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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jpg [친절한 쿡기자] 요즘 '은밀하게 위대하게'('은밀')라는 영화, 참 재미있습니다. 영화 내용이 재미있다는 게 아니고 이 영화를 둘러싸고 오고가는 이야기들이 재미있다는 말인데요. 일부 언론에서는 며칠간의 관객 동원 숫자를 들어서 '돌풍' '기록적 흥행' 등 화려한 표현을 써가며 띄워주기에 여념이 없는데 반해 영화평론가나 칼럼니스트 등 전문가들은 혹평을 날리며 '스크린 독점' 문제를 제기하는 등 극과 극을 오가는 시선들이 동시에 보이기 때문입니다.

영화진흥위원회의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지난 5일 937개관으로 출발한 '은밀'은 다음날인 6일 1194개관으로 확대됐고, 주말인 8일에는 1341개관까지 올라갔다고 합니다. 이렇게만 얘기하면 별로 실감이 안 나실 수도 있습니다. 그냥 '많긴 많은가보다'하는 생각 정도만 드실지도 모르겠는데요.

그래서 상황을 설정해 서울시내 25개 CJ CGV 극장을 모조리, 아주 '무식하게' 알아봤습니다. 여기서 상황이란 직장인이나 학생이 애인이나 친구와 "오늘 저녁에 영화나 한 편 보고 들어갈까?"하면서 퇴근·하교 후 인근 CGV에 저녁 7시 30분쯤에 도착한 경우입니다. 특정 상황이라 전부를 대변할 순 없지만, 이 상황이 매우 특이한 경우도 아니니 엿볼 수 있는 범례 정도는 될 수 있겠죠?

일부 극장…이게 멀티플렉스야, 전용관이야?

7시20분에 시작하는 영화도 광고나 예고편 방영하는 시간을 고려해 도착하자마자 표 사서 부랴부랴 들어가 볼 수 있다고 잡아줬습니다. 기다리는 시간도 밥 먹고 오거나 커피숍가서 수다 떠는 시간을 가질 수도 있으니 1시간 25분까지 잡아봤습니다. 어제(10일) 조사를 해봤는데요.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이 '스크린 독점' 논란, 나올만하고도 남는다는 겁니다.

가장 심하다고 느껴지는 곳은 CGV목동(위 상영시간표)이었습니다. 총 8개관의 이 곳은 6개관에서 '은밀'을 상영하고 있었고, 7시30분에 도착하면 7시20분과 50분, 8시10분, 8시40분 등 총 4개관의 '은밀'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다른 영화요? 스타트렉다크니스가 밤 9시25분과 12시5분, 분노의 질주가 밤 12시10분이었습니다. 사실상 그 시간대 경쟁할만한 대중 영화는 1개관에서 8시20분에 시작하는 백악관최후의날이 유일했습니다. 이날, 이 시간대만큼은 멀티플렉스가 아니라 '은밀' 전용관이었던 셈이죠.

총 5개관의 CGV성신여대입구는 3개관에서 상영 중이었는데 7시20분, 8시 5분과 55분 등 총 3개관에서 '은밀'을 볼 수 있었습니다. 8시50분에 1개관에서 위대한개츠비가 있었고, 분노의 질주는 11시35분에나 상영이 되고 있었습니다.

총 9개관인 CGV김포공항은 5개관에서 '은밀'을 상영하면서 7시30분에 도착하면 7시40분, 8시10분, 8시40분 등 3개관에서 '은밀' 관람이 가능했습니다. 다른 영화는 무서운이야기2가 7시30분에 1개관, 8시50분에 분노의 질주가 1개관이었습니다.

CGV강변은 총 11개관 중 5개관에서 '은밀'이 대기 중이면서 7시30분에 도착하면 7시20분, 7시40분, 8시20분, 8시45분 등 총 4개관의 '은밀' 상영이 가능했습니다. 스타트렉다크니스가 8시와 8시55분(4DX)에 2개관, 8시5분에 분노의 질주가 1개관에서 '은밀'과 경쟁 중이었습니다. 백악관최후의날은 밤 12시20분에나 1개관에 있었습니다.

다 쓰면 너무 길어지니 가장 대표적인 사례 4개만 소개해 드렸습니다. 다른 곳도 사정이 비슷했습니다. 오로지 '은밀'만 2~7개관을 점령하면서 선택 시간도 눈에 띄게 많았습니다. 같은 시간대의 다른 영화가 있어도 대부분 1개관, 많아봐야 2개관에 불과했습니다.

그럼 '여긴 진짜 멀티플렉스 같다'고 인정할만한 곳은 정말 한 곳도 없었냐고요? 25개 중에 딱 한 곳 있었습니다. 총 10개관의 CGV강동은 3개관에서 '은밀'을 상영 중이었는데, 7시30분에 도착하면 8시10분에 '은밀' 1개관, 스타트렉다크니스가 7시20분과 8시에 2개관, 애프터어스가 8시10분에 1개관, 7시55분에 몽타주 1개관, 7시50분에 백악관최후의날 1개관이 관객들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특정한 시간 상황대를 설정하기 어렵고 관객이 많이 몰리는 주말의 경우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모든 시간대를 쭉 훑어보니, 모든 시간대에서 '은밀'은 2~5개씩 복수의 상영관을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다른 영화의 경우 2개관인 것도 거의 보이지 않았습니다.

특히 CGV강변은 토요일인 지난 8일 13편(무비꼴라쥬 포함)의 작품을 79회에 걸쳐 상영하면서 그 중 35회가 '은밀'이었습니다.

'경쟁작'이 아닌 '제물'

CJ CGV를 기준으로 조사해 본 건 국내 멀티플렉스 극장 시장점유율 1위 기업이기 때문입니다. '은밀'의 투자배급사는 쇼박스입니다.

영화 전문 기자도 아니고 평론가도 아닌터라 이 영화가 이렇다 저렇다 평가는 하지 않겠습니다. 그리고 개인마다 영화를 보는 재미나 즐거움을 결정하는 척도는 다양합니다. 한 편의 영화를 만들기 위한 배우와 제작진의 노고를 폄하하고 싶은 생각도 없습니다. '은밀'의 실시간 예매율이 개봉을 이틀 앞둔 지난 3일 최고 83%까지 치솟았다니 관객들이 이 영화에 대해 느끼는 기대감이나 매력은 그 자체로 높게 평가받아야 합니다. '아무래도 대중이 많이 볼 만한 영화를 많이 걸 게 된다'는 극장 관계자들의 입장도 충분히 이해가 갑니다.

하지만 이렇게 전수조사를 하고, 눈에 확 들어오는 편향성을 확인하고 나니 요즘의 다른 국내 상영작들은 그저 이 '은밀'이란 영화 한 편을 '경쟁자들을 제친 흥행작'으로 만들어주기 위한 '제물'에 불과한 건가 하는 물음표를 지울 수가 없습니다. 인터넷 매체부터 시작해 지상파 뉴스까지 나서서 걸어주고 있는 '흥행 돌풍'이라는 빛나는 메달, 메달이니까 당연히 빛은 나겠지만 '반짝반짝'한 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현섭 문동성 기자 afero@kmib.co.kr 트위터 @noonk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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