결혼 축의금은 혼주인 부모의 부담을 덜어주려는 목적에서 주는 것이므로 혼주인 부모에게 귀속된다고 판결했다. 

이런 정황을 이해하는 사람이라면 축의금은 결혼 당사자에게 직접 전달하는 센스를 발휘해도 된다. 결론적으로 축의금은 부모 소유라는 결론에 비추어볼 때 축의금 액수의 기준은 결혼당사자가 아닌 부모의 입장에서 생각해야 한다. 친구의 축의금 액수에 대한 '애정남(애매한 것을 정해주는 남자)'의 명쾌한 해결법을 소개한다.

'친구 결혼식의 축의금 5만 원과 10만 원의 기준을 딱 알려드립니다. 친구 부모가 내 이름을 알면 10만 원이고 모르면 5만 원을 넣어도 됩니다. 친구 부모님이 내 이름을 알고 있는지 애매한 경우는 봉투에 5만 원을 넣고 부모님께 인사할 때 내 이름을 부르면 5만 원을 더 넣으면 됩니다!'

축의금, 어차피 피하지 못할 바에야 즐기자. 이제 막 새 출발하는 당사자들에게 결혼이란 행복이고 기쁨이고 꿈이다. 이왕 내야 한다면 '등골 브레이커'라고 생각하지 말고 기쁜 마음으로 이 아름다운 가을의 신랑·신부를 축복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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