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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이영미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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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24일 뉴욕 메츠전은 추신수가 챙긴 '선물'들이 많다. 2개의 도루를 더하면서 20-20클럽에 가입했고, 끝내기 안타를 터트리며 귀중한 1승도 챙겼다. 추신수가 세운 ‘20-20-100-100’ 기록은 내셔널리그 1번타자 중 최초의 기록 달성이다.(사진=순스포츠 홍순국 기자)

“지금 내 기록에 신경 쓸 때가 아니다. 팀이 이길 수만 있다면 20(홈런)-20(도루) 기록 달성에 실패해도 상관 없다.”
 
불과 어제(24일)까지만 해도 추신수는 자신의 기록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추신수 MLB 일기’를 위해 기자와 통화를 했던 그는 왼손 엄지손가락 부상으로 2경기 결장하며 절치부심 중이었다. 추신수라고 해서 20-20기록 달성에 욕심이 없었을까? 그렇지 않다. 올시즌을 마치고 FA 자격을 얻는 그한테는 기록보다 더 중요한 데이터도 없다. 그러나 월드시리즈 우승을 바라는 신시내티 레즈를 위해서 자신의 개인기록 ‘쯤은’ 내려놓을 수 있는 추신수였다. 
24일 신시내티 홈에서 벌어진 뉴욕 메츠와의 1차전은 추신수로 시작해서 추신수로 끝났다. 18개의 도루가 20개로 늘어나 20-20클럽에 가입하면서 팀 승리도 챙겼다. 이보다 더 기쁜 날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추신수는 들뜨지 않았다. 113년 메이저리그 역사에서 1번타자가 ‘20-20-100-100’ 기록을 올린 건 단 10명에 불과하다. 내셔널리그에선 추신수가 최초이다. 이런 대기록을 세웠음에도 불구하고 추신수의 눈은 팀의 월드시리즈 우승에 가 있었다. 아직 5경기가 남았고, 이 경기 결과에 따라 내셔널리그 중부지구 순위가 달라질 수 있다는 생각에 남은 경기에 더 집중하겠다는 자세를 보인다. 
 
추신수의 일기를 담당했던 기자로서 그의 기록 경신을 지켜보는 심정이 남다를 수밖에 없다. 시즌 초반 엄청난 상승세를 내달리며 팀 연승은 물론 그의 성적도 3할대를 웃돌며 기약 없이 치고 올라갈 때는 세상을 다 가진 듯한 기쁨이 넘쳐흘렀다. 월드시리즈 우승 경험이 있는 팀에서 추신수도 의미있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만족감이 그의 야구를 지배했다. 그러나 그 기쁨은 오래가지 못했다. 6월 말 개인 성적이 6경기 19타수 1안타의 빈공에 허덕이며 시즌 타율이 0.265까지 내려간 적이 있었다.
 
당시 추신수는 일기를 통해 이런 심정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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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든 시간들이 많았던 올시즌이었지만, 그때마다 다시 일어서며 자신의 진가를 유감없이 발휘한 추신수였다.(사진=순스포츠 홍순국 기자)

“시즌 초반 엄청난 성적을 내면서 앞으로만 내달릴 때 스스로 ‘올해는 정말 잘 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중간 중간 고비가 있겠지만, 이렇게 좋은 출발을 한 적이 없었기 때문에 어느 정도 자신 있었습니다. 그러나 자꾸 제 자신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욕심이 생기면서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았습니다. 자책도 하고, 반성도 하고, 제가 해온 방법들을 돌아보면서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철저히 체크했지만, 별다른 차이점은 발견할 수 없었어요. 달라진 부분이라면 제 성적뿐이었죠.”
 
추신수는 슬럼프를 극복하기 위해 독서에 매달렸다. 야구장 밖에서는 야구를 잊고 책을 통해 삶의 지혜를 터득하고자 했다. 특히 그는 혜민스님의 책을 좋아했다.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란 책은 10번도 더 반복해서 읽어봤을 정도로 그가 아끼는 책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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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시즌 유독 몸에 맞는 볼이 늘어나면서 '인간방패' '복서'라는 별명을 안은 추신수. 출루를 위해서라면 얼마든지 몸에 맞는 볼을 맞고 나갈 수 있다는 그이다.(사진=순스포츠 홍순국 기자)

추신수의 올시즌은 ‘몸에 맞는 볼’과도 깊은 연관이 있다. 지난 10일 시카고컵스와의 홈경기에서 시즌 25번째 몸에 맞는 볼을 기록하며 신시내티 소속으로 한 시즌동안 가장 많이 몸에 맞는 볼을 맞은 선수로 기록된 바 있다. 
추신수는 부상 위험만 없다면 ‘얼마든지’ 맞을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추신수는 자신의 일기에서 몸에 맞는 볼에 대한 생각을 이렇게 밝혔다.
 
“전 가급적이면 투수의 공이 머리로 날아오지 않는 한, 참을 겁니다. 제가 출루하게 되면 신시내티 뒷 타선이 워낙 강하기 때문에 솔로 홈런될 게 2점, 3점을 낼 수 있다는 생각에서입니다. 맞고 뛰었는데도 불구하고 팀이 지면 기분이 나쁘겠지만, 오늘처럼 이길 수 있고, 부상 위험만 없다면 맞아도 괜찮다는 생각이 들어요.”
 
지난 7월 LA에서 추신수를 만났을 때 그는 온 몸이 시퍼렇게 멍이 들었고, 그 흔적이 없어질 만하면 또다시 몸에 맞는 볼이 나온다며 힘들어했다. 엉덩이부터 발목까지 시퍼런 멍들이 줄줄이 늘어서 있는 몸 상태임에도 그는 자신보다 팀을 우선시했다. 다음은 그가 야구를 대하는 마인드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 또한 야구의 일부분이고, 생명의 위협을 가하는 빈볼이 아닌 이상 제가 크게 기분 나빠할 이유는 없는 것 같습니다. 단지 맞으면 아프다는 것 외엔 다른 감정은 안 생기는데, 행여 내가 감정 표현을 했다가 벤치클리어링이라도 벌어지면 저도, 또 가담한 선수들도 징계를 당하기 때문에 심한 통증에도 애써 웃으며 걸어 나가려고 노력합니다.”
 
추신수의 아내 하원미 씨는 몸에 맞는 볼이 속출하는 추신수를 향해 “야구선수가 아닌 복서로 전업한 것 같다”며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맞으면서 돈을 버는 야구선수 남편의 모습이 아내 입장에서는 속상하고 가슴이 아플 수밖에 없었던 것. 그럴 때마다 추신수는 ‘괜찮다’며 아내를 안심시켰다. “이 정도 맞아서 별 탈 없으면 앞으로도 별 탈이 없을 것”이라고 오히려 아내에게 위로를 건네는 추신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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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시내티에서 만난 제이 브루스. 추신수는 그를 통해 배려와 나눔, 그리고 우정에 대해 더 많은 걸 깨닫게 된다.(사진=순스포츠 홍순국 기자)

추신수는 신시내티에서 만난 동료들을 통해 새로운 인연과 우정을 맺으며 정이 흠뻑 들었다. 특히 우익수를 맡고 있는 제이 브루스는 추신수의 ‘베프’나 다름없다. 시즌 초, 제이 브루스가 추신수에게 먼저 손을 내밀었다. 한글 번역기를 통해 추신수에게 문자를 보내면서 추신수에게 큰 웃음을 선사했던 것. 제이 브루스가 보낸 문자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추! 맛있어 가자 타이음식…’. ‘추, 레스토랑 아침 유 갈래 말래?’ 제이 브루스의 문자에 추신수도 번역기를 통해 답을 했다고 한다. 즉 한글을 영어번역기로 해서 보낸 것이다. 그 후 두 사람은 시즌 내내 동고동락하며 떼려야 뗄 수 없는 진한 우정을 주고받는 중이다.
 
올시즌 이후 추신수의 진로는 안개 정국이다. 오라는 데도 많고, 가고 싶은 팀도 많지만, 가장 먼저는 신시내티와의 재계약 여부이다. 이런 상황을 잘 알고 있는 제이 브루스는 23일 피츠버그와의 3연전 마지막 날, 추신수에게 다음과 같은 얘기를 전했다고 한다. ‘순스포츠’ 김중겸 기자가 쓴 ‘제이 브루스, 주위를 돌아볼 줄 안다는 것은’에 적혀 있는 내용이다.
 
‘신시내티의 공격이 진행되는 동안 잠시 휴식을 취하던 브루스가 추신수에게 다가왔다. 브루스는 뜬금없이 추신수에게 “만약 네가 다른 팀으로 떠나더라도 내년 스프링캠프 때 만나 꼭 밥 한 번 같이 먹자”라는 말을 건넸다. 브루스도 추신수와 함께 할 시간이 많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추신수의 대답은 당연히 “Of course”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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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신수에게 무한 신뢰와 애정을 보이고 있는 신시내티 더스티 베이커 감독. 추신수는 '빵감독님'의 리더십에 종종 감동을 드러내곤 한다.(사진=순스포츠 홍순국 기자)

추신수는 빨간색 유니폼으로 상징되는 신시내티 레즈에서 매우 특별한 경험을 하고 있다. 리더십의 진정한 의미를 보이는 더스티 베이커 감독을 비롯해 엄청난 몸값을 받고 베테랑급 활약을 펼치는 조이 보토, 분위기 메이커 브랜든 필립스, 브론슨 아로요, 호머 베일리, 맷 레이토스 등 선발투수들의 무한 신뢰, 그리고 빠른 발로 상대팀 수비수들을 초토화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몸으로 보여준 빌리 해밀턴 등 추신수는 이 모두를 잊지 못할 것이다. 그래서 남은 시간동안 자신이 아끼고 존중하고 소중히 생각하는 감독, 코칭스태프, 선수들과 함께 유종의 미를 거두기 위해 오늘 올린 대기록들에 대한 기쁨을 잠시 내려놓으려 하는 것이다.
 
“마음이 복잡하고 어려움을 느낄 때마다 힘들었던 시절의 저를 떠올립니다. 매일 야구를 해야 하는 직업을 안고 있는 만큼 보이지 않는 파동이 꽤 많았지만 그래도 전 오늘도, 그리고 내일도 신시내티 레즈의 1번타자 추신수로 생활할 수 있음에 감사함을 잊지 않을 것입니다.”
 
신시내티와 절묘한 궁합을 선보이며 1번타자의 역할에 최선을 다하고 있는 추신수. 시즌 내내 자신에 대한 채찍질과 긴장감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했던 그가 올시즌 마지막 경기에서 멋지게 웃을 수 있기를 소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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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기뻐하기엔 이르다. 월드시리즈 무대를 향해 더 큰 걸음을 내딛고자 하는 추신수. 그의 바람이 현실로 이뤄질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할 것 같다.(사진=순스포츠 홍순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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