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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chosun.com
전문가들은 학습권 단절이 미혼모 청소년의 자립을 막는 가장 큰 요인이라고 말했다. / 조선일보 DB

학교 밖으로 내몰리는 학생 미혼모

임신 알려질까 두려워 35.7%가 스스로 그만둬

2009년부터 작년까지 68명만 대안 교육 받아


"안 되는 이유를 꼭 말로 해야 알겠나?"

미혼모 진유정(가명·20)양에게 교장은 비아냥거리며 말했다. 2009년 가을, 부른 배를 안고 혈혈단신으로 서울로 올라와 미혼모보호시설 두리홈에서 딸아이를 낳은 후 어렵게 전학이 이뤄진 학교였다. 진양이 미혼모임을 뒤늦게 알게 된 교장은 새 학교생활 이틀 만에 자퇴를 권했다. "다니게만 해주시면 정말 열심히 공부하겠다"고 빌었지만, 냉소적인 답이 돌아왔다. 결국 진양은 학교를 그만두고 검정고시를 봐야 했다.

많은 미혼모 청소년이 학업에 대한 의지가 있음에도 학습권을 보장받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과부의 '학생 미혼모 실태 조사 연구' 보고서(2010)에 따르면 미혼모 청소년 중 85%가 학업을 중단한다. 반면 학업을 계속하고 싶은 미혼모는 58.9%에 달했다. 최승희 평택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미혼모 청소년이 어린 나이에 학력이 단절되는 것은, 이후 안정적인 직업을 갖는 것을 어렵게 해 빈곤의 악순환으로 이어지게 한다"며 학습권 보장을 미혼모 청소년 자립의 시급한 과제로 꼽았다.

◇높은 편견 앞에 유명무실한 미혼모 대안학교, 매끄러운 이전 가능해야

2010년 국가인권위의 '미혼모 청소년의 학습권을 보장하라'는 권고를 계기로 미혼모가 출산까지의 기간에 공부할 수 있도록 한 위탁학교들이 생겨났다. 그러나 위탁교육의 혜택을 보고 있는 미혼모 청소년은 드물다는 지적이다. 2009년부터 2012년까지 대안 위탁교육에서 학업을 지속할 수 있었던 미혼모는 전국을 통틀어 단 68명. 대안 위탁교육에 입학하기 위해서는 같은 지역의 중·고교에 재학 중이어야 하는데, 많은 경우 학생이 임신 사실을 안 후 학업을 중단하기 때문이다. 여성가족부의 '청소년한부모 생활 실태조사' 보고서(2011)에 따르면 학업 중단을 경험한 65.9%의 청소년 중 35.7%가 '임신이 알려질까 봐 스스로' 학교를 관뒀거나, 16.7%에 해당하는 학생이 '학교의 징계나 강요'에 의해 자퇴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미정 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청소년의 학습관이 법적으로 보장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인식 부족으로 지켜지지 않는 부분이 많다"며 "미혼모 청소년의 학습권을 보장하기 위해 관련 부처에서 철저하게 점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대안 위탁교육으로 이전하는 경우에 행정 처리 절차가 번거로운 점도 문제다. 미혼모 대안교육 장기 위탁교육기관 동방누리학교의 김민숙 사회복지사는 "미혼모 대안 위탁교육 기관에 입학하기 위해서는 학생이 원래 다니던 학교에 부탁해 생활기록부나 학교장 추천서 등 서류를 받아야 하고, 이후에도 성적 처리 등 학사 진행 관련 업무 연계가 필요한데, 편견이 바뀌지 않는 한 학생이 그 모든 부담을 지고 '임신했으니 행정 처리하는 부분을 양해해달라'고 하긴 무리가 있다"며 "제도적인 차원에서 대안학교로 이전해서 학사 처리하는 과정을 매끄럽게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시설에 입소하여야만 위탁형 대안학교에 다닐 수 있다는 점도 한계로 지적된다. 최승희 교수는 "대안학교가 특정 시설 입소자로 제한할 것이 아니라, 지역에 있는 미혼모 청소년도 포용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해외선 '학생'이자 '엄마' 병행 가능해

해외에선 미혼모 청소년이 임신과 학습을 병행하는 것을 돕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이뤄지고 있다. 미국에서는 미혼모가 임신이나 양육으로 인해 학교를 그만두는 것을 막기 위해 학교에서 '10대 양육 프로그램(TAPP·Teenage Parenting Program)'을 운영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학교 내 특별학급과 탁아시설을 운영해서 임신부가 계속 학업을 이어나갈 수 있도록 격려한다. 의료 및 상담도 제공하고, 미혼모 아이를 돌보는 일도 한다. 호주에서는 10대 미혼모들을 위한 '파워프로그램(POWER·Parents Overcoming Work and Education Restrictions)을 운영한다. 학교 시설을 빌려 출산 전후로 수업을 듣지 못한 미혼모들에게 교육을 제공한다.

독일의 경우 임신 때문에 학교를 결석하거나 다닐 의향이 없을 경우 병결로 취급해 출석 처리를 하고, 임신·출산을 이유로 휴학하는 경우도 인정해준다. 시설 거주 미혼모 중 아동이 3세 이하일 경우, 미혼모가 학교에 간 시간 동안 시설 근무 사회복지사와 아동 보육사가 전적으로 돌봐주도록 되어 있다.

대만은 미혼모 청소년을 위해 2007년 9월부터 출산휴가제를 실시하고 있다. 56일간의 출산휴가를 신청할 수 있고, 최고 2년의 육아 휴가를 신청할 수 있다. 출산 및 육아 휴가 기간은 결석으로 처리하지 않고, 휴가 후 재시험으로 대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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