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Files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Files
Extra Form
출처 한겨레

ㄱ.JPG


[한겨레] icon_nadle.gif 나들의 초상

▷ 사람 매거진 나·들 기사 더 보기


‘이런!’

내 예상은 보기좋게 빗나갔다. 휴대전화와 오랜 기간 ‘불화’를 겪었다기에는 너무 평범해 보인다. 티셔츠에 반바지, 백팩을 멘 그는 앳된 얼굴에 동그란 안경, 발랄한 표정의 보통 청년이다.

지난 7월 9일 오전 서울 서강대 정문 앞. 그와 첫 대면하기까지의 과정은 다소 지난했다. 휴대전화 한 통으로 손쉽게 인터뷰 약속을 잡아온 ‘기자질’의 습성에 견줘 그랬다.

그는 서강대 철학과 대학원생 소영광(27)씨다. 영광씨를 만나기로 한 건 그가 휴대전화를 거부한다는 이야기를 들어서였다. 우리나라의 휴대전화 보급률은 이미 2010년에 100%를 넘어섰다. 휴대전화를 쓸 수 없는 영유아 등을 감안하면 휴대전화가 두 대 이상인 사람도 적잖다. 휴대전화가 일종의 ‘신분증’ 1 역할을 하는 시대에 스스로 휴대전화를 거부하는 사람은 드물다. 더구나 그는 정보통신산업의 주요 소비층으로 간주되는 20대 청년이다.

스마트폰 들고 나온 탈휴대전화 취재원

영광씨가 휴대전화를 손에서 놓은 건 2010년 말이라고 했다. 철학자 김영민 선생(전 한신대 교수)과 함께 3주에 한 번씩 모여 인문학 공부 모임을 하던 중이었다. 몇 달 전 김 선생은 <나·들> 기자에게 “도원결의라도 한 것처럼 함께 공부하던 학생 5명이 차례로 휴대전화를 쓰지 않더라”고 귀띔한 적이 있다.

“간혹 저처럼 휴대전화를 쓰지 않는 학자들이 있긴 하지만… 소군처럼 20대 학생들이 집단적으로 쓰지 않는 경우는 저도 처음 봤습니다. 휴대전화를 쓰지 않으면 다르게 살게 되는 조짐이 있습니다. 관계를 맺는 방식이 달라진다고 할까요. 그렇다고 학생들에게 쓰지 말라고 한 건 아닌데….”

영광씨를 만나는 과정이 오래 걸린 건 그를 소개해준 김 선생도 휴대전화를 쓰지 않기 때문이다. 연락은 대부분 이메일로 주고받아야 한다. 유선전화 연락은 꼭 필요할 때만 오후 3~5시에 할 수 있다(그가 지정해준 시간이다). 기획 취지를 설명하고 영광씨의 이메일과 소속 학교를 알기까지 3~4일이 걸렸다. 이후 영광씨에게 보낸 이메일에 답장이 오지 않자, 초초해진 나는 학과 사무실로 전화를 걸고 말았다.

“저… 사정이 이런데 연락할 방법이 있을까요?”

“휴대전화 번호를 알려드릴게요.”

헉! 영광씨는 휴대전화를 다시 쓰고 있었다. 낭패다. 그렇다고 물러설 순 없었다. 도대체 그는 왜 휴대전화를 다시 쓰게 된 걸까. 오히려 궁금증이 더 늘었다. ‘패전기’를 들어야겠다는 생각으로 그를 만났다. 접촉한 시점부터 만나기까지 꼬박 열흘이 걸렸다.

대학원 입시 때문에…불가피한 선택

대학 안에 있는 한 커피전문점에서 그와 마주 앉았다. 평소 보기 드문 풍경이 하나 펼쳐진다. 테이블 위에 놓인 휴대전화는 내 것 단 한 개였다. 보통은 자리에 앉은 사람 수만큼 휴대전화가 테이블에 오르기 마련이다. 그는 스마트폰 접속에서 잠시라도 멀어지면 불안해한다는 이른바 ‘노모포비아’(No Mobile Phone Phobia)들과는 한참 거리를 두고 있는 것 같았다. 한 조사 2에 따르면, 지난해 스마트폰 중독자의 스마트폰 사용 시간은 하루 평균 7.3시간이다.

“휴대전화는 어디 있나요?”

“아… 바지 주머니에 있습니다.”

“평소 습관인가요?”

“여럿이 만날 때는 더 그렇고, 심지어 둘이 만나서 대화할 때도 스마트폰을 하는 사람이 있어요. 폰 한 번 보고, 친구 얼굴 한 번 보고 이런 게 일반화된 것 같더라고요. 그렇게 되면 진지한 대화가 오가기 힘들고, 대화 리듬도 깨지고…. 저는 누구랑 만날 때 상대방의 눈을 빤히 쳐다보는 편인데 친구들은 그걸 부담스럽다고 해요.”

스마트폰에서 전송되는 사진으로 얼굴을 대하는 데는 익숙하지만, 정작 상대방의 얼굴을 쳐다보는 일은 낯설어하는 이들이 많다고 한다. 영광씨의 휴대전화는 2009년형 아이폰 3G다. 아이폰의 첫 화면은 무척 황량했다. 애플리케이션이 많이 깔려 있지 않았다. 연락처와 계산기, 시계, 이메일, 사파리 등 기본형으로 깔려 있는 것이 대부분이다.

“(친구들은) 제가 너무 진지하대요. 그런데 이런 지적을 할 때도 ‘진지하다’는 표현 대신 ‘느끼하다’고 해요. 저더러 느끼하대요.(웃음) 우리 또래에게 ‘진지하다’는 이미 죽은 말인 것 같아요.”

2010년 말부터 시작된 그의 탈휴대전화 생활은 지난해 10월 강제 종료됐다. 대학원 입시를 치르기 위해선 불가피하게 휴대전화가 있어야 했다. 아예 입학지원 원서를 낼 때부터 휴대전화 번호를 필수로 기재하도록 돼 있었다.

“그때 난감했어요. 휴대전화 번호를 내지 않으면 입시 관련 공지나 변동사항 등을 알 수 없거든요. 모든 사람이 휴대전화를 사용한다고 간주하고 만든 시스템으로, 휴대전화가 없는 사람에게는 일종의 폭력일 수 있잖아요.”

결국 휴대전화를 다시 쓰기로 했다. 마침 아이폰 기종을 업그레이드하려는 선배가 구형 아이폰을 물려줬다. 대신 그는 휴대전화를 아주 제한적으로만 사용하기로 했다. 요금제부터가 달랐다. 음성통화와 문자메시지 서비스를 위주로 한 ‘TTL 요금제’를 쓰고 있다. 와이파이 환경이 아닌 곳에서 3G로 인터넷 접속을 하기 어려운 요금제다.

“주로 문자메시지를 사용하는 정도입니다. 3주 전쯤 카카오톡을 처음 깔았어요. 조교 업무도 보고 있는데, 조교장이 공지사항을 보내야 하니 깔라고 해서.”

휴대전화가 없던 시절과 크게 달라 보이지 않는다. 이렇게 철저하게 휴대전화와 거리를 두게 된 이유는 뭘까. 내친 김에 그의 휴대전화 이력부터 들어보기로 한다.

고딩 때 첫 휴대전화…“ 그땐 수백 통 문자질”

올해는 휴대전화가 개발된 지 40년이 되는 해다. 1973년 4월 3일, 미국 모토로라의 마틴 쿠퍼가 만든 휴대전화 ‘다이나택’은 무게가 약 1kg으로 묵직했고, 배터리 사용시간도 35분에 불과했다. 일명 ‘벽돌 전화’라고 불렀다. 다이나택은 10년 뒤인 1983년 당시 판매가 기준으로 약 4천 달러에 판매됐다. 스마트폰 중독을 염려하는 지금과 달리 그때만 해도 휴대전화는 아무나 쓸 수 없는 사치품이자 중독될 만큼 쓸 수 있는 성능도 아니었다.

국내에서 휴대전화가 활발히 보급되기 시작한 건 1990년대 후반이다. 휴대전화에 관한 영광씨의 첫 기억도 199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중학교 1학년 때다. 폴더형 애니콜 단말기가 출시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때였다.

“그전에는 크기가 크고 값이 비싼 것만 나왔는데 애니콜 폴더가 나오면서 휴대전화를 갖고 다니는 친구들이 생겼어요. 저는 익산(전북)에서 살았으니까 서울 학생들은 더 많이 가지고 다녔을 겁니다. 기능은 별로 없고 단지 전화만 되는 때였지만…. 그냥 신기해서 우르르 몰려가 전화기를 만져보는 정도였어요. 아! 그런 건 있었죠. 휴대전화가 있는 사람은 뭔가 주목받고 인정받게 되고….”

2002년 한-일 월드컵 열풍이 불면서 휴대전화를 구입한 친구가 확 늘어났다. 월드컵을 겨냥한 휴대전화 업계의 대대적 마케팅이 큰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영광씨는 부모님에게 휴대전화를 사달라고 조르지 않았다. “휴대전화를 쓴다는 것 자체가 당시로서는 약간 ‘까진’ 느낌이랄까, 그런 게 있었거든요. 학생 신분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도 있었고요. 교회를 열심히 다니던 시절이라 금욕주의적 측면도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런 영광씨에게도 2003년 생애 첫 휴대전화가 생겼다. LG 싸이언 폴더폰이었다. 갑자기 휴대전화를 장만하게 된 데는 사연이 있었다. 다니던 교회의 중·고등부 회장을 맡았다. 모임 참석자들과 연락을 수시로 주고받아야 할 필요가 생겼다.

“휴대전화가 생기니까 사람들과 연락하는 방식이 많이 바뀌더군요. 즉각적으로 응답이 오니까요. 그전에는 주로 이메일이나 (MSN 따위의) 메신저로 했거든요. 특히 그때 메신저가 유행이었는데, 메신저 쓸 때는 만남 자체가 우연했어요. 제가 접속할 때 친구가 안 할 수 있는 거고…. 이메일도 수시로 확인하는 게 아니라 어떨 때는 하루 건너 확인하기도 하잖아요. 어느 정도 시차를 두고 메시지가 서로에게 읽히니까 가슴 졸인 적도 많았어요. 친구가 읽을 때까지 제 마음이 변할 수도 있는 거고….(웃음)”

유일하게 휴대전화에 푹 빠져 있던 시절이다. 하루 수백 통씩 ‘문자질’을 했다. 머리맡에 두고 잠자고 일어나자마자 집어 들었다. “제가 고딩 때 너무 많이 쓴 바람에 지금 휴대전화와 거리를 두려는지도 모르겠어요.(웃음)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통해 문장력을 길렀다면 이해하시려나요?”

여자친구를 처음 사귄 것도 휴대전화가 생긴 직후였다. 여학생을 만날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은 교회였다. 집 거실에 있는 컴퓨터는 여동생과 함께 쓰기 때문에 은밀한 이야기를 주고받기 어려웠다. 일주일에 한 번 이상, 긴밀하게 연락을 주고받는 관계를 형성하는 데 휴대전화만큼 유용한 수단은 없었다.

아이러니한 건 휴대전화가 생기고 나서 교회 모임 날짜를 잡기 어려워졌다. 휴대전화가 없을 때는 한번 약속을 정하면 번복하기 어려웠다. 웬만한 사정이 생겨도 약속 장소에 나가곤 했다. 그런데 휴대전화가 생기고 나니 이런 저런 사정으로 약속이 바뀌거나 미뤄지는 경우가 더 많아지는 것이다. 휴대전화는 약속을 깨는 수단이 되곤 했다. 휴대전화를 장만한 목적을 달성하는 데 휴대전화가 외려 걸림돌이 돼버린 셈이다.

영광씨는 휴대전화를 많이 쓰고 연락하는 친구가 많아질수록 고독감이 뒤따랐다고 한다. 문자메시지를 주고받는 일이 다른 사람과 의사소통하는 유일한 방식이던 시절의 일이다.

“문자를 보냈는데 답이 없거나 서로 관계가 소원해져서 친밀하게 문자를 주고받을 수 없는 사이가 되면 그게 그렇게 서글퍼지더라고요. 또 휴대전화가 인간관계를 ‘다 대 다 관계’로 만드는 측면이 있잖아요. 그래서 몇몇 친한 친구들끼리 결속력을 높이기 위해서 무전기를 사서 써본 적도 있어요. 근방에 사는 애들끼리 대형마트에 가서 무전기를 사서….(웃음)”

고3이 되자 ‘뮤직폰’이 출시됐다. 인터넷에서 음악을 다운받아 들을 수 있는 휴대전화가 등장한 것이다. MP3 플레이어와 CD 플레이어 등이 위협받던 시기다.

“뮤직폰으로 갈아탔나요?”

“아뇨, 그때만 해도 휴대전화를 자주 바꾸면 사치한다는 인식이 강했거든요. 지금이야 그런 분위기는 없어졌지만. 대신 그때도 주목받고 싶어 하는 친구들은 많이 바꿨어요. 학생들은 교복을 입어야 하니까 자기 개성을 드러낼 방식이 거의 없잖아요. 휴대전화가 그런 인정 욕구를 어느 정도 해소해준 것 같아요.”

휴대전화와 본격적인 ‘불화’를 겪기 시작한 것은 대학에 입학한 뒤이다. 학부에서도 철학을 전공했다. 영광씨의 휴대전화기는 폴더폰에서 슬라이드폰으로 업그레이드돼 있었다.

“대학 1학년 때 김영민 선생님의 수업을 처음 들었어요. 휴대전화를 안 쓰시는데 그 이유가 인상적이었어요. 휴대전화가 타인과의 소통을 오히려 더 가로막고 나 스스로의 나르시시즘을 채워주게 된다는 점을 강조하셨어요. 다시 말해 세상 속으로 나아가는 문이 아니라 세상을 구경만 하는 창이 될 뿐이고, 더 나아가 거울 역할만 남아서 자기 자신만 들여다보게 된다는 것입니다.”

“세상을 구경만 하는 창”… 대학 때 거리 두기

곧바로 휴대전화를 버리진 않았지만 조금씩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 전화기를 휴대하고 다녔지만 본인이 먼저 문자메시지를 보내거나 전화하는 일은 되도록 줄여갔다. 대신 걸려오는 전화를 받고 가족과 연락을 주고받는 일은 계속했다.

“어느 순간 휴대전화가 내 생활에 별로 도움이 안 된다는 쪽으로 생각이 미쳤어요. 내가 먼저 연락하지 않더라도 다른 사람들이 나한테 연락해오면 자꾸 휴대전화를 확인하고 답해야 하잖아요. 문자를 주고받기 시작하면 완료할 때까지 계속 신경 써야 하는데 그런 게 공부의 흐름을 깨는 것 같아 싫었어요. 스팸 문자 혹은 원치 않는 타인과의 통화에 응해야 하는 것도 부담스럽고….”

휴대전화 없는 삶을 결행하게 된 출발점은 ‘사고’라는 우연이었다. 실수로 휴대전화를 떨어뜨리는 바람에 액정이 박살났다. 휴대전화를 새로 구입하지 않았다. 2010년이 저물어가는 무렵이었다.

당시 사귀던 여자친구에게 먼저 동의를 구했다. 다행히 이해한다는 답변을 들었다. 거의 매일 만나 약속을 이어갔기 때문에 여친과의 만남이 삐걱거릴 일도 별로 없었다. 연락은 공중전화로 했다. 휴대전화 보급 확산으로 무용지물이 돼버린 공중전화의 위치를 알아내는 것 말고는 별다른 어려움이 없었다. 10년 전만 해도 전국적으로 14만 대가 넘던 공중전화가 이제 8만 대가 채 안 된다. 내년에는 7만 대까지 줄이는 게 정부 목표다. 공중전화에 인적이 뜸하다 보니 공중전화 부스가 마약공급책의 은닉처가 되는 어처구니없는 사건이 벌어지기도 했다.

“일부러 전화카드를 쓰지 않았어요. 그러다 보니 동전 넣는 공중전화 부스 찾는 게 더 어려웠던 것 같아요. 특별한 이유가 있는 건 아니고 아날로그가 운치 있는 것 같아서요.(웃음)”

가끔 여자친구에게 손편지를 써서 우체통에 집어넣기도 했다. 그가 손편지를 보내면 여자친구도 같은 방식으로 답장을 써서 주었다.

“가족들은 뭐라고 하지 않던가요?”

“부모님은 어릴 때부터 저를 자유방임으로 키우셨어요. 원래 제가 좀 독특한 아이라는 걸 알고 계셨고요.”

휴대전화가 없다 보니 경조사가 전달되는 속도가 각기 달랐다. 집안에서 누가 돌아가시면 어머니는 영광씨의 여자친구에게 연락을 취했다. 일종의 비상연락망이었다. 그가 여자친구와 같이 있을 가능성이 가장 크기 때문에 마련 된 자구책이었다.

대신 기쁜 일은 늦게 전해지는 경우가 많았다. 심지어 여동생의 출산 소식을 몇 달 뒤에야 알게 된 적도 있었다.

“정기적으로 부모님과 연락을 주고받았을 텐데 어떻게 그렇게 늦게 알게 됐죠?”

“부모님이 손주보다 제 안부가 더 궁금하다 보니….(웃음) 집안의 안 좋은 일에는 제가 꼭 참여해야 하지만 즐거운 일에는 빠져도 크게 문제 안 되니까요.”

“저는 불편한 게 없는데 주변 사람들은…”

휴대전화가 없던 시절, 그는 소지품을 누구보다 꼼꼼히 챙겨 다녔다. 여러 가지 기능을 하던 휴대전화를 손에서 놓아버렸으니 당연했다.

“가장 먼저 확보해야 할 게 시계였어요.” 휴대전화를 들고 다닐 때는 액세서리에 불과했던 시계가 본연의 기능을 되찾은 셈이다. 세미나를 함께 하는 등 수시로 연락을 주고받을 일이 있는 친구들의 연락처는 간단한 전화번호부를 만들어 지갑에 넣고 다녔다. 언제든지 메모할 수 있는 수첩과 펜, MP3 등도 필수 소지품이 됐다. 친구들이 스마트폰의 ‘맵’ 애플리케이션으로 길찾기할 때 그는 약도를 들고 다녔다.

“지금도 어디 갈 일이 생기면 가끔 약도를 그려서 들고 다녀요. 낯선 장소에서 우발적으로 발생하는 만남이나 사건이 여행의 핵심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요즘은 명소와 맛집 등에 대한 정보를 다 꿰고 가기 때문에 그런 낭만이 사라진 것 같아요. 정작 중요한 것은 그냥 스쳐지나가는 경우가 많기도 하고요.”

“다른 불편한 점은 없나요?”

“실시간으로 정보를 얻고, 실시간으로 할 일을 처리하는 데 큰 의미를 두지 않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 같아요. 사실 저는 불편한 일이 별로 없습니다. 아마 제 주변 사람들은 할 말이 많을 것 같아요.(웃음) 저를 즉석에서 불러내거나 음성 통화할 수 없었으니까요.”

영광씨는 물론이고 그와 함께 인문학 공부를 하던 친구들도 지금은 다시 휴대전화를 쓰고 있다. 대부분 자의에 의한 선택이 아니었다. 어떤 이는 대학원 조교를 맡으면서, 또 다른 이는 연락이 안 돼서 답답하다는 어머니의 강요에 의해서였다.

“그 어떤 소통 수단도 거부하겠다는 것이 아니고, 그저 휴대전화를 쓰지 않겠다는 것이었는데…. 이게 무슨 국가에 대한 저항을 표현하려는 것도 아니었는데…. 휴대전화를 안 쓸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사람은 그럴 수 있는데, 사회적으로 지위가 취약한 사람일수록 벗어나기 어려운 것 같아요. 취업준비생이라거나 직장인 가운데서도 사회생활 초년생들은 언제든지 윗사람의 호명에 응답해야 하니까요.”

아이폰을 바지 호주머니에 넣고 다니는 요즘, 문서 파일이나 동영상 등을 다운로드 받는 웹사이트에 접속하기 위해 친구의 휴대전화를 빌려야 하는 일 따위는 더 이상 없다. 휴대전화를 들고 다니면서 편리해진 일 가운데 하나다.

영광씨는 올해 대학원생이 됐다. 이미 스마트폰을 통한 의사소통에 익숙해진 같은 과 동료들을, 지난해 10월 겨우 구형 아이폰을 쓰기 시작한 그가 따라잡기란 여러모로 벅차다. 영광씨는 대학원 입학으로 새로 만난 친구들과 친해지려고 몇 달 전 페이스북에 가입했다. 그러나 그의 ‘페북질’은 석 달 만에 끝났다.

“정보가 정말 빠르게 오가더군요. 덕분에 각종 공연에 갈 수 있는 계기가 많아져서 얻은 것도 많았어요. 그런데 페북에 장문의 글을 올리고 댓글도 좀 길게 달았더니 친구들 반응이 안 좋더라고요. 세 문장을 넘기면 지쳐서 그만 읽게 된다는 거죠. 긴 글을 올리려면 블로그에 하라더군요. 저도 적성에 맞지 않았어요. 서로 과시하고 즉각적인 반응을 주고받는 곳이라는 느낌이 들어서. ‘좋아요’를 누르는 것도 반응을 획일화하는 것 같아서 좀 불만인데, 한편으로는 이걸 못 받으면 소외받는 느낌이 들기도 하고….”

이미 또래끼리는 이메일은 물론 문자메시지를 주고 받는 것도 어색해한다. 대화 대부분은 카카오톡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탈휴대전화 넘사벽’ 또 올지도 모르죠

“카톡은 휴대전화 번호가 저장되면 다 친구로 뜨잖아요. 저는 그런 게 싫더라고요. 연락이 단절된 사람들과 다시 관계를 맺어야 하고, 단체 채팅방이 열리면 ‘알림’ 수십

개가 한꺼번에 떠버리니 당황스럽죠. 알림을 꺼놓을 수 있다는 사실을 얼마 전에 알게 됐지만.”

그렇다고 과 동료들과 보조 맞추는 일을 멈출 생각은 없다. ‘문자 보낼 때 최대 100자를 넘기지 말라’는 등 친구들의 조언을 머릿속에 각인하고 있다. “실제 대화에서도 배워야 할 화법이 많더라고요. 제가 인터넷 채팅 용어를 잘 몰라서 그렇다고 하대요. 처음 만났을 때 ‘덕질이 뭐냐?’고 물어야 한다는 것도 최근에 알게 됐어요.(웃음)”

영광씨는 지금 쓰고 있는 아이폰의 수명이 다하면 휴대전화를 다시 구입할 의사가 없다고 했다. 물론 앞으로 또 어떤 넘지 못할 벽이 그의 의지를 꺾게 될지 모르지만. 이 때문에 그의 지인 가운데 일부는 새로운 방식으로 휴대전화를 쓰고 있다고 한다. 연락을 주고받고 싶은 가족이나 지인 20~30명만 휴대전화로 연락하고, 다른 이들에게는 휴대전화를 쓰지 않는다.

“저는요… 휴대전화가 사람들의 행동이나 생활양식을 너무 많이 변형시키는 것 같아서 싫어요. 지금은 휴대전화가 신체의 일부가 돼버린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미 내 몸의 일부가 됐다고 하면 더 이상 이것에 중독됐다고 말하기도 어렵지 않나요?”

글 황보연 기자 whynot@hani.co.kr


  1. 14
    Aug 2013
    12:31

    “방송 안무 쓰려면 月 30만원 내라”

    [서울신문] “사진도 초상권이란 게 있고 음원도 저작권이란 게 있는데, 정작 안무가들은 자기가 짠 안무에 대해 정당한 권리를 행사할 수 없으니 이거야말로 불편한 진실 아닌가요.”(안무가 A씨) ‘안무 저작권’이라는 개념이 익숙해진 데에는 가수 싸이의 ...
    Reply0 출처서울신문 file
    Read More
  2. 14
    Aug 2013
    12:25

    女회원 몰카찍어 협박…18번 性폭행한 수영강사

    회식서 취하자 車에서 몰래 촬영…"말 안 듣는다"며 폭행도 [CBS노컷뉴스 김민재 기자] 여성회원의 '몰카'를 찍어 협박한 뒤 십여 차례 성폭행하고 금품을 요구한 수영강사가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중랑경찰서는 강간 및 공갈미수 등의 혐의로 수영강사 전...
    Reply0 출처노컷뉴스 file
    Read More
  3. 14
    Aug 2013
    12:21
    No Image

    드라마 아이리스 틀어주고… 강사 정보는 '묻지마'

    "학원에서 틀어주는 드라마 볼 시간에 혼자 책 한 페이지라도 더 볼걸…. 후회 막심해요." 지난 11일 국가정보원 1차 필기시험을 치른 취업 준비생 서모(31)씨는 '국정원 학원'에 속았다고 했다. 벌써 세 번째 국정원 공채에 응시한 서씨는 "답답한 마음에 작년...
    Reply0 출처조선닷컴
    Read More
  4. 14
    Aug 2013
    12:20
    No Image

    주부가 나흘 굶은 20대 범인 급소 차 물리쳐

    (부산=연합뉴스) 박창수 기자 = 14일 오후 1시40분께 부산 해운대구 우동 APEC나루공원에서 중국 국적의 이모(24)씨가 산책하던 A(33·여)씨에게 접근, 뒤에서 목을 조르고 손가방 속에 있던 금품을 빼앗으려 했다. 평범한 주부인 A씨는 오른쪽 팔꿈치로 이씨의...
    Reply0 출처연합뉴스
    Read More
  5. 14
    Aug 2013
    12:19

    어느 20대 청년의 탈휴대전화 좌절기

    [한겨레]  나들의 초상 ▷ 사람 매거진 나·들 기사 더 보기 ‘이런!’ 내 예상은 보기좋게 빗나갔다. 휴대전화와 오랜 기간 ‘불화’를 겪었다기에는 너무 평범해 보인다. 티셔츠에 반바지, 백팩을 멘 그는 앳된 얼굴에 동그란 안경, 발랄한 표정의 보통 청년이...
    Reply0 출처한겨레 file
    Read More
  6. 14
    Aug 2013
    12:18

    폭염속 '찜통교실'…학생들 "집중 안되고 짜증"

    수업시간은 부채질, 쉬는 시간엔 아이스크림 `열기' (서울=연합뉴스) 고은지 기자 = 낮 최고기온이 33도까지 치솟은 14일 서울 광진구 자양동에 위치한 광양고등학교.  불볕더위와 내리쬐는 햇볕 아래 운동장에는 학생들이 거의 눈에 띄지 않는다. 그나마 ...
    Reply0 출처연합뉴스 file
    Read More
  7. 14
    Aug 2013
    12:14

    4년전 ‘무릎팍 안철수편’ 징계심의…정치 보복?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는 13일 “2009년 6월 방송된 MBC <황금어장-무릎팍도사> ‘안철수 편’을 22일 전체회의에서 징계 심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미 폐지 결정된 <무릎팍도사>의 4년 전 방송을 다룬다는 점에서 정치 보복 논란이 일고 있다. 심의...
    Reply0 출처스포츠경향 file
    Read More
  8. 14
    Aug 2013
    12:12

    광복절 앞두고 너도나도 독도로…인파로 '몸살'

    광복절 3천명 찾아 평소 4배↑…입도 간소화로 독도 무관 단체까지 독도 이용한다는 비판도…"평소 관심 가져야"  (서울=연합뉴스) 김보경 기자 = 8·15 광복절을 맞아 독도 방문을 앞세운 갖가지 행사가 봇물 터지듯 마련되면서 독도가 몸살을 앓고 있다. 14...
    Reply0 출처연합뉴스 file
    Read More
  9. 14
    Aug 2013
    12:12

    주인이 옆에 있어도…복날 ‘강아지 퍽치기’를 아시나요

    [친절한 쿡기자] 어제(12일)가 말복이었죠. 요즘 하루하루를 정신없이 보내고 있는 저는 어제가 복날인지도 몰랐습니다. 말복까지 지난 상황에서 갑자기 이렇게 복날에 대한 얘기를 꺼내는 이유는 제가 복날에 대한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얘기를 들었기 때...
    Reply0 출처국민일보 file
    Read More
  10. 14
    Aug 2013
    12:09

    '나주 초등생 성폭행' 사건 법 적용 실수로 파기환송

    대법원 "파기환송심서 형량 낮아질 가능성은 없어" (서울=연합뉴스) 박대한 이신영 기자 = 집에서 잠자던 초등학생을 이불째 납치해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돼 1·2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고모씨(24)가 재판부의 법 적용 실수로 다시 재판을 받게 됐다. ...
    Reply0 출처연합뉴스 file
    Read More
  11. 14
    Aug 2013
    12:09

    "화장품 판다더니" 중학교 코앞에서 성매매

    (천안=연합뉴스) 한종구 기자 = 13일 오후 6시 30분께 충남 천안시 성정동 한 중학교 앞 4층짜리 상가.  충남지방경찰청 생활질서계와 천안서북경찰서 형사들이 이 건물 3층에 있는 '○○○ 휴게텔'을 급습했다. 3층까지 올라가는 계단에 폐쇄회로(CC)TV가 4...
    Reply0 출처연합뉴스 file
    Read More
  12. 14
    Aug 2013
    12:05

    [윤형식 기자의 설레는 은퇴, 두려운 은퇴] ‘거위의 털’ 과 삶의 다운사이징

    #1  과천의 S아파트에 거주하는 40대 회사원 김모씨는 이틀전 다음 계약부터는 월세를 30만원 더 올려주라는 집주인의 전화를 받고 가슴이 먹먹해졌다. 33평짜리 아파트에 거주하고 있는 김씨는 그동안 보증금 1억원에 월세 120만원을 내고 있었는데 계약...
    Reply0 출처매일경제 file
    Read More
  13. 14
    Aug 2013
    12:03

    美 양적완화 축소 가시권… 한국경제 약될까

    불확실성 해소로 경제회복 기대감 커져 미국 양적완화 축소가 가시권에 들어선 분위기다. 이르면 9월, 늦어도 연말이면 시작될 전망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경제를 지배한 양적완화 패러다임이 종료 수순에 들어가는 것이다. 신흥국들에는 위기...
    Reply0 출처세계일보 file
    Read More
  14. 14
    Aug 2013
    12:02

    고소득층 稅부담 저소득층의 7배, OECD 평균 30배에 크게 못미쳐

    복지선진국일수록 부담 높아 “조세통한 소득재분배 필요” 증세 파동으로 우리나라 조세정의의 수준이 도마에 올랐다. 조세정의의 원칙은 같은 경제 능력을 가진 자에게는 동일한 세금을 부담시킨다는 전제하에, 더 큰 경제력을 가진 사람이 더 많은 세금을 부...
    Reply0 출처세계일보 file
    Read More
  15. 14
    Aug 2013
    12:00
    No Image

    LS전선, 시험 성적서 위조해 원전 부품 납품

    [이데일리 한규란 기자] LS(006260)전선이 원전 부품의 시험 성적서를 위조해 납품한 것으로 드러났다. 부산지검 동부지청 원전비리 수사단은 14일 LS전선의 조모(52) 전 차장과 전 직원 황모(51)씨를 사기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조씨 등은 지난 2006년 8월...
    Reply0 출처이데일리
    Read More
  16. 14
    Aug 2013
    11:59

    정말 불편한 체크카드, 소득공제 해줘도 안쓴다?

    평소 몇 천 원짜리 물건도 신용카드로 구매하는 직장인 A씨. 정부가 신용카드 대신 체크카드 소득공제를 상대적으로 늘린다는 소식에 습관을 바꿔보려고 했지만 쉽지 않다. 그는 며칠 전 동료들과 밤늦은 시간까지 회식을 한 뒤 체크카드로 술값을 계산하...
    Reply0 출처조세일보 file
    Read More
  17. 14
    Aug 2013
    11:57
    No Image

    중산층 증세 0원?…하루만에 ‘뚝딱’ 세법수정안도 허점

    [서울신문] 기획재정부가 ‘중산층 증세’라는 비난에 따라 하루 만에 내놓은 세법 개정안의 수정안에 허점이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새누리당과 정부는 13일 수정안을 발표하면서 총급여 3450만~5500만원인 중산층의 세 부담 증가는 ‘0원’이라고 했지만 ...
    Reply0 출처서울신문
    Read More
  18. 14
    Aug 2013
    11:56

    아시아나·대한항공, 요금은 3~5배지만 수요는 줄어…비즈니스석, 상반된 ‘비즈니스 전략’

    [한겨레] 대한항공은 지난 2분기에 2조8384억원의 매출을 올려 508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고 14일 공시했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9일 2분기에 매출 1조3079억원, 영업손실 415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두 회사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각각 944억원, 270...
    Reply0 출처한겨레 file
    Read More
  19. 14
    Aug 2013
    11:52

    [르포]방사능 공포 확산, 日과자 1000원 할인에도 '텅'…노인만 사가

    -백화점 균일가 세일, 젊은층 외면...50대 이상만 관심 -20~30대 주로 이용 오픈마켓은 매출 40% 급감 [아시아경제 오주연 기자]“일본산인데 괜찮으려나?” 13일 롯데백화점 영등포점에 유모차를 끌고 나온 한 30대 주부는 “균일가 세일을 한다기에 제품을 고르...
    Reply0 출처아시아경제 file
    Read More
  20. 14
    Aug 2013
    11:51
    No Image

    [경제의창 W] 전세대란, 탈출구 없나

    <앵커> 끝도 없이 떨어지는 주택가격,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전세값. 부동산시장이 그야말로 아수라장입니다. 오늘은 이른바 미친 전세값이란 말까지 등장한 전세시장 얘기해 보겠습니다. 신용훈 기자 나왔습니다. 전셋값 정말 지치지도 않고 오르고 있...
    Reply0 출처한국경제TV
    Read More
Board Pagination ‹ Prev 1 ... 188 189 190 191 192 193 194 195 196 197 ... 243 Next ›
/ 243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

Designed by sketchbooks.co.kr / sketchbook5 board skin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맨위로