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설국열차’ 속 장면 얼마나 과학적인가

by 홍군 posted Aug 24,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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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동아일보

설정① 냉각제 CW-7로 대기온도 낮춘다… 지구 밀폐안돼 냉매활용 불가

설정② 열차 17년간 멈추지 않고 달린다… 電力 무선전송기술 연구중

[동아일보]

‘2014년 7월 세계 79개국 정상은 지구 온난화를 해결하기 위해 ‘CW-7’ 살포를 결정한다. CW-7은 지구의 대기온도를 인위적으로 낮추기 위해 개발된 인공냉각제. 항공기를 이용해 대기 상층권에 CW-7을 대량으로 뿌린 뒤 강력한 한파가 몰아쳐 빙하기가 닥쳤다. 지구상의 살아 있는 모든 것이 얼어붙었다. 생명체는 오직 지구를 순환하는 ‘설국열차’에만 존재하게 되는데….’

봉준호 감독의 영화 ‘설국열차’는 인공냉각제 때문에 지구에 신(新)빙하기가 닥쳤다는 설정을 내세웠다. 영화는 23일 현재 818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 몰이 중이다. 독특한 설정과 화려한 출연진, 400억 원이 넘는 제작비가 투입된 덕분이다.

특히 이 영화에는 몇 가지 흥미로운 설정이 눈에 띈다. 빙하기가 찾아온 원인은 과학자들이 만든 약품을 대기 중에서 살포한 데 따른 부작용이고, 한파를 피해 달리기 시작한 열차는 17년간 단 한 번도 멈춘 적이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도 가능한 걸까?

‘CW-7’은 불가능, 햇빛 차단 프로젝트는 진행 중

전문가들은 영화 속 과학자들이 지구 온난화를 해결하기 위해 개발한 인공냉각제 ‘CW-7’을 일종의 ‘냉매’로 봤다. 냉매는 저온부의 열을 빼앗아 고온부로 운반하는 물질로 주로 에어컨이나 냉장고의 냉동 작용에 사용된다. 냉매 자체가 주변 온도를 낮추는 역할을 하는 게 아니라 압축기, 응축기, 증발기 등을 순환하면서 기체와 액체 형태로 변하는 과정을 통해 주변의 열을 인위적으로 흡수한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냉매를 이용해 대기 온도를 낮추는 건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앞서 언급한 대로 냉매는 냉장고나 에어컨과 같이 밀폐된 공간에 한해 온도를 낮출 수 있는데 지구는 냉장고와 달리 밀폐된 게 아니기 때문이다. 또, 만약 지구에 커다란 덮개를 씌워 밀폐된 공간으로 만들 수 있다 하더라도 냉매의 형태를 변하게 할 압축기나 응축기 등의 장치를 지구 규모에 걸맞은 크기로 만드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기상청 응용기상연구과 이철규 연구관은 “암모니아나 프레온 같은 물질이 냉매로 사용되는데 이 물질들 자체가 지구 온난화의 주범”이라며 “분명한 사실은 이들을 대기 중에서 살포하면 대기 온도는 더 올라간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CW-7 같은 냉매를 이용하는 건 어렵지만 지구 온도를 조절하기 위한 연구가 없는 것은 아니다. 인간의 공학기술을 지구의 온도순환 시스템에 적용시켜 온난화를 억제하려는 ‘지구공학(Geoengineering)’ 분야 연구가 전 세계적으로 한창 진행 중이다.

지금까지 지구공학자들이 지구 온난화를 막기 위해 제시한 아이디어는 다양하다. 우주에 커다란 거울을 달아 태양열 일부를 반사시키거나 해양 수증기를 인위적으로 많이 만들어 햇빛을 차단하는 구름이 항상 떠 있게 하자는 식이다. 바다에 철가루를 뿌려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식물성 플랑크톤을 활성화시키자는 의견까지 나왔다.

이 중 현재까지 가장 현실적인 방안으로 인정받는 아이디어는 황산을 에어로졸(미세한 물방울) 형태로 성층권에 살포해 햇빛을 차단하자는 것이다. 지구공학자들은 대류권의 경우 황산 에어로졸을 살포해도 2주 안에 가라앉을 확률이 높지만 성층권은 비가 내리지 않고 대류권과도 분리돼 있어 차단막을 형성하면 2년 이상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같은 원리는 현실에서도 입증된 바 있다. 1991년 필리핀 피나투보 화산이 폭발했을 때 분출된 화산재가 성층권 일부를 덮어 1년 동안 지구의 평균 온도가 0.5도가량 떨어졌던 것이다. 황산 에어로졸은 화산재 성분의 일부다.

조천호 국립기상연구소 기후연구과장은 “산업혁명 이후 1970년대까지 전 세계 여러 국가의 공장 굴뚝에서 뿜어져 나온 매연으로 대기 중 이산화탄소가 꾸준히 늘었음에도 지구의 평균 온도가 많이 안 올랐던 건 각종 오염물질이 에어로졸 형태로 대류권과 성층권에 머물면서 햇빛을 차단했기 때문”이라며 “최근 지구 평균온도가 빠른 속도로 오르는 것도 공장 굴뚝이 점차 사라지는 추세와 무관하지 않다”고 말했다.

황산 에어로졸을 뿌려 성층권에 막을 형성하자는 의견은 이미 구체적인 연구 단계에 돌입했다. 특히 최근에는 어느 지역 상공에 뿌리면 가장 좋은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에 대한 연구가 한창이다. 지구상의 모든 하늘에 항공기를 띄울 순 없기 때문이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 기후연구부 신호정 박사는 미국 카네기연구소의 극지방 햇빛 차단 프로젝트에 참가했다. 현재 극지방은 해빙(海氷)이 빠른 속도로 녹고 있어 다른 어떤 지역보다도 지구 온난화 피해가 큰 상태다. 주로 여름에만 햇빛이 비치는 극지방의 특성도 연구를 하기에 적절한 환경을 제공했다.

신 박사는 “환경단체들의 반발이 있을 수 있어 직접 항공기를 띄워 황산 에어로졸을 분사하지는 않았지만 기후모형 시뮬레이션을 돌려 효과를 입증했다”며 “연구 결과에 따르면 극지방 성층권에만 집중적으로 황산 에어로졸을 분사해도 에너지 재분배에 의해 지구 전체의 평균 온도가 낮아진다”고 설명했다.

‘무한동력’ 잡아라, 설국열차 어떻게 달리나

그렇다면 열차가 멈추지 않고 영구적으로 달린다는 설국열차의 설정은 어떻게 봐야 할까. 이 열차를 탄 사람들이 가장 신성시하는 것은 바로 엔진이다. 설국열차의 에너지를 만들어 열차 안 사람들의 운명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엔진은 운동에너지나 열에너지를 발생시켜 열차를 한 방향으로 움직이도록 하고 사람들을 얼어붙은 지구로부터 보호하기도 한다. 설국열차가 17년 동안 달린 바탕에는 엄청난 에너지를 만든 엔진이 있는 것이다.

설국열차의 모델로 우선 떠올릴 수 있는 것은 ‘자기부상열차’다. 자기부상열차는 자기력을 이용해 차량을 레일 위에 띄워 움직인다. 레일과 접촉이 없어 소음과 진동은 물론 마찰로 손실되는 에너지도 적다.


자기부상열차를 만드는 핵심원리는 바로 ‘렌츠의 법칙’. 자석이 도체 주변을 움직일 때 이 주변에 변화에 반발하는 방향으로 자기장이 발생해 밀어내거나 당기는 힘이 발생한다는 전자기법칙이다.

자기부상열차에 설치된 자석은 레일 밑에 설치된 전자석과 같은 극을 마주하게 돼 뜨게 된다. 이후 레일에 설치된 ‘선형모터’에 흐르는 전류의 방향을 지속적으로 바꾸게 되면 레일에서 약 40cm 간격으로 설치된 N극 S극이 주기적으로 바뀐다. 그러면 렌츠의 법칙에 의해 열차와 레일 사이에는 인력과 척력이 빠르게 번갈아 작용하게 된다. 열차와 레일이 ‘밀당(밀고 당기기)’을 시작한 셈이다. 앞쪽의 레일이 당기고 뒤쪽의 레일은 밀어내며 열차는 뜬 상태로 앞으로 이동할 수 있게 된다.

실제로 일반 열차에 비해 자기부상열차의 에너지 효율이 높다는 발표도 있다. 미국자기부상열차연합에 따르면 시속 200km에서 일반 열차가 전력 29Wh를 소비한 반면 자기부상열차는 22Wh를 소비했다. 또 시속 300km에서 일반 열차는 전력 51Wh를, 자기부상열차는 34Wh를 소비했다. 속도가 빠를수록 자기부상열차의 에너지 효율이 높아진다는 얘기다.

특히 ‘사람의 팔이 몇 분 만에 얼어 부서질 정도로 추운 빙하기’라면 ‘초전도 자석’을 이용한 자기부상열차라는 상상도 해볼 수 있다. 초전도 현상은 온도가 영하 273.15도인 ‘절대 0도’ 부근에서 도체의 저항이 ‘0’이 되는 현상을 말한다. 절대 0도에 있는 도체에 전류를 흘리면 초전도 자석을 만들 수 있는데 전류를 많이 흘려줄수록 최대 20T(테슬라·자기장의 세기를 나타내는 단위)의 강한 자석이 된다. 초전도 자석을 이용하면 자기부상열차가 더 강력한 자기장을 기반으로 초고속으로 달릴 수 있다.

초전도 현상을 일으키는 온도를 만들기 위한 냉각기를 구동하려면 엄청난 에너지가 든다. 하지만 빙하기 지구라는 극저온 상태의 외부 환경은 설국열차가 써야 하는 이 에너지를 줄이는 데 도움을 주었을 것이다.

또 설국열차가 외부로부터 에너지를 충전받고 있을 수도 있다. 열차는 끊임없이 움직여야 하는 상황. 유선으로 연결해 에너지를 전달하기엔 무리가 있다. 그래서 영화 속 엔진의 개발자인 윌포드는 설국열차에 무선으로 에너지를 전달받는 ‘무선전력전송기술’을 도입했을 것이다. 무선전력전송기술은 와이파이나 블루투스를 통해 컴퓨터와 스마트폰이 데이터를 주고받는 것처럼 자동차나 버스, 열차 같은 교통수단에 무선으로 손쉽게 에너지를 전달하는 방법이다.

설국열차에 적용될 수 있는 무선전력전송기술은 ‘자기유도’ 방식이다. 자기유도는 전선 속 코일 주변의 자기장이 변하면 전력이 발생하는 현상을 가리킨다. 코어가 설치된 도로 밑 지점에 또 다른 코어를 가진 교통수단이 접근하면 자기유도에 의해 전력이 발생하고, 이는 두 코어가 만드는 ‘폐루프’를 통해 교통수단으로 전달된다. 교통수단 속 코어는 전력을 받아들여 사용할 수 있는 전압으로 안전하게 바꾸어 충전을 마친다.

정구호 KAIST 무선전력전송연구센터 급전팀장은 “무선전력전송기술은 버스나 자동차를 대상으로 적용 시험 중”이라면서 “철도에 적용되려면 일반 자동차나 버스보다 코어의 용량을 키워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43만8000km를 365일 달리는 설국열차. 속도를 계산하면 시속 50km다. 총 800m 중 275m에 무선전력전송시스템이 설치된 독일 아우크스부르크 시험선을 봄바르디어 프리모베 열차가 설국열차의 속도로 지나가면 20kHz, 200kW 용량이 충전된다. 빙하기 이전 윌포드가 전 세계에 깔린 레일 곳곳에 이 시스템을 설치한 덕분에 열차가 17년 동안 달릴 수 있었던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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