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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한겨레
추석 때 국회는 택배 물류센터? 추석을 일주일 앞둔 12일 낮 1시께 서울 영의도 국회 의원회관 1층 로비에 국회의원들에게 온 추석 선물 택배상자가 수북이 쌓여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한겨레] 추석을 한 주 앞둔 9월 둘째 주

물류센터로 변한 의원회관 1층

사과·배·한우 등으로 다양했다

“설보다 추석 때가 많아요

국감과 예산안 심의 앞둔 시기라…”


“여보세요, 택배인데요. 의원님 추석 선물 왔습니다. 1층 와서 찾아가세요.”

올해 대학에 입학한 뒤 한 학기만 다니고 휴학한 김아무개(19)씨는 바삐 전화를 돌렸다.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1층 로비엔 검은색 매직펜으로 숫자가 적힌 택배상자들이 어지러이 널려 있었다. 곳곳에 쌓인 상자는 사람 키 높이를 훌쩍 뛰어넘었다. 김씨는 의원실 호수를 확인해 택배상자 위에 큰 글씨로 숫자를 적고, 전화하기를 반복했다.

“상자가 너무 많아서 의원실 층별로 상자들을 따로 분류해요. 이렇게 해도 찾는 데 한참 걸리기도 해요.”

의원실에서 온 한 여직원이 작은 손수레를 끌고서 다가왔다.

“5××호에서 택배 찾으러 왔어요.”

“잠시만요.”

김씨는 숫자 5로 시작하는 상자들을 둘러봤다. 눈에 띄지 않았다. 아직 분류하지 않은 상자 더미를 훑어보고는 되물었다. “전화받을 때 어느 택배회사라고 하던가요?”

직원이 “대한통운이요”라고 답하자, 김씨는 “저쪽 옆으로 가보세요”라고 알려줬다.

비누·치약·참치는 없어요, 격 안 맞으니까 

추석을 한 주 앞둔 9월 둘째 주, 국회 의원회관 1층 로비는 택배 물류센터로 변해 있었다. 워낙 물량이 많은 탓에 택배회사별로 구역을 나눴다. 회사 규모가 큰 씨제이(CJ)대한통운이 가장 넓은 구역을 차지했고, 현대택배, 한진택배, 로젠택배, 옐로우캡 등이 일정 구역을 차지하며 상자를 쌓아두고 있었다. 이 5개 업체의 택배기사들에게 하루에 얼마나 많은 물량을 처리하는지 물었다. 전날 처리한 물량이 1000개, 500개, 200개 등으로 다양했다. 5개 업체의 물량을 다 합치면 9월10일에만 2000개가 넘는 상자를 배달한 셈이다.

한 택배업체에 열흘간 임시직(알바)으로 고용된 김씨는 예상을 뛰어넘는 물량이라고 말했다.

“국회의원들에게 선물이 이리 많이 오는 줄 몰랐어요. 일당이 괜찮은 알바라고 소개받아 왔지만, 솔직히 지금 뭐 하는 건가 싶어요. 하긴 너무 바빠서 생각할 겨를도 별로 없긴 해요.”

김씨는 내년 3월 군 입대를 앞둔 휴학생이다. 학비가 부족해 2학기 등록을 연기하고 ‘알바 전선’에 뛰어들었다가 국회까지 오게 됐다.

“요 몇달간 음식점 서빙, 이삿짐 나르기, 신문배달 등을 해봤지만, 이 일이 가장 힘들어요. 이번주 내내 오전 7시부터 오후 7시까지 국회의원들에게 선물 나르고, 밤엔 여의도 지역에 택배 물량을 배달해요. 국회의원들에게 오는 선물이 워낙 많다 보니, 이 지역의 택배들이 다 밀리고 있어요.”

다른 택배기사들도 사정은 다르지 않았다. 4년 경력의 택배기사 최아무개(29)씨는 “매년 명절마다 죽어난다. 지난해엔 아내하고 둘이서 했는데 올핸 손이 부족해 따로 알바 2명을 구했다. 사람이 감당할 수 있는 물량이 아니다”고 말했다. 옆에서 분주히 상자를 분류하고 있는 이아무개(43)씨는 “신림동 고시원에서 노무사 시험을 준비하다가, 택배기사로 일하는 아는 형이 부탁해 일주일간 알바로 왔다. 선물이 이리 많은 줄 몰랐다. 억울하면 출세하란 말이 제대로 실감난다”고 털어놨다.

택배기사로 국회 담당만 12년째 해온 박아무개(46)씨는 “하루 평균 의원회관에 오는 택배가 열개 남짓인데 오늘만 해도 200상자가 넘는다. 그래도 10년 전보단 줄어든 편”이라고 밝혔다.

선물은 다양했다. 사과·배·멸치·간고등어·잣 등 농수축산물이 대부분이었고, 한우선물세트나 와인, 홍삼 등 꽤 고가인 품목들도 있었다. 선물의 종류는 의원이 소속된 상임위원회에 따라 달라지기도 한다. 한 의원의 보좌관은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선 주로 농수축산물이 들어오고,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건강기능식품을 많이 받는다”고 전했다. 다른 보좌관은 “서민들이 주고받는 선물은 비누, 치약, 참치, 햄 등이 많지만, 의원들에겐 그런 선물이 오지 않는다. 격에 맞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법안 하나에 이해관계 달라지는

상임위원회 관련 부처 기관과

공·사기업에서 보내는 선물들

“서민끼리 주는 건 선물이지만

이건 조선시대 같은 진상이죠” 


고가의 선물일수록 의원회관 아닌 집으로 

국회의원에게 오는 선물은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흘러갈까. 이틀간 국회의원실 30여곳을 다니며 물었다. 한 비서관은 “의원님의 지인이 보내기도 하지만, 상임위원회 관련 부처의 산하기관, 기업에서 보내는 선물이 더 많다. 법안 하나에 기관이나 기업의 명운이 왔다갔다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평소에 관리를 하는 것”이라고 얘기했다. 이 비서관은 선물이 많이 들어오는 상임위로 산업통상자원위원회와 국토교통위원회를 지목하기도 했다. 한 의원의 보좌관은 명절 중에서도 추석과 설에 차이가 있다고 했다. “설보다는 추석 때 선물이 많이 들어와요. 아무래도 국정감사와 정부예산안 심의를 앞둔 시기여서 그러지 않을까 싶어요. 잘 보여야 하는 이유가 있는 거죠.”

국회와 갑을관계에 있는 기관과 기업들이 선물을 보낸다는 의미였다. 특히 보좌진들은 “공기업은 무조건 보낸다고 보면 된다”고 입을 모았다. 상임위 가운데 공기업과 많이 얽혀 있는 곳은 정무위원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국토교통위원회 등이다. 정무위는 예금보험공사 등 금융권 공기업들을 상대하고, 산업통상자원위는 에너지 관련 공기업을 모두 산하에 둔 산업통상자원부를 담당한다. 국토위가 상대하는 국토교통부에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한국도로공사, 철도공사 등 초대형 공기업과 계열사들이 포진해 있다. 이외에도 보건복지위원회는 100조원에 가까운 복지예산을 감시감독하는 역할을 맡는다. 그만큼 많은 사람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기 때문에 갑을관계도 적지 않게 형성된다.

실제로 기자가 국회에 사흘간 머물면서 지켜본 결과, 의원들에게 선물을 보내는 기관은 공기업, 민간기업, 협회 등 다양했다. 예금보험공사와 엘에이치 등 공사를 비롯해 대한의사협회, 대한석유협회, 대한변호사협회 등 협회도 다수였다. 석유협회와 의사협회는 한우세트를 선물로 준비했고, 변호사협회는 와인세트를 40여개 보냈다. 엘에이치는 담당 상임위가 아닌 의원들에게도 다수 선물을 보냈고, 국군기무사령부의 장영욱 사령관도 20개가 넘는 선물을 국회에 보냈다. 국방위원회 소속 국회의원이 16명이기 때문에 해당 상임위가 아닌 의원에게도 선물을 보낸 셈이었다.

한 대기업에서 국회 업무를 담당하는 관계자가 이유를 설명했다. “기업의 규모마다 다르지만, 10대 그룹의 기업들은 국회의원 300명을 다 관리한다는 마인드를 가지고 있습니다. 법안 하나에 수익이 수십억, 수백억 차이 날 수도 있거든요. 기업 입장에선 언제 어떻게 연결되고, 도움이 될지 모르기 때문에 최대한 많은 의원들을 관리하려 해요. 우리가 민원을 넣을 때 잘 안되는 일도 동료 의원이 한마디 해주면 스무스하게(부드럽게) 넘어가는 경우도 많거든요.”

이 관계자는 대기업이 국회의원들에게 선물 보내는 방법에 대해서도 소개했다. “인맥을 최대한 활용해 많은 의원들을 관리해요. 안면이 있는 사람에게 보내야 그나마 효과가 있으니까요. 총무팀이나 홍보팀에서 사장과 임원들이 보낼 국회의원 명단을 취합한 다음, 겹치는 이름이 있으면 사장 이름으로 보내죠.”

국회에 오는 선물은 의원들이 받는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한 보좌관은 “의원님 집 주소를 물어보는 기관이 상당수다. 많은 선물은 국회보단 자택이나 지역구 사무실로 갈 것”이라면서도 “우리 의원의 집 주소는 절대 알려주지 않는다”며 본인의 경험과는 선을 그었다. 이에 대해 기업 관계자는 “고가의 선물일수록 국회보단 집으로 보낸다. 의원의 집 주소를 알아내는 방법은 여러가지다. 꼭 보좌진에게 물어보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명절 선물 풍속은 시대마다 다른 모습을 보였다. 국회에 오래 머문 보좌진들은 대개 “예전보다 선물이 확실히 줄었다”는 견해를 보였다. 1989년부터 국회에서 보좌진을 한 김현목 보좌관(강동원 무소속 의원)은 “선물의 양과 질이 모두 차이가 있다. 확실히 예전보단 개선됐다”고 말했다. 국회에서 10년 넘게 근무한 한 보좌관은 “명절 선물 문화가 달라진 시기는 2003년 대선자금 수사 때로 기억한다. 그전까진 비싼 선물, 알아줬으면 하는 선물이 많았다”고 말했다. 이 보좌관은 “그 시점을 기준으로 국정감사를 앞두고 공기업 사장, 임원들과 보좌진이 술자리를 갖는 문화도 거의 사라졌다”고 덧붙였다. 다른 보좌관은 “17대 국회(2004~2008년)까지만 해도 명절 선물로 백화점 상품권, 구두 상품권을 꽤 주고받았지만 그 이후론 사라졌다”고 말했다.

장기투쟁 사업장으로 가는 정진후 의원실의 선물 

국회에 배달된 선물은 어떻게 될까. 대다수 보좌진은 “의원이 일부 가져가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의원실 보좌진이 나눠 갖는다”고 말했다. 선물은 재활용되기도 했다. 한 보좌관은 “의원실은 선물이 머무는 곳이라기보단, 지나가는 곳에 가깝다. 여기 들어온 선물들의 상당수는 명함을 바꿔 다시 선물로 나간다”고 밝혔다. 11일 오후 3시께 한 우체국 택배기사는 선물을 가득 실은 수레를 의원회관에서 가지고 나와 차에 실었다. 이 기사는 “명절 때엔 국회에 들어오는 선물도 엄청나지만, 나가는 양도 만만치 않다”고 말했다. 선물들을 훑어보니 한두 시간 전에 의원실로 배달된 물건도 여럿 눈에 띄었다. 선물을 모아 기부하는 곳도 있었다. 정진후 정의당 의원실의 홍상철 보좌관은 명절에 들어오는 선물을 모아 장기투쟁 사업장의 노동자들에게 전달할 계획이라고 했다.

“매년 명절 때마다 받은 선물들을 모아 장기투쟁 사업장에 보냈습니다. 올해엔 경영진의 비리로 거리로 내몰린 대우자동차판매 노동자들에게 보내려고 합니다. 쌍용차 해고노동자들은 단체로 단식농성 중이라 먹는 것을 보낼 수도 없어요.”

홍 보좌관은 18대 국회 시절 청소노동자 출신인 홍희덕 전 의원실에 있었다. “2008년에 국회에 들어와 첫 명절을 맞으니 여러 곳에서 선물이 들어오더군요. 처음엔 의원실 식구들이 나눠 가졌는데 보기가 안 좋더라고요. 그다음부턴 모아서 청소노동자들이나 취약계층에게 전달했습니다.”

12일 오후부턴 여야 지도부의 의원실을 찾았다. 민주당 원내대표인 전병헌 의원의 보좌관 채현일씨는 “솔직히 예전보단 선물이 좀더 들어오긴 하지만, 큰 차이는 없다. 선물은 보좌진이나 당직자들이 나눠 갖는다”고 말했다. 새누리당의 최경환 원내대표를 보좌하는 정성우 비서관은 “예전보다 늘었는지 줄었는지 통계를 내지 않아 잘 모르겠다”며 말을 아꼈다. 신당 창당을 준비하는 안철수 의원도 상황이 다르지 않다. 안철수 의원실의 윤태곤 비서관은 “들어오는 선물의 일부는 보좌진이 나눠 갖기도 하고, 가격대가 좀 나가는 선물이면 돌려보내기도 한다”고 밝혔다. 최근 ‘친박’의 실세로 떠오른 윤상현 의원실에선 받은 선물 10여개와 동료 의원들에게 보낼 선물 150여개가 쌓여 있었다. 이 의원실의 김종현 보좌관은 “원내 지도부라고 별다를 것은 없다. 선물을 주고받는 것은 이전과 비슷하다”고 말했다.

300조원에 가까운 정부 예산을 심의하는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장실을 찾았다. 위원장을 맡은 이군현 의원은 지난 3일과 7일 두 차례에 걸쳐 대규모로 출판기념회를 열어 여러 언론의 비판을 받았다. 기자가 “명절 선물을 얼마나 받았느냐”고 묻자, 이 의원실의 이진충 보좌관은 “그런 건 말해주기가 어렵다”고 답했다. 다시 “여야 지도부와 다른 상임위원장에게 다 물어보고 오는 길이다. 그냥 솔직하게 얘기해달라”고 하자, 이 보좌관은 “이전과 비교해 큰 차이가 없다. 기관장이라고 다 (예결위원장에게) 선물을 보내는 것이 아니다. 일면식이 없는 사람은 보내지 않는다”고 말했다.

의원실을 돌아다니고서 12일 오후 6시께 의원회관 1층 로비로 돌아왔다. 택배기사들은 여전히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알바로 일주일간 일한 임아무개씨에게 선물을 보며 어떤 생각이 드느냐고 물었다.

“서민들끼리 주고받는 것은 선물이지만, 이건 진상이죠. 조선시대 벼슬아치에게 바치던 진상이요.”

“그래도 몇몇 사람은 선물을 주고받아야 지역경제가 돈다고 하던데요?”

“별 헛소리를 다 하네. 뇌물을 주고받지 않아도 돈은 돌아요.”

수북이 쌓인 상자의 높이는 아침과 다르지 않았다. 마르지 않는 샘처럼 선물 상자도 줄어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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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낙지 살인사건'을 다룬 방송. ('궁금한 이야기 Y' 캡처) 김씨는 치아질환으로 낙지 먹지 않아, 2억 생명보험 문제도 [CBS노컷뉴스 유원정 기자] '낙지 살인사건'의 무죄 판결이 확정됐지만 '의혹'은 여전히 사라지지 않고 있다. 미궁으로 남게 될 '낙지 살인...
    Reply0 출처노컷뉴스 fi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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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 12
    Sep 2013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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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료시사회로 관객 '뻥튀기'…영업 전략인가 꼼수인가

    [뉴스데스크]◀ANC▶ 개봉 첫 주 100만 관객 돌파 같은 영화 광고 자주 보시죠? 첫주 성적을 보고 영화 보러 갈까 말까 가늠하는 분들 많으신데요. 관객 규모라는 게 유료시사회를 통해 부풀려지고 있습니다. 이경미 기자입니다. ◀VCR▶ 할리우드 애니메이...
    Reply0 출처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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