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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오마이뉴스
▲  지난 2011년 1월 눈 덮인 대청봉에서 '설악산 케이블카 반대' 피켓을 들고 나체 시위를 벌이고 있는 녹색연합 박그림 대표.
ⓒ 녹색연합

설악산에 케이블카를 설치하는 이른바 '오색 케이블카'를 둘러싼 논란이 다시 불거졌다.

환경부는 지난 21일 과천종합청사 안에 있는 국제회의실에서 오색케이블카 설치 사업 공청회를 열었다. 이 공청회에는 강원도청과 양양군청 관계자, 그리고 환경단체를 비롯한 시민단체 대표들이 참석했다. 이 자리에는 오색케이블카 사업의 적절성을 따지기 위해 이 사업에 찬성하는 쪽과 반대하는 쪽의 주요 관계자들이 모두 모였다.

공청회는 비공개로 진행돼, 관계자 외 다른 사람들의 참여는 엄격히 제한됐다. 그 덕에 공청회는 무난하게 진행됐다. 하지만 이날 공청회에서도 오색케이블카를 바라보는 시각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접점을 찾아볼 수 없었다. 이 공청회는 결국 오색케이블카 설치에 찬성하는 사람과 반대하는 사람 사이의 시각을 다시 한 번 더 확인하고 끝나는 자리에 불과했다. 

환경부는 이 공청회를 끝으로, 앞으로 민간전문위원들의 의견을 한 차례 더 수렴하고 나서 9월 중에 오색케이블카 설치 사업 추진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오색케이블카 설치에 찬성하는 강원도청과 양양군청은 사업 선정을 위해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한다는 입장이다. 그리고 국립공원 케이블카 반대 범국민대책위원회는 이 사업을 무산시키기 위해, 할 수 있는 한 모든 방법을 다 동원한다는 계획이다. 오색케이블카 설치 사업 선정을 코앞에 두고, 또 한 번 양측 간에 치열한 공방전이 오갈 것으로 보인다.

대청봉 근처까지 13분... 환경 훼손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가?

오색케이블카 사업은 양양군 오색에서 설악산 관모능선까지 가는 구간을 관광객들이 로프웨이를 타고 오갈 수 있게 만드는 사업이다. 이 사업이 성사되면, 관광객들은 오색에서 관모능선까지 13분 만에 올라갈 수 있다. 현재 논란인 부분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환경 훼손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느냐 하는 것이고, 또 하나는 오색케이블카가 지역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느냐 하는 것이다. 두 가지 사안 모두 큰 이견을 보이고 있다.

가장 큰 걸림돌은 환경 문제다. 이 사업은 애초 케이블카 상부정류장을 대청봉 근처에 설치하는 것으로 계획돼 있었다. 하지만 환경부에서 상부정류장이 대청봉에서 너무 가깝다는 의견을 제시하면서 제동이 걸렸다. 이에 양양군은 상부정류장 설치 예정지를 변경하는 등 환경 훼손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담아, 지난해 11월 환경부에 다시 사업계획서를 제출했다. 그러면서 상부정류장 설치 지점을 대청봉에서 1.1km 가량 떨어진 관모능선 위로 옮겼다.

▲  오색케이블카 상류정류장이 들어설 예정인 설악산 관모능선 상부.
ⓒ 녹색연합

양양군은 21일 공청회에서 이 점을 강하게 역설했다. 상부정류장 위치를 바꾸면서, 기존에 문제가 됐던 대청봉 주변 환경 훼손 우려가 크게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환경단체들은 양양군이 구상하고 있는 오색케이블카 설치 사업이 원래 계획에서 크게 바뀐 게 없다고 반박했다. 상부정류장 위치를 바꾼다고 해도, 환경 훼손이 줄어들기는커녕 오히려 더 크게 가중될 거라는 주장이다.

이 문제를 놓고 설악녹색연합의 박그림 대표는 공청회가 끝난 뒤인 22일 "양양군이 말하는 것과 달리, 대청봉 주변 환경은 더 빠르게 망가질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박 대표는 "상부정류장에 내린 관광객들이 대청봉을 눈앞에 둔 상태에서 어떻게든 대청봉에 오르려고 하는 욕구는 더 강해질 수밖에 없다"며 "상부정류장을 옮긴다고 해서 환경 훼손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케이블카 설치 예정 지역은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이다. 그리고 천연기념물 제217호이자 현재 멸종위기 야생동물 1급으로 지정돼 있는 산양이 살고 있어 생태적인 가치가 매우 높은 곳이다. 양양군이 계획한 대로 하면, 오색케이블카를 설치하기 위해서는 관모능선에 15m 높이의 상부정류장을 건설하는 동시에 케이블카가 지나가는 구간에만 최소 6개의 지주를 설치해야 한다. 양양군은 환경 훼손을 최소화하는 공법을 사용한다고 하지만, 환경단체들로서는 환경 훼손으로 인한 생태계 파괴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지역경제에 큰 보탬이 될 것이다" vs. "그 반대일 수도 있다"

양 측은 경제적인 문제에서도 큰 이견을 보이고 있다. 강원도청과 양양군청 등은 오색케이블카가 침체 일로를 걷고 있는 지역 경제를 되살리는 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본다.

오색케이블카 사업 운영을 침체된 지역 경기를 다시 회복시킬 수 있는 거의 유일한 해법으로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강원도는 오색케이블카를 운영하게 되면 연간 3만 명을 고용하는 효과가 발생하는 등 지역에 상당히 큰 경제 효과를 불러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강원도는 그 외에도 오색케이블카를 운영하게 되면, 앞으로 양양국제공항이 활성화되는 효과와 함께 2018평창동계올림픽을 치르는 과정에서 강원도를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설악산을 세계적인 명산으로 소개하는 효과도 거둘 수 있다고 역설하고 있다. 강원도는 또 오색케이블카를 운영하는 데서 발생하는 수익의 일부를 백두대간 단절지역을 복원하는 환경사업에 투자할 계획도 가지고 있다. 오색케이블카가 지역 경제에 큰 보탬이 될 뿐만 아니라 지역 내 환경을 보전하는 데도 일조를 할 수 있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시민단체들은 오색케이블카가 지역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상당히 회의적이다. 그 반대의 경우가 나타날 수도 있다는 주장도 있다. 설악녹색연합의 박그림 대표는 오색케이블카로 인해 양양 오색관광지구가 공동화하는 현상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박 대표는 양양 주민들이 거는 기대와 달리 오색케이블카를 이용해 13분 만에 설악산에 오른 관광객들이 설악산에서 내려온 뒤에는 바로 다른 지역으로 빠져나갈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빠른 여행'이 결코 좋은 결과를 가져오는 것만은 아니라는 얘기다.

박 대표는 또 "상부정류장에서 바라보는 풍경이 대청봉에 가로막혀 있는 등 전망이 좋지 않다"며 관광객들이 오색케이블카를 얼마나 많이 이용할지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박 대표는 "양양군뿐만이 아니라 설악권에 있는 모든 시군이 경제적으로 상당히 열악한 상태에 있는데, 무엇보다 그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 깊이 따져볼 필요가 있다"며 "케이블카 같은 시설 하나로 대박을 터트리는 일은 절대 있을 수 없다"는 주장을 펼쳤다.

▲  설악휴게소에서 권금성 사이를 오가는 케이블카(2012년 겨울). 권금성은 이미 이 케이블카로 인해 주변 환경이 크게 훼손된 지 오래다.
ⓒ 성낙선

오색케이블카에 미래를 건 지자체, 절대 반대에 나선 시민단체

오색케이블카 사업 추진 여부를 결정하는 일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환경부 계획대로라면, 앞으로 한 달 안에 결정이 날 예정이다. 강원도와 양양군은 오색케이블카가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는 데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장애인과 노약자들에게도 설악산 국립공원을 이용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해주는 등 여러 가지 장점이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그리고 양양군 이외에 인근 다른 지역의 관광기반시설을 확충하는 효과도 가져올 수 있다는 점을 들어 이 사업을 유치하는 데 전력을 다하고 있다.

이에 반해, 설악녹색연합 등의 시민단체들은 강원도와 양양군이 환경 훼손을 아무리 최소화한다고 해도 일단 이 사업이 시작되고 나면 대청봉 주변 환경 훼손은 불 보듯 뻔하다는 입장에서 한 발자국도 물러서지 않고 있다. 시민단체들은 또 강원도와 양양군이 내세우는 경제 효과 역시 검증된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주장이다. 시민단체들은 그런 상태에서 강원도와 양양군이 사업을 너무 무리하게 추진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시민단체들은 사력을 다해 사업 선정을 막는다는 방침이다.

오색케이블카 설치 사업은 강원도가 집중해온 '3대 현안' 중에 하나다. 그러니까 강원도와 양양군이 지역의 미래를 걸고 강하게 밀어붙이는 사업 중에 하나다. 그만큼 이 사업을 유치하는 데 전력을 다하고 있다. 절박하긴 시민단체들도 마찬가지다. 민족의 명산인 설악산이 케이블카로 파괴되는 일은 어떻게든 막아내야 하기 때문이다. 이 사업에 반대하는 시민단체들 역시 국립공원 케이블카 반대 범국민대책위원회를 중심으로 해서 조만간 구체적인 행동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국립공원 케이블카 반대 범국민대책위는 2010년에 구성한 이후로 설악산, 지리산, 북한산 등에서 다양한 형태의 산상시위를 벌여 왔다. 대책위는 당시 "지자체와 환경부가 합작해 국립공원을 난개발 하는 상황을 우려"하고, "국토 생태계를 보전해야 할 책임을 지닌 환경부가 앞장서서 온 산천을 망치는 현실"을 개탄한 바 있다. 설악산에 오색케이블카를 설치하는 문제를 놓고, 케이블카 사업에 찬성하는 쪽과 반대하는 쪽 사이에 또 다른 충돌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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