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황은 길고 불황은 짧다
불황, 호황과 군중심리
지금 북미경제는 극심한 침체 상태에 처해 있다. 아직 불황의 조건을 충족하고 있지는 않으나 많은 사람들은 북미경제가 실질적인 불황을 겪고 있다고 본다. 얼마전 미 금융가를 강타한 금융 대지진은 미국경제가 결국 불황의 늪으로 빠져들어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를 더 한층 높여주고 있다. 그러나 미국의 중앙은행은 금융가의 예상을 뒤엎고 정책 금리를 내리지 않았다. 금융 불안이 예상외로 더 확산될 기미를 보이자 수천억 달러로 추산되는 공적자금을 투입해 정부가 부실자산을 매입할 수 있도록 입법 절차를 밟고 있다(9월22일 현재).
그러나 이번 사태로 인하여 미국경제가 반드시 불황으로 치닫을 것이라고 보는 것은 속단인 것 같다. 일반적으로 경기가 나쁠 때는 경제 전망을 지나치게 비관적으로 보는 사람들이 많아진다. 경기가 좋을 때에는 그 반대로 낙관자들의 세상이 된다. 일반인들은 이러한 자칭 전문가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게 되고 주위 사람들의 말과 행동에 휩쓸려 사실을 직시할 수있는 능력을 상실하고 만다. 지나친 비관과 지나친 낙관이 주기적으로 경제 활동을 지배하게 된다. 이것이 경기변동의 근본적인 원인이다. 경제 활동의 주체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역사적으로 볼때 호황은 짧으면 3~4년, 길면 10년 가까이 계속된다. 반면에 불황은 평균 1 년을 넘지 못한다. 이렇게 짧은 불황과 긴 호황이 반복되면서 경제는 장기적인 성장궤도를 유지하게 된다. 불황이 비교적 짧은 이유는 1930년대의 대공황이후 각종 제도의 개선이 있었을 뿐만 아니라 그동안의 연구와 경험축적을 통하여 이룩한 경제정책 효율성의 향상 덕이다. 이번 금융위기를 계기로 그동안 낙후되어졌던 금융감독체제가 많이 개선 보완될 것이다. 침체된 경제가 자칫 불황에 처하게 되면 부실 기업체들은 퇴출되고 건전한 기업체들만 살아남게 된다. 비온 뒤에 땅이 더 굳어지듯이 불황을 겪은 경제는 더 탄탄해진 기반 위에서 다시 성장을 계속한다. 성장이 오랫동안 계속되면 경제활동에 가속이 붙어 성장세가 점점 더 빨라지게 된다. 어느새 지나친 낙관론자들의 세상이 되어 개구리가 올챙이시절을 기억 못하게 된다. 경제 전반에 걸쳐 거품이 형성되기 시작한다. 부동산 가격, 원자재 가격, 농산물 가격 등이 선두에 서서 급속한 상승세를 주도한다. 이것을 뒷받침하는 것이 금융기관이다. 금융기관이 자금을 대주지 않으면 거품이 유지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경제활동의 거품은 반드시 금융기관의 부실을 내포한다. 거품의 붕괴는 금융기관의 허점을 드러내놓고 만다. 거품이 점점 커지면 언젠가는 터지지 않을 수 없다. 거품이 터지면 거품의 버팀목 역할을 해오던 금융기관들도 그 기반이 흔들리게 된다. 이것이 바로 실물경제의 위축으로 연결된다. 이것이 불황이다.
불황을 예고하는 첫 신호는 주식시장의 하락이다. 주식시장은 실물경제의 성장세가 둔화되기 시작하면 즉각적인 반응을 보인다. 주식시장은 항상 앞을 내다본다. 반면에 부동산시장은 실물경제의 움직임을 뒤따른다. 실물경제가 바닥을 치고 있을 때 주식은 이미 저 멀리 올라가 있고, 실물경제는 이미 불황에서 탈출했는데 부동산경기는 바닥에서 맴돌고 있게 마련이다. 경제가 불황 상태로 진입하면 정부는 경기부양 정책을 쓰게 된다. 이자율 정책(통화정책)과 조세정책이 근간을 이룬다. 동시에 흔들리는 금융기관들을 구제금융이나 인수합병의 중재 같은 수법을 써서 살려주거나 퇴출시킨다. 살아남은 금융기관들은 건전한 재무제표 하에 또 다시 성장 대열에 서게 된다. 이렇게 자본주의 체제 하에서의 경기 변동은 계속된다. 경기 변동은 그 진폭의 정도는 조절할 수 있으나 완전히 없앨 수는 없다. 왜냐하면 경기 변동은 경제 활동의 주체인 인간의 본성을 나타내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과정에서 대부분의 투자자들은 흔히 큰 손실을 보게 된다. 일반 투자자들이 손실을 보는 주된 이유는 욕심과 공포와 군중심리(Herd Mentality)의 복합작용이다. 경기 상승세에 과속이 붙게 되면 모든 자산 가격의 상승세도 빨라진다. 부동산시장과 주식시장이 좋은 예이다. 주위에서 부동산투자나 주식투자로 돈을 많이 벌었다는 사람들을 많이 보게 된다. 처음에는 주저하다가 욕심을 이기지 못하고 상승속도가 가장 빠른 시점인 거품 붕괴 직전에 시장에 뛰어든다. 거품이 붕괴, 자산가치가 떨어지기 시작하면 처음에는 손해보고 팔 수 없으니 기다린다. 시장이 계속 하강, 바닥권에 다다르면 공포심에 휘말려 더 내려가기 전에 팔아야겠다는 생각에 큰 손실을 무릅쓰고 팔아버린다. 이것을 부채질하는 것은 매스컴을 통해 흘러나오는 팽배된 비관론이다. 비관론이 팽배하다는 것은 시장이 바닥에 가까웠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실은 이때가 투자의 적기다. 반대로 낙관론자들이 활보하고 다닐 때는 거품붕괴의 직전이라고 보아야 하며 이때가 시장에서 빠져나와야 할 때다.
그러나 이론을 실천으로 옮기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주위의 모든 사람들이 비관론을 펴고 있는데 자기 홀로 낙관적인 자세를 유지하기가 쉽지 않으며, 낙관론자들이 세상을 누빌 때 자기 홀로 독야청청하기가 결코 쉽지 않다. 모든 사람들의 생각과 배치되는 자기만의 생각을 바탕으로 투자를 행동으로 옮기는 것은 더더욱 어려운 일이다. 군중을 따라가는 것이 대세를 역행하는 것보다 훨씬 쉽기 때문이다. 그러나 세계 굴지의 재력가인 워런 버핏이 말했듯이 군중을 따라다니는 사람은 크게 성공할 수가 없다. 잘해봤자 평범한 사람 밖에 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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