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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박대로 기자 = 19일은 무소속 안철수 의원이 정계에 입문한지 정확히 1년째 되는 날이다. 1년전 이날은 의사에서 컴퓨터 보안업체 사업가로, 다시 교수로 영역을 옮겨가며 성공가도를 달리던 한 인물이 대중적 인기를 바탕으로 대통령직에 도전했던 바로 그날이다.

대선출마를 선언한 그에게는 기존 정치권의 기대와 견제가 동시에 집중됐다.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지지율 1위를 기록하다 박원순 후보 지지선언을 하며 사실상의 양보를 했던 그가 직접 정치무대에 올라선 탓에 정치권의 이목이 쏠릴 수밖에 없었다. 

당시 안 의원은 출마선언문에서 "국민들은 저를 통해 정치쇄신에 대한 열망을 표현해주셨다"며 자신이 유권자의 요구에 따라 불려나왔다는 점을 강조했다. 뿌리 깊은 정치불신 풍조가 민생에 도움을 주지 못하는 구조적인 한계를 감지했고, 이를 자신의 '새정치'를 통해 발전적으로 해체하겠다는 게 안 의원의 취지였다.

당시 문재인 의원을 당의 대선후보로 확정했던 민주당은 안 의원과 선의의 경쟁을 통해 지지율을 상승시켜 이른바 박근혜 대세론을 무너뜨리고자 했다. 반대로 새누리당은 대선 출마 결심이 이미 늦었다며 안 의원 등장의 파장을 축소시키려 했다.

이후 안 의원은 경찰의 룸살롱·여자관계 뒷조사 의혹 등 기존 정치권과 권력기관들의 각종 공세와 압박 속에서도 전국 각지를 돌며 지지세를 확산시켰고 내부적으로는 대선캠프를 꾸리고 대선공약을 만드는 등 선거준비에도 박차를 가했다.

안 의원이 대선주자로서 활동폭을 넓혀나가자 그간 정치권을 뒤흔들었던 이른바 '안철수 신드롬'은 구체화되기 시작했다. 국민후보를 자칭한 안 의원이 단숨에 유력후보인 박근혜 후보를 추격하기 시작하자 그가 예고한 정치혁신이 현실화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기도 했다. 그러나 안 의원 본인의 역량이나 캠프의 내부 구성, 캠프에서 도출된 대선공약이 이상(理想)과는 괴리가 있다는 점이 점차 드러나면서 실망감을 노출하는 이들도 생겨나기 시작한 것도 사실이었다. 

대선이 1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11월에는 안 의원과 문재인 의원 간 단일화협상이 시작됐고 힘겨루기와 신경전 끝에 안 의원이 11월23일 대선출마 포기를 선언했다. 이후 문 의원과 민주당에 대한 거부감 속에 일시 잠적하기도 했던 안 의원은 대선을 2주 정도 앞둔 12월6일 마음을 고쳐먹고 문 의원을 돕겠다고 선언했다.

안 의원의 막판 지원에도 12월19일 대선에서 문 의원은 박근혜 후보에게 패했고 투표일 당일 안 의원은 미국 샌프란시스코로 출국했다. 그는 부인 김미경 교수, 딸 설희씨와 함께 3개월 가까이 머물다 올해 3월11일 귀국했다.

귀국과 동시에 4·24 서울 노원병 보궐선거 출마를 선언한 안 의원은 곧 선거운동을 시작했다. 새누리당 허준영 후보, 통합진보당 정태흥 후보, 진보정의당 김지선 후보 등과 경쟁한 안 의원은 철새 논란, 노회찬 지역구 뺏기 논란 등 공세를 극복하고 60.46%란 높은 득표율로 무난히 당선됐다.

◇대선후보에서 국회의원으로 변신, 독자세력화 시동 

안 의원은 새누리당 김무성·이완구 의원 등 거물급 인사들과 나란히 국회에 입성했고 이후 국회의원으로서 활동을 시작했다.

상임위원회 배정부터 보좌진 모집, 의원 연구모임 가입까지 안 의원의 일거수일투족이 정치권 안팎의 이목을 끌었다. 이 와중에 대선후보 출신답지 않게 존재감이 약하다는 지적을 받자 안 의원은 5월부터 독자세력화를 위한 인재영입을 시작하겠다고 선언, 주의를 환기시켰다.

5월22일에는 안 의원의 싱크탱크 역할을 하며 신당창당의 교두보 역할을 할 '정책네트워크 내일'이 문을 열었다. 특히 진보성향 원로학자인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가 이사장을 맡으면서 안 의원이 진보진영 포섭에 본격적으로 나선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처럼 안 의원이 신당 창당 준비에 준하는 활동을 이어나가자 민주당의 견제 강도도 한층 높아졌다. 안 의원과 민주당은 서로를 견제하며 한날한시에 정책토론회를 연다든가 한창 화두가 됐던 을(乙) 살리기 의제를 놓고 쟁탈전을 벌인다든가 하며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6월 중순 들어 안 의원 측은 진보적 자유주의를 기치로 내걸고 독자세력화에 박차를 가했다. 안 의원은 전국 순회 정책토론회와 간담회를 잇따라 열고 "정치주도세력의 교체는 시대적 과제"라며 독자세력화를 기정사실화했다. 이 와중에 안 의원 세력과 정의당 간 연대설까지 불거졌다.

순조로워 보이던 안 의원의 지지세 결집 행보는 8월초에 있었던 최장집 교수와 결별로 한때 위기에 봉착하는 듯했다. 최 교수가 석연찮은 이유로 정책네트워크 내일 이사장직을 그만두자 안 의원이 정치적으로 타격을 입을 것이란 관측이 나왔지만 안 의원은 이에 대한 해법으로 정면돌파를 택했다.

이후 공개 행보의 빈도와 강도를 한층 높인 안 의원은 긱종 현안에 지속적으로 견해를 피력하고 국회 등원 후 첫 법안도 제출하는 등 존재감을 부각시키는 데 공을 들였다.

특히 안 의원은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공개, 국가정보원 정치개입 사건,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 내란음모 혐의사건 등 각종 현안에서 예전과 달리 분명한 입장을 표명하며 우유부단하다는 일각의 비판도 불식시켰다. 

이 과정에서 그는 신당의 노선을 '전체야권과 중도층을 대표하며 새누리당과 경쟁하는 당'으로 명확히 했다. 모호하다는 평을 들었던 새정치의 개념 역시 '민생 위주 정치' '정의로운 사회 만드는 정치' '실천하는 정치'로 정리했다. 기존 정치인들과 접촉면도 한층 넓혔다. 이는 추상적인 새정치의 아이콘에서 현실정치인으로 거듭나려는 안 의원의 노력으로 풀이됐다.

나아가 안 의원은 지난 16일에는 "확률적으로 따지면 지방선거 전까지 만들 확률이 높다"며 신당 창당 가능성을 직접 언급하기도 했다. '뜬 구름만 잡는다'며 안철수 신드롬을 평가절하하던 정치권 인사들은 조금씩 구체화되는 안 의원의 구상을 확인하며 '불확실성이 조금씩 제거되고 있다'는 평을 내놓기도 했다.

◇10월 재보선, 내년 지방선거 등 향후 정치행보 분수령 될 듯

이처럼 안 의원의 정치행보에 속도가 붙고 있는 가운데 다가오는 10월30일 재·보궐선거와 내년 4월30일 재보선, 6월4일 전국동시지방선거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다만 당초 10곳 안팎에서 열릴 것으로 예상됐던 10·30 재보선이 2곳 정도로 규모가 축소되면서 안 의원 측은 일단 이번 재보선의 경우 불참 쪽으로 가닥을 잡은 상황이다.

애초에 안 의원은 전 국민의 민심을 어느정도 반영할 수 있는 소규모 총선급 재보선을 기대하며 일부 지역구에서 승리를 거둠과 동시에 안철수식 새정치를 알리겠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일단 이 계획은 예상치 못했던 '대법원 판결 지연' 변수 탓에 무산됐다.

지금까지 재보선 개최가 확정된 경기 화성갑과 경북 포항 남·울릉 지역구는 새누리당의 우세지역이란 평이 지배적인 탓에 전국 대표성을 띠기 힘들다는 게 안 의원 측의 판단이다.

결국 안 의원은 올 연말과 내년 초 인재영입에 열중한 뒤 내년 4월 재보선과 6월 지방선거를 전후해 신당 창당에 관한 결단을 내릴 것으로 예상된다.

안 의원 본인도 지난 15일 기자회견에서 "많은 분들이 새정치 세력화에 관심을 가지면서 다양한 의견들을 주고 있고 일정과 방법론도 다양하다. 지방선거전에 마무리지어야 한다는 분들도 있고 지방선거 이후에 검토해도 늦지 않다고 말씀하는 분들도 많이 있다. 창당으로 가자는 의견도 있고 국민과 함께 먼저 정치혁신운동을 먼저 해야 한다는 분들도 있다"며 "이런 의견 차이는 계속 수렴하고 좁혀가는 과정에 있다"고 신당 창당 논의 상황을 소개했다.

여론도 안 의원의 창당에 우호적이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지난 9~13일 전국 19세 이상 유권자 2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안 의원이 신당을 창당할 경우를 상정한 정당지지율에서 새누리당이 46.6%, 안철수 신당이 22.2%, 민주당은 12.5%를 기록했다. 창당하기도 전에 제1야당보다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는 상황은 이미 수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안 의원 본인도 이 같은 지지율 추이에 주목하고 있다. 그는 지난 1일 부산 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정책네트워크 내일 '새로운 부산, 안철수와 함께' 토론회에 참석해 "기득권 세력의 집요한 견제와 흠집 내기에도 불구, 만들어지지도 않은 신당의 지지율은 25% 내외를 변함없이 유지하고 있다. 기성정치, 기성정당을 불신하는 무당층은 25%에서 많게는 37, 38%까지 기록하고 있다"며 "저는 이것이 새정치를 열망하는 국민의 뜻이라고 생각한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우호적인 여론에 힘입어 청사진을 그리고 있긴 하지만 새누리당과 민주당 간에 수개월째 지속되고 있는 극한대치는 안 의원에게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NLL대화록 유출 의혹사건, 국정원 정치개입 사건, 이석기 내란음모 혐의사건, 채동욱 검찰총장 혼외자식설 등을 둘러싸고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탓에 안 의원 운신의 폭도 좁아지고 있다. 그렇다고 각각의 사안들이 양비론적으로 양측을 모두 비판할 만한 사안이 아니란 점 역시 안 의원으로선 골칫거리일 수밖에 없다. 정의당 천호선 대표도 최근 라디오 인터뷰에서 "현 정국에서 민주당과 정의당과 시민들이 맞서고 대통령이 저런 태도를 보여줬는데 그저 조직작업, 당 만드는 데에만 집중하면 국민들로부터 좋은 태도란 평을 듣기 어렵다"며 안 의원에게 일침을 가했다.

이 같은 상황 속에서 안 의원은 기존 정치권 불신에 따른 반사이익을 얻을 수는 있겠지만 정책 역량 면에서 스스로 비교우위를 증명할 수 있는 기회는 좀처럼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한 정치권 인사는 "극한대치하는 여야의 모습을 보면서 그에 대한 실망감으로 안 의원의 새정치를 대안으로 여기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안 의원의 입장에서 더 바람직한 것은 유권자들이 안 의원의 활동과 행보를 높이 평가하면서 여야에 '왜 너희들은 안 의원처럼 못하냐'고 따지는 것"이라고 귀띔했다. 그는 "어부지리(漁夫之利)와 반면교사(反面敎師)로 반사이익에 기대는 게 아니라 보다 뛰어난 역량으로 차별화에 성공하며 타산지석(他山之石)이 돼야 하는 것 아니냐"고 안 의원에게 충고하기도 했다.

민주당 인재영입위원장으로서 안 의원과 미묘한 경쟁관계인 김영환 의원도 "안철수 의원이 국회의원이 되셔서 전체적으로 현실정치를 습득하는 과정에 있다고 본다"며 안 의원이 타 정치세력을 압도하지 못하는 '정치초심자' 수준에 머물고 있다고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정계입문 1년을 맞이한 안 의원이 이처럼 만만찮은 환경 속에서 존재감을 부각시키고 나아가 독자세력화를 통한 정치주도세력 교체란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 정치권 안팎의 눈과 귀가 쏠릴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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