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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중앙일보

[이슈추적] 조폭 먹잇감 된 지방 대학·전문대 총학생회

지방 조직폭력배들이 지역 대학·전문대 캠퍼스에 속속 입성하고 있다. 공식적으로 입학해 총학생회장에까지 당선되고 있다. 학력을 높이고 통솔력과 조직운영 능력을 키우려는 목적이 아니다. 노리는 점이 따로 있다. 관리가 허술한 학생회비 등을 빼돌려 조직운영과 활동자금으로 쓰려는 것이다. 심지어 총학생회장 자리를 놓고 서로 다른 조직 간에 암투까지 벌어지는 상황이다.

#전남지방경찰청은 최근 캠퍼스 내 조폭들을 수사하기 위한 전담반을 꾸렸다. 순천의 한 폭력조직이 복수의 대학·전문대(이하 대학) 총학생회에 조직원을 진출시켜 학생회 돈을 빼냈다는 첩보에 따른 것이다. 순천에서는 이미 올 초 두 곳 전문대에서 학생회비 등 4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폭력조직 '중앙파' 조직원 18명이 경찰에 검거된 바 있다. 경찰 관계자는 “이 지역 상당수 대학 학생회가 조폭 손아귀에 들어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전했다.

 #강원도 삼척경찰서는 올 4월 A대학에서 폭력을 휘두른 삼척 아파치파 행동대원 김모(32)씨 등 2명을 붙잡았다. 총학생회장 선거에 나오려던 박모(32)씨 등을 폭행한 혐의다. 조직 후배 장모(28)씨가 단독 후보로 나와 당선되도록 하려는 속셈이었다. 실제 장씨는 단독 출마해 총학생회장이 됐다. 경찰은 “장씨는 폭력에 가담하거나 공모한 혐의가 없어 사법처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현재 장씨가 학생회비 등을 빼돌리지는 않는지 감시하고 있다.

 폭력을 휘둘러 총학생회에 진출하고, 학생회장이 되면 학생회비를 떡 주무르듯 하며 뒤로 빼돌린다. 요즘 지방 조직폭력들이 선호하는 그들 나름의 사업(?) 방식이다.

 지방 조폭이 대학을 무대로 삼는 데는 이유가 있다. 과거 주무대였던 유흥주점이나 성매매업소에서는 경찰의 단속 때문에 밀려났다. 또 지역은 대도시와 달리 건설이나 사채업 같은 수입원이 부족하다. 그래서 눈독을 들인 것이 대학 총학생회 자금이라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수도권과 대도시 대학들은 입시 관리가 철저해 입학조차 쉽지 않은 반면, 지방 전문대는 문턱이 낮은 데다 자금관리마저 구멍이 뚫려 지방 조폭들의 사냥감이 되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지방 조폭이 캠퍼스에 진출한 시초는 올 초 검거된 순천 중앙파다. 일찌감치 2001년 순천의 전문대 두 곳을 손에 넣었다. 그러곤 최근까지 10여 년간 조직원 20여 명이 총학생회장 자리를 대물림하며 학생회비 4억원을 횡령했다. 10여 년이란 기간 동안 돈 빼내기가 거듭되면서 거액이 빠져나갔는데도 이 사실을 아무도 몰랐다. 학교와 학생들은 조폭이 총학생회장이 된 것도, 학생회비가 새는 것도 알지 못했다.

 ◆올 여섯 건 적발…본격적으로 실체 드러나=이처럼 지방 조폭이 대학 캠퍼스에 진출한 사실이 오랫동안 베일에 가려 있었다지만, 조폭 사이에서는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순천 중앙파에 이어 다른 조폭들이 잇따라 캠퍼스로 향했다. 순천 인근 광양 라이온스파는 2004년 지역 전문대 총학생회에 진출했다. 조직 행동대장인 김모(38)씨 주도 아래 8년간 총학생회장을 이어가면서 횡령한 돈이 총 13억원. 수시로 학생회비에 손을 대 3억7000만원을 빼돌렸고, 행동대장 김씨가 운영하는 기획사에 축제나 체육대회를 맡기면서 대가를 부풀려 지급하는 방식으로 10억원 가까운 돈을 챙겼다. 이들은 8년을 이렇게 지내다 지난해에야 경찰에 붙잡혔다.

 진작부터 지방대에 뿌리 뻗은 조폭은 올 들어서야 본격적으로 실체가 드러나는 상황이다. 총학생회장이 돈을 빼돌리건 말건, 지난해 조폭 캠퍼스 비리를 경찰이 적발해 낸 것은 광양 라이온스파 하나뿐. 학교와 학생들이 무관심해 빚어진 결과다. 그러나 올 들어서는 현재까지 6건에 이른다. 경찰이 정보를 입수해 검거에 나서면서 조폭 캠퍼스 비리가 고구마줄기처럼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조폭 입장에서 볼 때 지방 대학은 손쉬운 먹잇감이기도 하다. 일단 입학과 총학생회 진출이 쉽다. 특히 이름이 나지 않은 지방 전문대는 교수들이 나서서 학생을 구하러 다닐 정도로 학생 부족에 시달리는 판. 그래서 사실상 고교 졸업증명서만 있으면 입학이 가능한 현실이다. 

 총학생회장에도 큰 힘 들이지 않고 당선되고 있다. 경쟁자가 보이면 으름장을 놓거나 폭력을 휘둘러 나오지 못하게 하고는 단독 출마하는 게 보통이다. 

 조폭이 총학생회장에 당선되는 과정에는 학교 측의 문제도 있다. 조폭은 대체로 총학생회장에 행동대장급 인물을 보낸다. 여러 후배를 관리해 본 경험을 토대로 학교 조직을 장악해 가기 위해서다. 그런데 조폭에서 행동대장급이면 대체로 전과가 많다. 그래도 아무 문제 없이 학생회장이 된다. 지난달 25일 경찰에 검거된 충북 청주 파라다이스파 행동대장 신모(31)씨는 2011년 충북의 한 전문대 총학생회장이 될 당시 전과 20범이었다. 2007년 대학 입학 직후 조폭 간 칼부림 사건에 연루돼 1년6개월을 복역하고도 2010년 손쉽게 복학을 하고 학생회장까지 지냈다. 총학생회장 선거 때 후보자들이 전과가 없다는 사실을 입증하기 위해 의무적으로 내야 하는 '범죄경력증명'를 내지 않았는데도 당선됐다. 후보 검증 과정이 전혀 없었던 것이다. 주로 전과가 없다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 떼는 '범죄경력증명'은 개인의 범죄행위를 모두 기록한 것으로 일선 경찰서에서 본인에게만 발급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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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폭끼리 캠퍼스 이권 다툼도=심지어 총학생회장이었던 조폭 조직원이 재입학해 재선하는 경우도 있다. 대학을 8년간 장악하다 지난해 구속된 광양 라이온스파의 김씨가 그랬다. 2004년 총학생회장을 했던 김씨는 조직원에게 자리를 물려주려다가 적절한 인물이 보이지 않자 2007년 재입학해 다시 총학생회장이 됐다. 


 총학생회장이 된 뒤에 돈을 빼먹는 것 또한 손바닥 뒤집기다. 지방 대학·전문대 중에는 학생회비 결산과 감사를 제대로 하지 않는 곳이 많다. 조폭들이 돈을 빼내고 가짜 영수증을 만들어놨는데도 대부분 깜깜하게 몰랐을 정도다. 여기에 졸업앨범 제작이나 축제 같은 행사 때 뒷거래를 해 거둬들이는 자금도 있다. 이권에 개입하고 리베이트를 챙기는, 조폭의 전통적인 수법이다. 경찰 관계자는 “축제처럼 학교에서 자금을 보조받는 행사를 통해 조폭들이 학생회비보다 훨씬 많은 자금을 마련하고 있다”고 전했다.

 조폭이 캠퍼스 하나를 주물러 빼내는 액수는 만만치 않다. 지방 대학은 규모에 따라 연간 2억~5억원을 총학생회가 집행한다. 여기서 1년에 1억~2억원 정도를 슬쩍하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실제 광양 라이온스파는 한 대학에서 8년간 13억원, 한 해 평균 1억6000만원을 빼냈다. 지방 조폭들 사이에서 “유흥업소 2~3개 운영하는 것보다 대학 하나 갖고 있는 게 낫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그만큼 알짜다 보니 대학을 놓고 조폭들이 맞서기도 한다. 김천 제일파와 구미 효성이파가 그랬다. 경북 지역의 한 전문대를 서로 접수하려다 보니 마찰이 생겼다. 구미 중심가에서 두 파의 조직원 20여 명씩이 대치하다가 경찰이 출동해 해산한 적도 있다. 

 조폭들이 학생회비를 횡령하고 각종 자금을 유용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들에게 돌아온다. 학생 복지를 위해 쓰여야 할 학생회비가 조폭 자금으로 빠져나가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대학 내 조폭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대학 측의 관리 강화와 학생들의 학생회에 대한 관심이 모두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조폭들이 장악한 대학 대부분이 총학생회 운영에 대해 방관하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학생들 역시 학생회나 학생회비에 대해 무관심한 태도를 보이면서 '검은 세력'이 번지는 것을 부추기는 결과를 초래했다. 한남대 이창훈(경찰행정학과) 교수는 “학교 측이 총학생회비에 대한 통제 시스템을 강화하고 최소한 선거 출마자에 대해서는 보다 높은 수준의 자격기준을 요구하는 식의 관리·감독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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