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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이영미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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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리조나전에서 14승 달성에 실패했지만, 류현진은 등쪽 부위에 통증을 느끼지 않고 던졌다는 데 대해 더 큰 의미를 부여했다.(사진=순스포츠 홍순국 기자)

오늘 다저스타디움에서 벌어진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전 결과를 두고 설왕설래가 많은 듯 합니다. 6이닝 10피안타 3실점에다 탈삼진이 1개 밖에 되지 않는 바람에 팬들은 실망이 크셨겠지만, 전 개인적으로 투구할 때 통증을 느끼지 않았다는 데 대해 더 큰 의미를 부여하고 싶습니다. 물론 시즌 6패를 거머쥔 사실은 마음이 쓰라립니다. 그래도 아프지 않고 공을 던질 수 있다는 점에 위로를 삼고 있습니다.  

그동안 언론에는 그 통증이 허리 부위라고 알려졌지만, 사실은 등쪽 부분에 문제가 있었습니다. 지난 8월 31일 샌디에이고전 이후 생긴 통증이 시간이 가도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고, 결국에는 콜로라도전도 거르고, 급기야 신시내티전까지 건너뛰는 방향으로 진행됐습니다. 다행이 며칠 전부터 불펜피칭을 하면서 통증이 완화된 것을 확인했지만, 매팅리 감독과 허니컷 코치는 저에게 좀 더 휴식을 주려고 등판일을 조정해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팀 상황이 여유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겠죠.

언론에서는 12일 만의 등판이라 공을 던지는 감각이 조금 떨어졌을 것이라고 우려의 시선을 보냈습니다. 그러나 던지는 사람 입장에서는 이전과 큰 차이가 없었습니다. 불펜피칭을 안 한 것도 아니고, 신시내티전서부터 불펜피칭을 하며 컨디션을 끌어 올렸기 때문에 오랜 휴식은 큰 영향을 주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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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크스는 선수들도 싫어하는 단어이다. 그러나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징크스가 만들어질 때도 있다. 류현진한테는 '1회 징크스'가 바로 그렇다. 그러나 이 또한 그가 극복해내야 할 부분이다.(사진=순스포츠 홍순국 기자)

어느새 저한테는 ‘1회 징크스’란 말이 자연스럽게 따라 붙습니다. 처음에는 그런 상황을 의식하지 못하고 있다가 주위에서 자꾸 징크스라고 표현을 하다 보니 저도 1회에 마운드에 올라가면 절로 의식을 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1회는 무조건 잘 던져야지’하는 마음과 함께 말이죠.

오늘도 또 다시 초반 3실점하면서 경기를 어렵게 풀어갔는데요, 타선의 지원 여부와 상관없이 초반에 실점을 하게 되면 그날 경기가 쉽지만은 않은 것 같습니다. 하지만 뭐, 인생이 항상 속도만 내면서 갈 수는 없는 것 아닐까요? 깨달음과 배움을 갖고 다음 경기를 준비하는 게 훨씬 현명한 행동이라고 믿습니다.

최근 우리 팀의 3선발이 누구인지에 대해 관심이 많은 것 같습니다. 언론이나 팬들은 그 부분에 대해 궁금할 수도 있겠지만, 전 전혀 신경쓰지 않고 있습니다. 사실 3선발, 4선발이 큰 의미가 있는 걸까요? 물론 포스트시즌에 들어가면 이 순서에 따라 5전 3선승제로 치르는 디비전시리즈에서 영향을 받을 수도 있겠지만 제가 안 나가고 3번 다 이긴다면 그것도 저한테는 기쁜 일입니다. 메이저리그 데뷔 첫 해에 여느 선수도 쉽게 경험하지 못하는 그런 큰 무대를 밟아볼 수 있다면 그 또한 감사한 일이고, 그런 큰 무대에서 던질 수 있다면 제가 어떤 순서로 나가든, 어떤 보직이든 간에 충분히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시즌 초반에는 로테이션에서 밀리지 않고 제 자리를 찾는 게 중요했습니다. 승수를 거듭하면서부터는 처음 내세웠던 두 자릿수 승수를 챙기고 싶은 욕심이 생기더군요. 이미 목표를 달성한 지금은 어느새 15승이란 숫자가 제 앞에 다가와 있습니다. 전 10승 이후부터 앞으로 더해지는 숫자에 연연해하지 않기로 결심했습니다. 운이 좋아서 15승까지 내달린다면 감사할 일이고, 그렇지 못한다고 해도 실망할 필요가 없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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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진은 임창용의 도전을 지켜보며 스스로 배우는 게 많다고 말한다. 가슴이 서늘해질 정도의 깨달음이다. 임창용이 야구에 대하는 진심을 말이다. 사진은 신시내티 원정 경기 동안 추신수와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임창용의 모습.(사진=순스포츠 홍순국 기자)

요즘 임창용 선배를 보면서 야구는 길게 보고 가야 한다는 걸 배우게 됩니다. 올해만 야구하고 끝낼 게 아니라면 인생을 멀리 내다볼 줄 아는 지혜가 필요한데, 아직 나이가 어린 저로선 어려운 숙제이기도 합니다. 
가끔 창용 형이랑 통화를 합니다. 통화를 하면서 그 분의 음성을 들을 때마다 자꾸 제 마음이 경건해지는 걸 느낍니다. 단순한 안부 전화, 농담 전화에도 제가 자세를 곧추세우는 건 아마도 그 형의 야구를 대하는 진심을 알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한국에서 일본으로 건너갔을 때도 팔꿈치 수술을 받은 이후였고, 일본에서 이곳 메이저리그를 향하실 때도 수술을 받은 뒤였습니다. 성한 몸으로 새로운 무대를 노크한 것도 아니고 수술과 재활을 거쳐 새로운 도전을 감행한 창용 형의 용기와 도전에 마음을 다해 박수를 보냅니다. 진짜 멋있고 대단한 분입니다.

참, 지난 번 신시내티에서 (추)신수 형 만났을 때 제가 신수 형에게 사인이 들어간 방망이를 선물해달라고 부탁드렸습니다. 그 방망이로 뭐하려 했느냐고요? 사인을 받은 방망이로 타석에 들어설 수는 없잖아요. 당연히 제 방에 고이 보관해 놨죠. 신수 형한테는 사인볼이랑 다저스 모자를 드렸는데, 형도 기념으로 간직하실 듯합니다.

마지막으로 오는 14일 은퇴식을 갖는 신경현 선배에 대해 얘기를 하고 싶습니다. 제가 한화에서 거둔 98승 중 81승을 경현 형과 함께 만들었습니다. 제 기록이 나오는 현장에는 항상 경현 형과 배터리를 이루고 있었습니다. 한화에서 바늘과 실처럼 함께 생활하며 저의 정신적인 지주 역할을 해주셨던 분이, 제가 떠나온 해에 은퇴식을 한다고 하니 많이 아쉽고 섭섭한 생각이 듭니다.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은퇴식을 앞둔 경현 형에게 일기를 통해 인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형이 이 글을 꼭 보셨으면 하는 바람을 함께 담아서 보냅니다.

“경현이 형! 이렇게 이름만 불러도 마음이 뭉클해집니다. 제가 등판할 때마다 문자 보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승리한 날에는 축하의 메시지를, 패전한 날에는 다음에 더 잘하라고 격려의 메시지를 보내주셨습니다. 류현진의 ‘오늘’이 있게 만들어주신 형이기에 지금도 전 형에 대한 고마움, 잊지 않고 있습니다. 제가 신인 때부터 형이랑 룸메이트가 돼 한 방을 썼습니다. 나름 ‘방장’을 잘 모시려고 노력했는데, 형 입장에서는 부족한 점 많이 느끼셨을 겁니다. 그래도 내색하지 않으시고, 제가 더 큰 자신감을 가질 수 있도록 배려해주신 점 또한 감사드립니다. 아, 형! 더 뛸 수 있는데, 형이라면 좀 더 하실 수 있을 것 같은데, 이렇게 은퇴식을 하게 되네요. 앞으로 지도자 생활하시면서 저보다 더 좋은 선수, 뛰어난 선수, 많이 만들어주십시오. 비록 은퇴식 현장에 제가 없지만, 마음은 형과 함께 있을 겁니다. 형, 그동안 고생 많으셨습니다. 한국 들어가면 다시 제대로 인사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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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이글스에서 98승을 거둔 류현진. 그중 81승은 신경현과 배터리를 이루면서 달성한 성적이다. 14일 신경현의 은퇴식을 앞두고 류현진이 아쉬운 마음을 담아 선배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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