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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주간경향
ㆍ항일독립단체 발행 권업신문에서 ‘쌍룡검 실존’ 마지막 기록 확인
ㆍ1910년께 궁내부 박물관 전시 후 사라져… 일본인 손에 넘어간 듯

충무공 이순신 장군이 실전에서 사용했다는 쌍룡검(雙龍劍)이 1910년께 궁내부(조선말 왕실에 관한 일을 맡았던 관청) 박물관에서 한때 전시되다가 소장고로 들어간 것으로 확인됐다. <주간경향>이 찾아낸 1912년 5월 26일자 권업신문의 기사에 의하면 일본인들이 쌍룡검을 궁내부 박물관에 전시하다가 그 자리에 다른 문화재를 전시한 것으로 나타나 있다.

1910년 사진집인 <조선미술대관>에 사진으로 모습을 드러낸 쌍룡검은 그 후 행방을 알 수 없었다. 현재 남아 있는 이순신 장군의 칼은 모두 여섯 자루이지만 모두 실전에서 사용할 수 없는 장검이거나 명나라 황제가 선물한 칼이다. <조선미술대관>이 발행된 지 2년 후에 실린 권업신문의 기사는 쌍룡검의 실존이 언급된 마지막 기록이라고 할 수 있다.
 
몇 년 동안 쌍룡검의 행방을 찾고 있는 혜문스님(문화재제자리찾기 대표)은 “권업신문 기사가 가장 마지막 기록이라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권업신문은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활동하던 항일독립운동단체인 권업회가 만든 신문으로, 1910년대 초에 발행됐다.

<조선미술대관>에 실린 쌍룡검의 사진. | 윤호우 기자

1912년 5월 26일자 권업신문의 기사는 다음과 같다.
“동관대궐을 한국 고물진열소로 만들고 구경꾼에게 돈 오십전씩 받고 구경시킨 지가 벌써 오래되었거니와 근일에 와서는 그 속에 진열하였던 박랑사 중에서 진시황의 수레 부시던 창추 역사의 철추와 한산도에서 왜적의 병함을 함몰시킬 적에 군병을 호령하던 이 충무의 원융검(元戎劍)과 그 외 한국 고대의 활, 창, 투구, 갑옷, 쇠도리개 같은 종류는 일인들이 말갛게 다 거둬치우고 오직 기명이나 패물이나 글씨나 그림 같은 것들만 진열하였다더라.”

충무공이 실전에서 사용했다는 ‘원융검’
‘이 충무의 원융검’은 쌍룡검의 또 다른 이름이다. 1910년 2월 발행된 <조선미술대관>의 사진에는 두 칼에 원융검이라는 꼬리표가 각각 붙어 있다. 따로 실린 사진설명에는 궁내부 박물관 소장으로, 이순신 장군이 임진왜란 때 쌍룡검을 사용했다고 기록해 놓았다. 권업신문의 기사에 나타난 동관대궐은 궁내부 박물관이 있던 창경궁을 말한다.

대한민보 1909년 9월 19일자 기사에서는 ‘충무공의 군도’(軍刀)라고 표시하고 ‘동궐내 박람회’에 출품했다고 나타나 있다. 대한매일신보 1910년 4월 12일자 독자투고문에서는 ‘창경궁’과 ‘충무공(忠武公) 쓰든 칼’이라는 표현이 등장한다. 이순신 장군의 쌍룡검이 창경궁의 궁내부 박물관에 전시됐다는 기록이다. 

이순우 우리문화재자료연구소장은 “<조선미술대관>의 쌍룡검 사진을 보고 신문 기록을 찾다보니 이런 자료가 나왔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대한매일신보 1909년 9월 19일자와 신한국보 1909년 10월 19일 기사에도 쌍룡검이 창경궁으로 옮겨갔음을 알 수 있는 내용이 나온다.

박물관 관련 역사기록을 보면 1908년 9월 창경궁에 이왕가 박물관, 즉 궁내부 박물관이 설치됐고, 1909년 11월에 일반인에게 공개된 것으로 나타나 있다. 1909년 대한민보 등 3개의 기사는 일반인에게 공개하기 전 유물이 친위부에서 이왕가 박물관으로 이동한 상황을 설명한 것이고, 1910년 대한매일신보 독자투고문은 쌍룡검이 전시된 상황을 말해주는 것이다. 1912년 권업신문 기사는 전시된 뒤 2년 후의 상황을 설명해주고 있다. 이순우 연구소장은 “권업신문 기록으로 보면 궁내부 박물관, 즉 이왕가 박물관 수장고에 있다가 없어진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추정했다.

궁내부 박물관은 후에 이왕가 박물관으로 불린다. 이왕가 박물관은 1938년 덕수궁으로 옮겨갔다. 이 연구소장은 “이왕가 박물관의 문화재를 정리한 기록이 있어 살펴보았더니 쌍룡검으로 추정될 만한 칼은 없었다”며 “궁내부 박물관에 있었다면 그 후로 이왕가 박물관, 이왕가 미술관, 덕수궁 미술관을 거쳐 국립중앙박물관의 수장품이 되어 있어야만 한다”고 설명했다.
 
쌍룡검은 창경궁이든 덕수궁이든 수장고에서 사라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지난 3월 이순신 연구가인 박종평씨는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실 유물관리부에 유물의 소재에 대해 문의한 결과 ‘이순신 장군의 쌍룡검은 국립중앙박물관의 소장품이 아니다’라는 답변을 받았다.

<주간경향>이 찾아낸 또 다른 권업신문의 기사에서는 쌍룡검을 ‘여해장군 원융검’으로 표시했다. 여해장군은 이순신 장군을 말하는 것으로, 이 역시 이순신 장군의 쌍룡검을 말한다. 1912년 12월 19일 신문에서 권업회의 첫돌을 축하하면서 쓴 축사에서 자랑스러운 문화재 중의 하나로 등장한 것이다. 이처럼 대중들에게 널리 알려졌던 쌍룡검은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1984년까지 까맣게 잊혀졌다. 쌍룡검을 찾는 이도 없었다.

(왼쪽) 권업신문 1912년 5월 26일 기사. ‘이충무의 원융검’이라고 적혀 있다. (오른쪽) 권업신문 1912년 12월 19일 기사. ‘여해장군 원융검’이라고 나타나 있다.

1984년 12월 19일 이순신 연구가인 이종학씨가 쌍룡검의 행방을 묻는 중요한 기록을 내놓았다. 훈련도감 대장을 지낸 돈암 박종경의 <돈암유고>에 나타난 쌍룡검 기록이다. 1811년 박종경은 병조판서 심상규(호 두실)에게서 쌍룡검 한 자루를 얻고, 아산현에서 온 사람에게서 다른 한 자루를 샀다는 것이다. 이종학씨는 이 기록을 공개한 후 쌍룡검의 존재를 끈질기게 추적했지만 결국 찾지 못한 채 작고했다.

쌍룡검의 역사를 추적하면 ①1592년께 이순신 장군이 임진왜란에서 사용 ②한 자루는 병조판서 심상규 소유, 다른 한 자루는 아산현에 존재 ③1811년 돈암 박종경 소유(돈암유고에 기록) ④친위부(親衛府·이전의 군부) 소유 ⑤궁내부 박물관 소유로 행적을 정리할 수 있다.

이순신 장군이 임진왜란 당시 사용했던 쌍룡검 두 자루가 사후에 따로 흩어져 개인 소유물이 됐다가 훈련도감 대장인 박종경에 의해 기록으로 등장하고, 훈련도감으로 넘어갔을 가능성이 크다. 대한민보 1909년 기사에서 친위부에서 동궐내 박람회에 출품했다는 기록은 군부에서 갖고 있다가 박물관으로 넘겨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쌍룡검은 과연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혜문스님은 “쌍룡검은 일본인이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며 “그 정도의 칼은 없어지지 않으며 개인이 녹일 수도 없다”고 추측했다. 이순우 소장은 “행방불명이라고 표현할 수 있다”며 “일본인이 빼돌렸다는 것은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고, 수장고에 있다가 사라졌다는 점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이 소장은 “어쩌면 지금도 박물관의 수장고에 있을 가능성도 있을 수 있지만 그 가능성은 낮다고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잊혀진 검’ 1980년대 들어 다시 관심
쌍룡검을 추적하는 또 다른 단서가 최근 드러났다. 박종평 이순신 연구가는 “<조선미술대관>에 쌍룡검과 같이 등장하는 철추에 대해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 연구가가 찾은 실마리는 황성신문 1909년 10월 27일자 기사다. 영국의 ‘깃지나 원사’가 한국으로 와서 궁내부 박물관에 들렀다가 창해역사의 철추를 잠시 빌려갔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며칠 뒤인 11월 2일에는 깃지나 원사가 경부선 열차를 타고 일본으로 건너갔다고 실려 있다. 이 철추에 대한 행방은 동아일보 1929년 11월 7일에 등장한다. 동아일보 기사는 1909년 11월 6일자 대한민보를 다시 기록하면서 깃지나 원사가 철추를 보고 돌려주었는데, 어제는 일본군 사령부가 보겠다고 가져갔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조선미술대관>에 실린 철추(아래)의 사진.

깃지나 원사는 영국의 키치너(Horatio Herbert Kitchener) 장군을 말한다. 키치너 장군은 당시 인도군 사령관을 역임했다. 철추가 쌍룡검과 함께 전시됐다는 것은 1912년 권업신문 기사, 1909년 대한민보 기사에서 잘 나타나 있다. 1910년의 <조선미술대관>에서도 철추는 ‘제4도’로, 쌍룡검은 ‘제5도’로 이름 붙여져 있다. 

이렇게 쌍룡검과 곁에 붙어 있던 철추를 영국의 키치너 장군에게 빌려줄 정도라면 쌍룡검 역시 대여의 대상이 됐을 수도 있다. 혜문스님은 “키치너 장군이 빌려갔다가 돌려준 후 일본군 사령부가 가져갔다는 내용으로 볼 때 일본 군부가 쌍룡검도 일본으로 가져갔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철추 역시 현재 국립박물관에서 소장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지난 3월 박물관 학예연구실 유물관리부는 확인했다.

이순우 소장은 “키치너 장군이 빌려간 철추도 하나의 추정일 수밖에 없다”면서 “지금 쌍룡검은 어떻게 됐는지 단정적인 결론을 내리기 어렵다”고 말했다. 혜문스님은 “쌍룡검은 이순신 장군이 임진왜란 때 우리 민족을 구한 활인검(活人劍)이므로 반드시 찾아내야 할 문화재”라고 강조했다.



이순신의 쌍룡검? 여전히 해석 여지 남아

<증정중등조선역사> 1929년 4판에 실린 이순신 초상화.
쌍룡검에는 ‘鑄得雙龍劍 千秋氣尙雄 盟山誓海意 忠憤古今同’이라는 글귀가 새겨져 있다.
‘쌍룡검을 만드니 천추에 기상이 웅장하도다. 산과 바다에 맹세한 뜻이 있으니 충성스런 의분은 옛날이나 지금이나 같도다’라는 뜻이다. 1811년 쌍룡검을 얻었다는 박종경의 <돈암유고>에도 이렇게 적혀 있고, 1910년 <조선미술대관>에도 이렇게 적혀 있다. 이순신 장군의 쌍룡검을 알려주는 상징이다.

두 기록은 공통적으로 이순신 장군이 쌍룡검을 실전에서 사용했다고 적고 있다. 하지만 이 기록은 <돈암유고>에서 처음 나타날 뿐이다. 이순신 장군의 생전에 이런 기록은 전혀 남아 있지 않다. 이 때문에 과연 쌍룡검이 이순신 장군이 실전에서 사용한 칼인지를 완벽하게 입증하기는 힘들다. 임진왜란 당시인 1592년께와 박종경이 쌍룡검을 얻었다는 1811년 사이에는 200년이라는 세월의 간격이 존재한다.

이순신 장군의 <난중일기>에는 칼을 사용한 기록이 거의 없다. 활 연습을 자주 한 기록은 보이지만 칼에 대한 언급은 서너 번 정도 간략하게 나타날 뿐이다. 해전에서도 이순신 장군이 직접 칼로 적의 목을 벤 기록은 전혀 나타나지 않는다. 이순신 장군은 화포로 왜선을 공격하거나 거북선으로 왜선을 깨뜨리는 전법을 구사했기 때문이다.

쌍룡검과 비슷한 글귀가 새겨진 칼에 대한 자료가 최근 발견됐다. 고산선생문집(孤山先生文集)이라는 책에 담겨진 ‘통제사 이공 묘갈명’(墓碣銘)이라는 글이다. 조선 고종 때 문신 고산 임헌회(任憲晦·1811~1876)가 쓴 책이다. 이 묘갈명에 ‘公鑄得一雙長劒 刻以盟山誓海意 忠憤古今同之句’이라는 내용이 있다. 뜻은 ‘공이 한 쌍의 장검을 만들었다. 산과 바다에 맹세한 뜻이 있다. 충성스런 의분은 옛날이나 지금이나 같다’이다. 쌍룡검에 새긴 글귀와 거의 동일하다. 이 글의 바로 뒷부분에는 공이 평생 충무공을 존경했으며 그래서 (충무공의) 시를 이렇게 새겨넣었다고 설명해 놓았다.

여기서 통제사 이공은 충무공이 아닌 숙종대 삼도수군통제사 이복연(李復淵·1688~?)이다. 충무공 사후 100년 뒤에 생존했던 인물이다. 박종평 이순신 연구가는 “박종경이 얻은 칼은 어쩌면 이복연이 충무공을 존경해 만든 칼일 수도 있다”고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박종경이 <돈암유고>에 기록한 칼과 <조선미술대관>에 나온 칼은 거의 동일하다고 볼 수 있지만, 이 칼이 이순신 장군이 실전에서 사용한 칼이냐는 사실은 여전히 해석의 여지가 남아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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