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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90세 고령으로 암과 투병하면서 오페라 〈손양원〉의 작곡을 완성, 무대에 올림으로써 한국교회음악사에 길이 남을 업적을 이루어 낸 박재훈 목사의 일생을 회고한 전기(傳記)가 출판됐다. “나의 음악 스승이신 박재훈 목사님께 존경과 감사의 마음으로 헌정합니다”라는 글과 함께 한 편의 드라마와 같이 감동과 교훈이 있는 박재훈 목사의 신앙과 삶, 작곡가로서의 열정과 작품세계를 엮어 출판한 문성모 장신대 총장은 머리말에서 “하나님을 사랑하는 박재훈 목사의 헌신적 자세, 교회와 민족을 위한 눈물과 기도는 우리 모두에게 감동과 교훈을 줄 것을 확신한다. 따라서 한국교회음악 역사에 더없이 소중한 보물이라는 생각으로 이 책을 엮었으며, 한 사람에 대한 전기(傳記)지만 학문성과 대중성을 모두 포용해 전기형식을 유지하면서도 너무 딱딱하거나 지루하지 않도록 여러 삶의 파편들을 이야기로 만들어 소개했다”고 밝히고 있다.

올해로 91세를 맞이한 노장 박재훈 목사는 현재 전립선암 및 갑상선암으로 수년째 투병중이다. 이토비코 자택에서 만난 박목사는 암 투병 환자임이 느껴지지 않는 인자한 미소로 기자를 맞이했다. 최근 심하게 앓았었다며 말문을 열자 그제서야 아직 채 돌아오지 않은 쉰목소리에서 쇠약해진 기력이 느껴졌다. 그러나 그는 병들어 불편한 노구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의 은혜를 받은 자로서 한시도 무익하게 살아갈 수 없다는 투지를 불태우며 오늘도 의미있는 시간을 꿈꾸고 있다.


◇ 출간된 본인의 전기(傳記)를 받아본 소감

부끄럽기도 하고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어느덧 나이 90세가 되고 보니 나름대로 걸어온 길을 정리도 해보고 싶었으나 엄두가 나지 않아 포기상태에 있었는데, 우연한 계기에 지인들 사이에서 자서전 집필에 대한 이야기가 거론되자 문성모 총장이 나에 관한 전기를 쓰겠다고 자진해서 나섰다고 들었다. 오래 전 예고시절부터 작곡을 시작해 서울대 재학 시절 이후 한국적 요소의 찬송가들을 작곡하기도 한 문 총장에 대해서는 함께 음악을 하는 사람으로서 알고는 있었으나 나이 차이가 많이 나 직접적인 관계는 그다지 맺지 못하고 있었지만 늘 훌륭한 후배로 바라보고 있었다. 여러가지 일로 매우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을 사람이 또 시간을 내 나의 지나온 발자취를 정리해 준다고 나서 애써 준 것이 그저 고마울 뿐이다.

돌아보면 나의 삶 가운데 모든 것이 다 하나님의 은혜다. 나는 어려서부터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한 순간도 내 뜻대로 살아온 적이 없었다. 살아계신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구하고 그 인도하심대로 살아왔다. 매 순간 하나님의 은혜를 경험하는 삶이 얼마나 행복한 삶인지 모른다. 그래서 내안에는 풍성한 감사밖에는 없다. (웃음)

◇ 전기(傳記)의 집필을 위한 저자와의 대화 과정에서 어려움은 없었는가

문 총장과 수없이 전화로 대화했다. (웃음) 또 그가 태평양을 왕복해 다녀가기도 했고 많은 수고를 아끼지 않았다. 지나간 90년의 낡은 연륜의 굽이굽이, 구석구석에서 나의 기억 속에서도 거의 잊혀졌던 일들, 에피소드들, 만났던 사람들을 밝혀내서, 그 기록을 심혈을 기울여 이렇게 아름다운 책으로 만들어 준 문 총장과 여러분들께 그저 뜨거운 감사를 드린다.

◇ 작곡가로서의 인생 회고

내가 오늘까지 살아온 지나간 90여 년에는 한민족의 한맺힌 역사의 시절, 칠흑같은 어둠이 깔려 있던 때가 상당시간을 차지하고 있다. 나는 일제 학정 때에 나서 일제 말기에 이르는 암흑시대에 청소년기와 청년기를 보냈다. 제2차 세계대전, 해방1945년, 건국1948년, 그리고 잠시 든 햇빛을 다시 어둠으로 덮어버린 6.25전쟁, 휴전, 정치적 혼란과 갈등 등 한민족의 아픔을 고스란히 목도한 세대다. 임마누엘 하나님은 어두운 시절 나의 인생길을 인도하는 등불이요 지팡이가 돼 주셨다. 고난과 좌절 가운데 있는 우리 민족에게 새힘을 주도록 하나님께서는 내게 영감을 불어넣어 주셨고 나는 하나님께서 주시는 영감을 따라 곡을 지었다. 내게 음악을 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 주신 하나님을 향한 찬송시에 곡을 붙여 찬송가를 작곡했다. 또한 해방으로 새 시대를 맞이한 우리민족이 부를 만한 노래가 없었다. 특히 당시 초등학교 교사였던 내게는 어린이들이 부를 노래가 없다는 것이 너무나 안타까왔다. 기도하며 새 시대, 새 나라의 어린이를 위한 동요를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하고는 사흘간 밖에 나가지도 않고 책상 앞에 앉아 50곡의 동요를 작곡했다. ‘엄마 엄마 이리와 요것 보셔요’, ‘산골짝의 다람쥐’, ‘시냇물은 졸졸졸’, ‘송이송이 눈꽃송이’ 등의 동요 대부분이 그때 작곡한 것이다. 작곡가로서의 나의 인생은 시작부터 지금까지 오직 하나님께서 인도해 주셨다. 철없는 나를 크신 은혜의 날개 아래 보호해 주셨기에 지금까지 험난한 길을 그저 달려올 수 있었을 뿐이다.

◇ 지난 세월 이민목회도 하셨는데 회고해 보면

나이 60이 돼 더 전심으로 하나님의 뜻을 섬기기 위해 목회자의 길에 들어섰다. 당시 교회가 어려움을 당해 남은 5가정이 모여 예배드리던 한 교회의 성도들로부터 목회를 맡아달라는 제안과 만일 맡아주지 않으면 교회문을 닫을 수 밖에 없다는 말을 듣고 하나님의 교회가 문을 닫아서는 안된다는 생각에 무조건 맡았다. 그렇게 시작된 것이 지금의 큰빛교회다. 음악만 하던 사람이 무엇을 알겠는가. 그저 부르심에 순종했을 뿐인데 나이 많아 순종한 나를 불쌍히 여기셔서 그런지 내게는 그렇다 할 이민목회의 어려움이 기억되는 것이 없다. 6년 반 정도 목회를 하면서 150여명이 함께 하는 교회가 됐고 당시 교회에서 훌륭하게 성장하고 있던 전도사(현 임현수 큰빛교회 담임목사)를 세워 담임목사로 시무토록 하고 은퇴했다. 모든 것이 하나님의 은혜다.

◇ 지난 날들을 회고하면서 아쉬운 점

한민족의 가장 어두웠던 시기 중 하나인 일제 강점기 시절, 잃어버린 나라를 되찾기 위해 맨손으로 만세운동을 벌였던 3.1운동을 다룬 오페라를 작곡하는 것이 오랜 꿈이었는데 아직까지 좋은 대사가 나오지 않아 꿈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3.1운동은 한국의 기독교인들이 주축이 돼 총칼앞에 맨손으로 나서 나라를 회복하고자 몸부림쳤던 세계에서 유래를 찾기 힘든 비폭력 항거 운동이었다. 최근 오페라 〈손양원〉이 대성공을 이루자 본국에서 1억원의 현상금을 걸고 3.1운동 오페라 제작을 위한 대사 원고를 모집하자는 제안이 나왔다. 내가 먼저 100만원을 내 놓았다. 하나님께서 부르시는 날까지 만일 기회가 주어진다면 3.1운동에 관한 오페라를 작곡하고 싶다. 부르심 받는 그날까지 아무것도 않하고 무기력하게 삶을 유지하고 싶지 않다. 끝까지 하나님께 영광을 올려 드리고 싶다.


하나님께서 주신 달란트와 사명을 따라 인생을 불사르며 쉬지않고 달려온 하나님의 사람, 작곡가 박재훈. 그는 91세의 고령과 암투병에도 불구하고 주어진 시간을 하나님나라와 민족을 위해 소진하기를 원하는 열망으로 가득하다. 한국교회음악사와 한국 동요계, 그리고 오페라계에 큰 획을 그은 작곡가 박재훈 목사의 지나간 90년 인생 여정이 주는 감동과 교훈, 그리고 신앙고백을 출간된 ‘작곡가 박재훈 목사 이야기’를 통해 만나보자. 
 

이안나 기자(anna@cktime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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