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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오마이뉴스
[오마이뉴스 정민규 기자

 작정하지 않는 이상 버리려고 만드는 음식은 없다. 하지만 많은 음식들은 음식물쓰레기 수거용기에 담기며 쓰레기가 된다.
ⓒ 정민규

전도 부치고, 산적도 꿰는 거보니 추석은 추석인가 봅니다. 평소에는 잘 보이지 않다 명절만 되면 어김없이 나타나는 한과는 올 추석에도 출석 도장을 찍습니다. 애먼 방사능 때문에 외면을 받고 있는 생선도 보이네요. 역시 추석은 음식이 가득해서 좋은 풍요의 명절입니다.

자꾸 먹다보면 돌아갈 때는 풀코스 마라톤으로 뛰어가야 살이 빠지지 않을까 싶을 정돈데, 그래도 어머니는 자꾸 더 챙겨 먹이려고 합니다. 못 움직이게 가둬놓고 목구멍에 호스를 꽂은 채 쉬지 않고 먹이를 먹인다는 푸에그라 오리의 마음이 조금은 이해가 갑니다. 자꾸 차려나오는 상을 물리고 떨어져 앉습니다. 그러자 어머니의 채근이 시작됩니다.

"먹어둬, 남기면 다 버려야 해."

거짓말입니다. 남기는 건 아마 1차로 냉동고로 들어갈 겁니다. 아마 냉동고 안에는 몇 해 전 추석 송편이 긴긴 겨울을 보내며 해빙을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다 문득 궁금해집니다. 풍요의 축제가 훑고 지나간 뒤 남은 음식물들은 어디로 가는 걸까요. 모르긴 몰라도 양이 어마어마 할 텐데요.

퇴비, 바이오가스, 사료가 되는 음식물 쓰레기의 일생

 부산 음식물자원화사업소의 투입호퍼. 음식물쓰레기 수거차량은 이 투입호퍼 속에 음식물쓰레기를 쏟아낸다. 동시에 본격적인 음식물쓰레기의 처리도 시작된다.
ⓒ 정민규

모든 쓰레기가 그렇듯 음식물쓰레기의 일생도 버려짐에서 시작합니다. 가정집에서 내다놓은 음식물쓰레기 수거통을 새벽 시간 자치단체의 음식물쓰레기 수거차량이 골목을 누비며 쓸어갑니다. 수거차량이 향하는 곳은 각 자치단체와 계약을 맺은 처리시설. 2006년 5월부터 음식물쓰레기 직매립이 금지되면서 사료를 만들거나 퇴비로 재생산하는 방법 등 다양한 방법을 쓰고 있습니다.

그 중에는 음식물쓰레기에서 나오는 바이오가스로 전기를 만드는 곳도 있습니다. 16일 찾은 부산 강서구의 음식물자원화사업소가 그렇습니다. 이곳에서 음식물쓰레기를 처음 맞는 건 4미터 크기의 육중한 셔터문입니다. 모터가 끼릭끼릭거리며 힘겹게 셔터를 걷어 올리면 5톤 수거차량이 꽁무니부터 뒤로 슬슬 빼 투입호퍼로 불리는 투입구에 음식물쓰레기를 뱉어냅니다.

많게는 60대에서 적게는 40대의 트럭이 줄을 맞춰 하루의 성과물을 쏟아내면 투입호퍼가 가득찹니다. 어릴 때 "음식물 남기면 지옥 가서 먹어야 한다"던 할머니의 야단이 사실이라면 지옥이 이런 모습일 겁니다. 형체를 알아보기 힘든 갈색의 물컹한 것들이 내뱉는 농도 짙은 냄새에 코가 얼얼합니다.

일을 하는 직원들도 이 냄새를 제일 힘들어합니다. 기자를 안내해 준 조영렬 사업소장은  출퇴근복이 따로 있습니다. 옷에 냄새가 배어서 같은 옷을 입고는 도저히 안 된다고 합니다. 그래서 일을 하겠다는 사람들을 찾는 것도 때론 힘이 듭니다.

"어떤 사람은 여기 와서 면접까지 다 보고 가놓고는 출근을 안 해요. 전화를 걸어도 안 받아요. 정말 3D 중에 3D 아닙니까 (웃음) 위험하고, 더럽고, 어렵고… 그래도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에요. 만약에 하루만 안 해도 도시에는 음식물쓰레기가 산처럼 쌓이거든요."

음식물쓰레기 뒤져보면 식칼에 무선전화기까지...

 부산 음식물자원사업소에 들어온 음식물쓰레기는 소화조(왼쪽)로 옮겨져 바이오가스를 생산한다. 그렇게 생산된 바이오가스는 둥근 공 모양의 가스저장조(오른쪽)로 옮겨져 발전기를 돌리는 원료로 재탄생한다.
ⓒ 정민규

조 소장의 말처럼 사업소는 쉴 틈이 없습니다. 이번 추석연휴에도 하루를 제외하고 사업소는 계속 돌아갑니다. 사람이 안 쉬다 보니 음식물쓰레기들도 쉴 틈이 없습니다. 투입 호퍼를 가득 채운 음식물쓰레기는 불순물 따위를 걸러내기 위해 파쇄선별기를 통과합니다. 여기서는 별의별 게 다 나옵니다. 수저랑 밥그릇은 기본이고 식칼, 아령, 무선 전화기도 나옵니다. 이런 걸 협잡물이라고 부르는데 필요없는 이 녀석들은 매립장으로 올려보냅니다.

엄선한(?) 음식물쓰레기는 중간저장조에서 소화조 투입을 기다립니다. 공급펌프가 22미터가 넘는 거대한 소화조로 쓰레기를 밀어올립니다. 거대한 소화조는 수거차량 500대 분량을 단번에 채워넣을 수 있습니다. 부산 음식물자원화사업소에는 이런 소화조가 2개 있습니다.

이제 음식물쓰레기가 해야할 일은 거대한 소화조 안에서 30일을 지내며 마음껏 바이오가스를 방출하는 겁니다. 음식물쓰레기가 빨리 썩어 바이오가스를 많이 생산하도록 38도로 온도를 맞춰줍니다. 그렇게 생산된 바이오가스는 가스 저장조에 모인 뒤 황을 제거하는 탈황작업을 가스전처리설비에서 받습니다. 이 과정을 거친 바이오가스는 가스엔진발전기를 돌려 전력을 생산합니다.

가스를 만들고 남은 소화조 안의 찌꺼기는 탈수기에서 물을 짜냅니다. 사실 음식물쓰레기의 80%는 물입니다. 물을 폐수처리해 방류하면 물기를 털어낸 찌꺼기(슬러지)는 그제야 땅에 묻힙니다. 

딱딱해져버린 송편, 송편죽을 만들어보면 어떨까요?

 환경부는 지난 14일 추석을 맞아 음식문화를 개선하고 온실가스를 줄이는 친환경 추석명절 보내기 캠페인을 서울역에서 진행했다.
ⓒ 환경부

잘 처리되고 있지만 사실 음식물 쓰레기가 유발하는 사회적 비용이 상당합니다. 환경부는 이런 식으로 음식물쓰레기를 처리하는데 드는 비용이 1톤당 평균 11만 원가량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경제 가치로 따지면 약 20조 원의 돈이 음식물쓰레기 때문에 세고 있는 겁니다. 특히 명절을 보내며 나오는 음식물쓰레기는 무시 못할 수준이 못 됩니다.

김고응 환경부 폐자원관리과장은 "자치단체별로 명절이면 제수 음식이나 손님맞이용 음식 때문에 음식물쓰레기 발생량이 늘기 때문에 수거용기를 기존보다 큰 것을 비치하거나 수거를 잦게 한다"고 말합니다.

환경부 자료를 살펴보면 최신 통계인 2011년 전국 음식물쓰레기 발생량은 하루 약 1만 3500톤입니다. 전주시가 2009년 전자태크(RFID) 시범 사업을 하며 파악한 데이터로는 특히 쓰레기가 명절 기간 대폭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전국적으로도 명절 동안 나오는 음식물쓰레기 양이 평균치를 웃도는 것으로 추정합니다.

원인으로 꼽히는 것은 진수성찬을 좋아하는 우리의 음식문화입니다. 지난해 12월 환경부가 실시한 '음식문화 개선 및 종량제 시행 관련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국민의 87%가 "음식물 쓰레기 문제가 심각하다"고 답했습니다. 푸짐한 상차림이 음식물쓰레기의 주요 원인이라고 지적한 국민이 45.2%입니다. 문제점과 원인은 대부분이 알고 있는 셈입니다.

때문에 환경부는 올 추석기간 동안 가족과 이웃이 나눠 먹을 만큼만 음식을 준비하고, 남은 음식물을 활용해 새로운 요리로 만들자는 캠페인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남은 송편으로 송편죽을 만든다거나, 잡채로 피자나 유부전골을 만드는 방법도 그린레시피를 통해 소개하고 있습니다.

환경부 관계자는 "추석과 같은 민속명절에는 과도한 상차림 등으로 에너지가 낭비되고, 온실가스 배출이 늘어날 수 있다"며 "이번 추석은 좀 더 간소하지만 풍성한 결실을 맺을 수 있는 친환경 명절이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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